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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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당대회 이후 북한(조선)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북은 어느 때보다 좌고우면 없이 당대회 결정대로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고 말은 직설적이다. 미국을 향해서는 화성-10 전략탄도로켓(미사일) 시험을 진행했으며, 동시에 ‘조건 없는’ 평화협정과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시진핑 주석에게 전달했다. 남한에 대해서는 지난달 전격적으로 ‘전민족 통일대회합’과 그 구체적 형태로 남북해외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군사적 긴장 고조와 다양한 대화 제안이 어지러이 공존하는 동북아 정세는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일까? 북미는 다시 ‘치킨게임’ 양상으로 가고 있나, 아니면 평화협정을 향해 한 발씩 전진하고 있는 것인가? 북중관계는 핵문제를 넘어 혈맹 복원으로 가고 있는 중인가? 북러관계는 UN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왜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일까?
7차 당대회 전후한 북의 국제적 발언
북의 당대회 이후인 지난달 22일 베이징에서 6자회담 당사국 수석대표나 차석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반민반관(1.5트랙)’의 제26차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가 있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 미국국 최선희 부국장의 발언을 들어보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우리가 만든 핵은 건들지 말라”, “그것은(비핵화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끝나는 때에 가서 볼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어 “조선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그런 회담은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6자 회담은 죽었다”는 표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월스트리트 저널의 ‘북-미 간 평화협정 비공개 논의’ 보도를 둘러싼 해프닝도 재해석해보자.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대한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분명히 말하면 평화협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은 북한”이라며 “북한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한 뒤 미국은 비핵화가 평화협정 논의의 일부분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이어 “북한은 우리의 역제안을 거부했다”고 했다.
그럼 시간이 좀 흐른 지난 4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일촉즉발의 위험천만한 정세 속에 일부에서 6자회담이니,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병행추진이니 하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불평등한 대화는 철저히 배격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적대행위로 우리 핵문제는 이미 대화 탁자를 떠난 지 오래”라면서 “이 문제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되겠는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7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첫째, 회담에 반대하지 않지만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교환하는 과거와 같은 9.19공동성명 이행식의 회담을 다시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안도 거부한다. 둘째, 차후 평화협정은 비핵화와 분리하여 조건 없는 평화협정으로 진행한다. 즉 평화협상을 구걸하거나 평화협정을 조건으로 핵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이 조건 없는 평화협상을 미룬다면,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에만 치중하지 않고 무력에는 무력으로 대응한다. 핵에는 핵 자체로 대응하는 고속 핵무력 증강과 대미 전쟁능력 강화로 전쟁도 평화도 아닌 현 정전체제를 가까운 미래에 종결하려한다.
화성-10 로켓시험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고조
화성-10 로켓시험은 사실상 북한(조선)식 중장거리ICBM 발사시험이었다. 과학적으로는 중거리 로켓시험이지만 군사적으로는 다목적 중장거리ICBM 시험을 한 것과 같다. 미국이 우려한대로 태평양지역 군사거점들에 대한 선제 핵공격 능력을 현실적으로 증명했다. 이젠 직접 신형 장거리ICBM 시험이 남은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시험을 통해 미국의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투발능력도 간접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강호제 박사가 자세히 설명하였기에 생략한다.
이런 미사일 시험과 당대회 이후 흐름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 역시 대화가 아니라 강대강 대결양상이다. 미국은 UN을 통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고, 동시에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며 실질적 전쟁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의 개헌 없이 ‘새 안보법’ 통과로 이미 전쟁을 할 수 이른바 ‘보통국가’로 정비되었다. 이로써 미국의 숙원인 ‘아시아판 미영동맹’을 사실상 구축해가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군 당국이 최초로 지난달 28일 하와이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가정한 미사일경보훈련을 실시했고 북한은 이를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라며 “신냉전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달 중순 전략폭격기 B-52 2대를 한반도 가까이 보내 전례 없는 대북 핵공격 위협훈련을 실시했다.
동북아의 새 전환기와 중국공산당의 입장
북한(조선) 노동당 7차 대회의 주요 결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주의 건설과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자주적 독자노선’과 ‘핵보유국’의 전략적 지위를 확대 강화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북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은 이 독자노선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으며 사실 계속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반대가 더 이상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하는 국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동북아 정세는 현실로 등장한 핵강국으로 인해 각국이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긴장된 국면을 맞고 있다. 이 판단과 선택이 향후 10년 이상을 좌우할 동북아 새 질서와 정세, 그리고 북-중관계와 북-러관계의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중 전략적 우호관계를 항상 고도로 중시한다는 표현은 수사(修辭)가 아니라 사실이다. 그러면 북-중간의 전략적 문제란 전통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첫째는 두 나라의 서로 다른 사회주의 건설노선에 관한 상호 입장 문제이다. 둘째는 프롤레타리아(노동자)국제주의 원칙, 그리고 국제진보세력의 반제노선에 대한 상호 입장이다. 셋째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통일방식, 그리고 북한 핵문제에 관한 정치군사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상호 경제협조와 사상문화 교류문제이다.
과거 중소분쟁의 불씨가 되었던 다양한 ‘사회주의 건설방식’ 문제는 현재 문제될 게 없다. 소련은 붕괴했고, 중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진행하고 북한(조선)은 또 자기식대로 사회주의를 각자 추진하고 있다. 북-중간에 서로 다른 각자의 사회주의 건설 방도에 대해선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상호 존중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태도와 연관된 북핵 문제,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과 통일방도에 대한 입장이다.
북-중 혈맹관계는 언제부터 근본적으로 변색하기 시작했을까? 중국의 사회주의 건설노선과 대외정책의 큰 분기점은 모택동 사후인 1978년 등소평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개방개혁 정책을 채택한 이후부터이다. 약간의 좌우 치우침과 강조점은 조금씩 달랐으나 크게 보면 그 이후 거의 모든 중국의 주요 지도자들(후야오방,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은 모두 등소평 노선의 제자(弟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등소평 이론 이후 몇 가지 추가된 중국공산당의 이론이 있으나 이들 노선을 크게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이다. 즉 중국과 같은 후진 사회가 사회주의를 제대로 하려면, 마르크스의 생산력 우선 발전 이론처럼 먼저 산업 ‘생산력’을 늘리고 백년정도는 천천히 생산기술과 산업재부를 축적하는데 중심을 둬야한다는 이른바 ‘선부론(先富論)’이다. 중국의 이런 사회주의 건설노선은 과거 모택동의 노선이나 현재 북한이 추구하는 사회주의 노선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계의 특징을 요약하면, 중국의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선 자본주의 요소도 활용하고, 미국을 포한한 주요 선진 자본주의국가와도 상당 기간 상호교류와 평화공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힘이 없을 때는 기다리고(도광양회 韜光兩淮) 힘이 길러지면 서서히 일어선다(대국굴기 大國堀起)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런 노선이 대외정책으로 드러날 때 기존 반미반제 노선과 고전적인 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 원칙의 유보나 포기로 나타나게 된다. 현대 중국 사회주의는 반미반제 노선을 사실상 폐기한 상태이다. 이런 입장은 동구 사회주의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더욱 심해져 자국의 실리를 앞세우는 실리실용주의가 중국 대외정책의 중심이 된다. 중국도 같은 분단국가이면서 1992년 한-중수교로 남북 등거리외교를 시도한다. 이미 이때부터 중국은 스스로 혈맹이라 말하는 북한(조선)과의 관계에서 국제주의 원칙을 버리게 된다.
중국 ‘신형대국관계’의 본질은 자국 실리주의외교
중국의 최근 대외정책을 이해하는 용어가 이른바 ‘신형 대국관계론’이다. 즉 중국이 스스로 숨어서 힘을 기르던 때를 지나 이제 대국으로 일어설 때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신형 대국관계 라는 말은 2010년부터 미-중간 고위급 접촉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기본적으로 이제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동급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중국의 요구이다. 이것은 G2체제를 의미했고, 2012년 시진핑이 그 원칙들을 3개로 정리해 미국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1. 서로 다투거나 대결하지 말고,(평화공존)
2.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고,(내정불간섭과 대만, 티베트, 남중국해 등 국경문제 불간섭)
3. 제로섬 게임을 피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협조를 하자.(국제공조)
2014년 11월 시진핑-오바마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신형 대국관계를 6개 원칙으로 다시 수정 보완해 제시했다.
1. 미-중 고위층간 소통과 교류를 정례화, 강화하여 전략적 상호신뢰를 증진한다.
2.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서로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고, 자기 방식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3. 다양한 분야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한다. 경제, 무역, 군사, 반테러, 법집행, 에너지, 보건, 인프라 등에서 실무협력을 확대하고, 양국간 정부, 의회, 지방, 언론, 싱크탱크 등간에도 교류를 활성화시켜 양국 관계의 기반을 다진다.
4. 이견과 민감한 사안은 건설적 방식으로 관리한다. 미-중 양국이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대화와 협상으로 원만하게 처리한다.
5. 아시아 태평양 내에서 서로를 포용하며 협력한다. 태평양은 충분히 넓기 때문에, 미-중 양국을 모두 품을 수 있다.
6. 각종 지역 및 글로벌 도전에 공동 대응한다. 중국은 미국과 이란 핵, 북한 핵, 아프가니스탄, 반테러, 기후변화, 전염병 대처 등에서 공조해 나간다.
신형 대국관계의 본질은 한마디로 반제노선을 포기한 중국의 실리주의 대미 평화공존론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사실상 인정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지만, 동시에 이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주목되는 것은 중-미간 국제협력 거래목록의 맨 마지막 ‘글로벌 도전’항목에 북한 핵 문제가 들어있다. 북한 핵 문제가 G2와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중미 공동의 문제라는 얘기다.
중국의 기대와 달리 미국은 필요할 때만 신형 대국관계를 존중한다. 최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배치 문제와 남중국해 영토분쟁 관련 미국의 개입태도를 보면, 중국이 제안한 신형 대국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일방적 희망인가를 한편으로 보게 된다. 따라서 중국도 현실적으로 북러와 이 문제에 관해 공동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최근 북중관계는 시진핑-리수용 특사회담으로 나타났는데 중국 <환구시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중 간 입장 차이는 명확하지만, 양국 대립을 조장해 동북아에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외부 세력이 많은 상황은 ‘중조 양국 모두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리수용의 이번 방문은 중조가 모두 이성적으로 이같은 함정을 피해갔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넘어서 보다 큰 그림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러 관계 추동하는 동력과 배경
북-러 관계 역시 지난 러-미 관계의 역사적 배경을 보아야 현주소와 속내를 알 수 있다. 북-러 우호관계를 추동하는 동력의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미국 때문이다. 미국의 유라시아 패권정책과 러시아 무력화 정책의 결과이다. 1991년 소연방 붕괴 이후 미국의 목표는 동구권과 해체된 소연방 국가들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신속히 편입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는 연방의 중심국인 러시아가 대국으로 등장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반(反)소 군사동맹이던 나토(NATO)를 해체하지 않고 거꾸로 소연방 국가들을 분리해 이들 나라를 단계적으로 나토에 가입시키고, 러시아의 부상을 저지하며 그 영향력을 차단하고 종국에는 러시아마저 몇 개의 지역으로 분할해 재기불능의 중립국가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소연방 해체 후 미국은 러시아에 ‘평화를 위한 동반자관계’ 수립을 제안했고, 옐친이 주도하는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신세기를 향한 글로벌 설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란 낭만적인 기대에 차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가 1차로 NATO에 가입하는 등 러시아를 배제 고립시키는 미국의 NATO 동진정책이 차분히 진행되었다.
미국은 친서방 옐친 정부를 활용해 러시아 경제를 빠르게 서방에 개방토록 했고, 대규모 국영기업들도 빠르게 민영화시켰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의 희망과는 다르게 러시아의 정치외교적 지위와 영향력은 급격히 하락하였고 민생경제와 국민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2000년 이후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며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을 기치로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출현한 정치인이 푸틴이라고 하겠다. 푸틴은 서방자본과 민영화 저지 ‘내전(?)’을 치르며 공공부문을 유지시켰다. 소위 ‘전략산업’으로 분류되는 부문들, 즉 군수, 전력, 항공, 원자력 산업 등이 인수·합병을 통해 재국유화 과정을 밟아나갔다. 그 결과 GDP에서 국가부문의 비중은 비약적으로 증대되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러시아 국방력 해체와 유럽 NATO중심의 대러시아 포위전략을 저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은 푸틴의 정책이 상당 정도로 성공하자 미국의 대러시아 고립포위 전략과 러시아의 대미 반패권 다극화 부흥전략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연방의 핵심국가 중 하나이며 과거 핵보유국이다. 주변국의 핵우산 담보로 자국의 핵을 해체한 뒤에는 정치적 영향력을 잃은 국가로 전락하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 친러정권을 친미친서방 정권으로 바꾸어 나토에 가입시키려했다. 러시아의 전통적 우방을 적으로 만드는 이 작업에 러시아가 반발하는 것은 사실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크라이나 내전은 전 유럽을 다시 신냉전 같은 대립전선을 형성케 했다. 미국은 EU국가들에게 대러시아 경제봉쇄를 주문하고, 동시에 대러 미사일 방어체계를 확대하였다. 영·독·불 등 EU 중심국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 정책에 동참하였다.
이에 대응한 러시아의 선택은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과 ‘동방정책’의 강화였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주요 자원인 천연가스는 유럽에서 중국과 북한 등 아시아 국가들로 공급처를 바꾸었다. 과거 미뤄왔던 러-중간에 수십 년 계약으로 수십억 달러 수입이 보장되는 대규모 가스 공급계약이 급진전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북한의 대러 채무액 약 109억 달러(약 11조8000억원) 가운데 90%를 과감히 탕감했다. 또 시리아 전쟁에서 러시아의 개입과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데서 보듯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다시 정치군사 대국으로 등장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표면적으로 북핵을 인정하지 않고 대북 제재에 동참한다고 하지만, 7차 당대회 이후 이들 국가의 내심은 사실 이중적이고 복잡하다.
역사적 시각에서 보면 국내정세보다 국제정세가 요동치며 전환하는 시대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현 동북아 정세는 한반도의 핵과 통일, 전쟁과 평화 문제에 대해 주변 각국들의 기존 정책방향으로는 풀 수 없는, 그러나 결론이 임박한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연석회의나 남북 정치협상의 문제도 이제 단순히 한국 보수정권의 선택 문제를 넘어 우리 국민과 동북아 민중, 이 사람들의 전쟁과 평화, 평화적 삶에 관한 운명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 이정훈 위원은 1985년 고려대 광주학살원흉 처단투쟁위원회 위원장, 삼민투 위원장을 지냈다.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으로 3년 옥고를 치른 뒤 오산과 수원에서 노동자회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런던대 아시아태평양 지역학 석사과정,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통합진보당 교육위원, 경실련 하이텔정보교육원 이사, 사람과 사상 소리클럽 출판사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민플러스 편집기획위원으로 국제팀장을 맡고 있다.
이정훈 편기위원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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