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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5일 금요일

뭔가 어색한 세월호 비난, 한 해직 PD의 재해석


15.05.15 20:21l최종 업데이트 15.05.16 09:00l


지난 1월 자신의 SNS에 올린 웹툰 '예능국 이야기'가 "정당한 인사 조치를 사적인 감정으로 비방했다"는 이유로 MBC에서 해고 당한 권성민 전 예능PD가 지난 11일 세월호 유가족이 배·보상만 요구한 것처럼 왜곡하는 여론에 반박하는 동영상 2편을 유튜브 등에 올려 화제다.

권 PD가 제작한 짧은 두 편의 동영상은 '유가족들은 배·보상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관련 영상 '10억을 받았습니다'와 '두 엄마'는 15일 오후 5시 현재 각각 16만, 9만 6천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동영상이 올라온 다음날인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권 PD를 만나 동영상 제작 뒷이야기와 해고 후 근황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권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문제들...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 보여주고 싶었다"
기사 관련 사진
▲  권성민 전 MBC 얘능PD
ⓒ 이영광

- 세월호 관련 동영상 2편을 지난 11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셨어요. 반응은 어떤가요?
"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많은 반응 나와 놀라긴 했어요. 아마 이 문제에 대해 이런 문법으로 얘기했던 사례가 별로 없어서 더 많이 반응해주시지 않나 싶어요."

- 어떤 얘기가 나왔나요?
"제가 '10억을 받았습니다'와 '두 엄마'편을 제작 했는데 '두 엄마'편에 더 많이 반응해주시더라고요. '두 엄마'편을 보시면 (세월호 추모를) 그만 하면 좋겠다는 가상 인물이 나오는데,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실제로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는지 그 부분이 많이 공감 됐다고 해요. 자기 자식이 옆에 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 동영상은 왜 제작하게 됐나요?
"해고 이후 언론노조나 MBC본부 노조 통해서도 그렇고, 공적인 이슈와 관련한 것을 같이 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어요. 그 중 세월호 문제를 다루는 몇몇 단체도 있었거든요. 그 분들과 같이 작업할 기회가 조금 있었어요. 전반적으로 (세월호와 관련된)상황 해결이 더디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비난도 줄지 않는 것을 보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봤습니다. 예능 PD 역량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싶었어요."

- 영상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시행령도 공포되서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에는 제가 다른 작업에 참여하느라 시간이 없기도 했었요. 조금 빨리 해서 특조위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록 시기를 맞추려고 했어요. 그래서 기획해서 섭외하고 촬영까지 일주일 정도 걸렸고, 이틀 정도 편집해서 바로 올렸습니다."

- 영상을 보면 촬영까지 하신 것 같던데요.
"기존에 세월호 문제를 얘기하는 영상들이나 콘텐츠들이 조금은 겹치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가족분들 목소리를 담아내고, 먼저 떠난 아이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방식이 1년 가까이 반복되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영상 등이)생산돼 왔잖아요. 

이 얘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관심을 꾸준히 가져온 분들에게도 피로감이 조금씩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시 얘기하면 좋을 같다고 생각했고, 기존 영상을 쓰기보다는 아예 새롭게 촬영해서 다시 작업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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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억을 받았습니다'의 한장면
ⓒ 권성민

- 작업을 혼자 할 수 없었을 것 같은데요.
"기획과 섭외는 혼자 했어요. 촬영은 조명이나 카메라 등 저 혼자에 하기엔 어려워서 학교 영화 동아리 후배들의 도움을 받았고, 배우들 섭외하는 과정에서도 제가 학교 다닐 때 인연이 닿은 극단의 배우나, 선·후배 통해서 연기를 안정적으로 잘하시는 배우분을 소개를 받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 권 PD의 해고는 지난해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리신 '엠빙신 피디입니다'라는 글이 계기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MBC의 세월호 보도에 대한 비판을 다룬 내용이기도 하죠. 권 PD에게 세월호는 무엇인가요? 
"제가 세월호에 대해 다른 시민보다 특별한 '뭔가'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당사자들 말고는 비슷한 상황이겠죠. 세월호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지는 국면으로 계속 가는데,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공감했고, 이는 MBC라는 언론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느낀 느낌이죠. 저뿐만 아니라 MBC에 계신 다른 동료분들도 비슷한 책임감이나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제가 할 수 있는 것 같고, 다른 분들에 비해 의미가 더 크다거나 하진 않아요."

- 촬영하시며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기획이나 촬영을 빨리 진행해서 촬영 당시에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고요. 다만, 영상이 많이 확산되고 나서, 아직 세월호에 있는 어느 미수습자 가족분을 통해 영상 내의 몇몇 뉘앙스가 불편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영상의 취지나 내용은 동감해주셨지만, 당사자 분들이 어떤 부분에서 예민하거나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동영상 말미 "자연스러워 보이세요? 세월호 유가족은 배·보상금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온전한 진실규명활동을 요구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에 남아요.
"(세월호 비판과 관련한)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자연스럽냐고 물으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배·보상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담았어요. 사실 유가족분이 배·보상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고, 그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닌데요. 다만 더 중요한 문제들을 제치고 배·보상 문제만 자꾸 전면에 내세워 (유가족의) 주장을 매도하는 것은 하지 말았으면 해서 넣은 문구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그냥 없던 걸로 하자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자연스러워 보이는지를 되묻고 싶었습니다. '10억을 받았습니다' 편에서도 언급했듯, 아직 미수습자 가족분들도 계시잖아요. 인양 결정이 됐음에도 진척이 없는 상황인데... 이런 이슈들이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배·보상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죠. 영상 자체가 역설이잖아요. 실제론 그렇지 않은데 그런 것처럼 보여 드린 거잖아요. 대부분은 오해 없이 보신 것 같지만, 혹시라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을까봐 이 자리에서 다시 설명하고 싶었어요."

- 미수습자보다 실종자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요?
"당사자분들이 실종자라는 표현보다 미수습자라는 표현을 원하시더라고요." 

"소송 긴 과정 될 것... 시간 잘 쓰는 고민 필요해"

- 혹시 또 다른 작품을 만들 계획이 있나요?
"단발성으로 이런 영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만든 거고 다른 계획은 없어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으면 그때 기획해 볼 생각입니다."

- 해직 후 어떻게 보내셨어요?
"개인적으로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생겨 이렇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들에 대한 작업을 할 수 있어 의미 있는 기회이기도 해요. 세월호 관련 행사나 특조위 분들이 출범을 준비하시는 과정에서 같이 준비하자는 요청도 했고, <뉴스타파>에서 새로운 걸 해볼까 하는 고민도 하고... 또 그런 이슈와는 별개로 아르바이트 삼아 할 수 있는 영상 제작 중에도 재미있는 것들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작업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 지난달 29일 2012년 MBC 파업 해직자 2심 판결이 있었잖아요. 해직 전인 1심 판결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당연한 판결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반가운 소식인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차피 회사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또 항소를 했으니,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거듭 법원이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MBC에 있는 구성원 대부분도 이에 공감함에도 (회사가) 이걸 수용하지 않는 게 답답하죠. 저는 그 판결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잖아요. 제 입장에선 선배님들의 판례가 영향이 있으니 더 반가웠죠."

- 해고무효 소송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소송은 이미 들어간 상태예요. 소송이 두 건이에요. 먼저 지난해 정직 6개월 건은 1심 공판이 진행 중에 있고, 해고 건은 소송에 들어간 상태에서 아직 공식 진행은 없는 것 같습니다. 3년 정도 바라보고 있어요. 긴 과정이 될 테니 그 시간을 잘 쓰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송 자체는 조합에서 해주셔서 제가 크게 신경 쓸 일은 없어요."

○ 편집ㅣ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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