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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는 19일 오후 회고록 한국어판 출판 기자회견에서 북핵 해결법으로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제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북한은 핵개발을 시작하고 멈추기도 했지만 핵무기 개발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이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북한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한 말이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주한 미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88세)가 제시한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이다. 주한미군의 전술핵 철수와 '팀 스피리트'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중단시키는데 관여한 그가 보기에, 북핵 문제의 출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는 19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에서 열린 회고록『역사의 파편들』한국어판 출판 기자회견에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최악의 선택(option)이다. 단호히(absolutely)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은 핵개발을 시작하고 멈추기도 했지만 핵무기 개발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이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북한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한"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어 "군사훈련 등은 북한이 민감히 반응하고 북한에 두려움을 준다"면서 "이 상황은 북한과의 지속가능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을 북핵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그레그 전 대사는 1989년 9월 한국 부임 당시 북한이 핵개발을 생각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뒤 "만약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보관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할 수 없도록 저지하는게 불가능하다"고 판단, 노태우 정부와 전술핵 철수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주한미군은 사정거리 15마일의 전술핵무기 '어니스트 존' 로켓을 갖고 있었다.
그는 노태우 정부와 워싱턴을 설득, 1991년 12월 전술핵 철수 등을 담은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이끌어냈다. '팀 스피리트' 훈련도 중단시켰으며, 이는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당시 딕 체니 미 국방장관은 미국 연례 안보참모 회의에서 1993년 3월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레그 전 대사는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이후 북핵 위기가 왔다"며 "딕 체니를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다.
현재에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대화를 시작해야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지지가 없기 때문에 오바마의 남은 임기 동안 (북한정책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북한에 대해 (이란, 쿠바와 같은) 접근이 되면 좋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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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고록『역사의 파편들』출판 기자회견에서 그레그 전 대사는 남북, 북.미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그레그 "전작권 환수연기, 굉장히 실망..김정은, 똑똑한 지도자"
그레그 전 대사는 전시작전통제권, 미.일관계 등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연기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제는 한국이 반환받을 때이다. 충분히 능력이 있다. 이미 너무 지체된 상황이다.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좌우가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것을 멈추고 힘을 함쳐서 북한과 화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빨리할 수록 이 문제(전작권 환수)를 해결하는데 도움되고 지역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新) 가이드라인'으로 형성된 미.일 밀월관계에 대해서는 "양국관계가 더 가까워진다고 보지 않는다. 양국은 언제나 가까웠고 그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전체주의 정권이 바뀌기 위해서는 스스로 원해야 한다. 스스로 원할 때 수용소 운영방식이나 인권상황을 개선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미국이 먼저 대화를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해서는 "똑똑한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국은 하루빨리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안함 사건의 북한 소행설에 의문을 제기했던 그레그 대사는 "여전히 (2010년 9월 기고)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남은 임기동안 희망적으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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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회고록 『역사의파편들』[사진제공-창비] |
한편, 그레그 전 대사의 회고록『역사의 파편들』은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지국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관, 조지 부시 부통령 안보보좌관, 주한미대사 등의 이력을 통해 1950년대 이후 미국의 대 아시아정책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담고 있다.
그레그 대사는 내외신 기자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고록 저술 4년 동안 미 CIA,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의 검열을 거쳤다면서 마지막 장인 '악마화가 부르는 위험'에 대한 필독을 권했다.
"한반도의 분단은 끝낼 수 있고 또 반드시 끝내야 하는 비극이다. 그것은 서로 계속하고 있는 악마화가 대화로 바뀌고 화해가 이뤄질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 『역사의 파편들』는 이렇게 갈무리했다.
『역사의 파편들』한국어판은 '창비'에서 출판했으며, 가격은 2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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