정부가 오는 28일 ‘화해와 치유재단’ 발족식에 점심 대접과 돈을 빌미로 피해 할머니들을 독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대외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할머니들을 대상으로만 연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나눔의집은 2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이번 달 말로 예정된 정부의 ‘화해와 치유재단’ 발족식을 앞두고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점심 대접’을 하겠다며 호출 작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합의 과정과 내용에서 피해자들을 저버린 정부가 이제는 말도 안 되는 합의를 강행하기 위해 오히려 피해자들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수의 피해자들에 따르면 정부관계자가 ‘식사 자리에 나오라’며 연락을 해왔고 몸이 불편해 못 나간다는 피해자들에게도 ‘다른 할머니들도 다 오는데 안 나오냐’, ‘돈이 나오니 받으러 오라’ 등의 말을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연락은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가고 있으며 피해자들에게도 재차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된 사죄도 배상도 후속조치도 실종된 합의를 통해 일본정부는 이제 뒷짐 지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정부가 나서 전에 없던 갈등을 만들어내며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당장 합의 강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들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28일로 예정된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발족식에 참여하도록 유도를 당했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김철수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김복동·이옥선·길원옥 할머니도 참석해 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왜 정부는 우리를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두 번 세 번 죽이려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복동 할머니도 “일본 정부하고 싸우는 것도 힘든데 우리 정부는 왜 맨날 할머니들을 괴롭히고 이 더운 날씨에 기자회견까지 하도록 만드느냐”면서 “우리는 어떠한 일 있어도 일본 정부가 진짜 잘못 뉘우치고 법적배상 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실 정대협 공동상임대표는 “우리는 지난 5월 재단이 출범할 때 분명히 반대 의사를 밝히고 일본으로부터 법적배상금 아닌 위로금 받을 수 없다며 ‘정의기억재단’을 출범시켰지만 정부는 그 와중에도 민심을 거스르고 재단 설립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한일 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는 예산으로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재단 이름을 ‘화해와 치유재단’으로 정하고 오는 28일 출범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외교부와 여성가족부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일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재단 발족식에 참석할 것을 설득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동희 정대협 사무처장은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할머니들은 대부분 세상에 드러내는 걸 꺼리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정부가 이 분들을 재단 발족식에 동원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들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28일로 예정된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발족식에 참여하도록 유도를 당했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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