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당국은 틈만 나면 북한인권을 문제시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지난 4월 30일,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은 “외교 채널을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에 올 수 없게 됐다는 결정을 전달받았다”며 5월 8일로 예정되었던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이 무산되었음을 알렸습니다. 그는 “북한 내부 문제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불참 소식을 공개했습니다.
이러자 미국과 한국에서는 그 원인으로 북한내부의 위기를 지목하고, 나아가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외교에 인권을 끼워넣은 셈입니다.
미국 <CNN>은 5월 11일 서울발 기사에서 탈북자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고모인 김경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을 독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5월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최근 제기된 ‘김경희 독살설’에 대해 “매우 근거가 약한 일방적인 얘기이고, 현재 이상 징후는 발견된 게 없다”며 “김경희는 현재 병원 치료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제제기 후 이틀 만에 반론에 부닥친 것입니다.
그렇다고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국정원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설을 입수하였다며 언론에 퍼뜨렸습니다. <노컷뉴스>는 숙청설 공개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신미국안보센터의 밴 잭슨 연구원은 5월 5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도 북한 내부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밴 잭슨은 북한이 권력기반에 자신있다면 많은 고위 관리들을 처형할 필요가 없다며 여러 숙청설을 단정적으로 두둔하였습니다.
이제는 마약소식까지 들려옵니다. <연합뉴스>는 5월 29일, 북한인민해방전선이 "북한에서 최근에는 중학교 학생들까지 마약을 소지하는가 하면, 결혼식 부조금, 대학 입학, 승진 뇌물로도 마약을 선물할 정도로 마약이 성행하고 있다"는 탈북자 A씨의 증언을 전했습니다. 탈북자의 직접 증언이 아니라 탈북자가 다른 탈북자의 증언을 전달한 황당한 보도인데요, 중학생까지 마약을 소지하고 결혼식 부조금, 승진뇌물로 마약을 선물한다는 이들의 증언은 허위일 가능성에 매우 높습니다. <TV조선>은 아예 북한 주민의 70%가 마약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3만명에 달하는 탈북자들로부터 <하나원>을 통해 북한의 생활상과 정보를 캐내었겠지만, 지금까지 증언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특히나 북한주민이 가난하다고 할때는 언제고 이제는 주민의 70%가 마약을 한다고 하니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정보입니다.
결국 최근의 이러한 보도들은 미국과 박근혜 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유력한 증거입니다. 현 시기 당국이 북한인권문제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배후는 미국
북한 인권문제에 집중하는 진원지는 바로 미국입니다.
2012년 3월 28일, 한국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앞으로도 북한의 정보자유화와 시민사회 기초마련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2014년 4월 25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한미의 공동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북한 주민에 대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인권 침해에 대해 북한 당국의 책임을 묻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내의 숱한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바다 건너편의 북한 인권에 매달리는 목적은 북한정권 붕괴입니다. 2015년 1월 24일,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유튜브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의 국가를 똑같이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체제에 대한 반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전쟁보다 인터넷을 앞세우면 북한정권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부터 대북전단살포에도 미국인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1월 19일, 미국인권재단 (HRF : Human Rights Foundation)의 토르 하버슨 대표 등 미국인들과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통일부의 자제권고마저 간단하게 무시하고 파주와 연천 등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였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15년 4월 21일, 미국인권재단(HRF)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15만장과 북한 지도자를 조롱한 영화 ‘더 인터뷰’ USB 2500개와 DVD 2500개를 날렸다고 합니다. 4월 9일에 전단 30만장을 뿌리려다 당국의 제지로 실패한 박상학 대표는 이번에는 전단을 기습적으로 뿌렸기에 당국은 모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미국은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에 성공한 상황에서도 인권문제에 집중하는 황당한 모습을 연출하였습니다.
2015년 5월 18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한이 가장 큰 안보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케리 장관은 북한 내의 숙청설을 연계하며 "북한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가장 없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유엔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잠수함 탄도미사일에 인권으로 대응한 모습입니다.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해 미국이 지금까지와 달리 군사적 대응 대신 북한인권문제에 매달리는 속내를 어찌 보아야 하나요? 미국으로서는 이제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제지할 수단이 없는 것입니다. 군사적으로 북한의 핵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보니 북한인권문제라도 자꾸 건드려서 북한을 고립시키자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 미국이 북한인권을 거론하는 만큼 다른나라들이 북한과의 적극적 외교가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의 북한인권공세는 북한주민 구출보다 북한정권고립을 조금이라도 더 지속시키자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2. 박근혜 정권의 의도
박근혜 정권은 오바마 행정부의 북한인권 제기에 전폭적으로 화답하며 대북인권공세의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신년사에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이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이끌어내는 기본 방식으로 인권문제를 통한 북한 고립압박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북한인권을 공격하는 내용들은 근거가 명확한 사실이 아니라 대부분 “풍문으로 들었소” 수준의 모호한 이야기입니다.
일례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당했는지, 실각 당했는지, 아니면 제3의 장소에서 요양 중인 것인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북한이 정말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고사총으로 공개처형하였다면, 지난 장성택 부위원장의 경우처럼 숙청을 언론에 대서특필하며 대대적으로 경고하는 것이 맞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 왜 그를 죽이게 되었는지 소상히 밝혀 숙청에 대한 정당성을 설득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경우는 북한당국의 아무런 입장발표가 없습니다. 더구나 북한언론에서는 5월에도 현영철 부장의 모습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숙청설을 퍼뜨리고, 이를 계기로 인권을 거론하는 행태는 필연코 북한의 반발을 불러오게 됩니다. 상대를 자꾸 의심하고, 어두운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은 두터운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입장을 바꾸며 북한에서 별다른 근거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고모를 독살했을 것이라고 대서특필한다면, 우리 정부가 어떻게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겠습니까? 나중에 허위로 판명되더라도 북한에 대한 근거없는 악담이 대서특필되는 것은 남과 북이 관계를 개선할 수 없는 분위기를 구축하는데 목적이 있는, 대단히 반민족적인 행동입니다.
신뢰가 없어지면 앙금이 남고, 앙금이 쌓이면 필연코 충돌합니다. 지금 남쪽에서는 북한의 SLBM 발사시험과 더불어 연평도 인근 갈도의 진지구축, 북한해군의 스텔스 고속정 배치 등을 묶어보며 서해공격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동향들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처럼 남북간 핫채널이 있었다면, 별 문제없이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지금 대북긴장태세와 비방중상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그런 채널도 없을뿐더러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북측 설명의 진정성을 믿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비방중상은 서로의 신뢰를 훼손합니다. 인권문제 제기는 결국 남북간 군사적 충돌에까지 확산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왜나하면 정국의 사면초가에 빠진 박근혜 정권이 지금 정국수습의 탈출구를 애타게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2014년, 집권 2년 차가 되는 시기를 상반기 세월호 참사와 하반기 정윤회 파문으로 통채로 날려먹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해보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부패척결” 카드를 꺼냈습니다. 그러나, 부패의 희생양이 될 것을 강요당한 성완종 회장이 부정부패 관련 리스트를 남기고 자살함으로써 국무총리가 사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까지 거론되어 박근혜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18%, 30대의 지지율은 25%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직 60대 이상의 노령층만 50% 이상의 지지율을 보여 대통령 전체 지지율이 40%라는 거품이 완성되는 것이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와 원성은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박근혜 정부로서는 남북 간 화해보다는 대북대결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사적 긴장을 높여 여론을 북한으로 옮기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만에 하나라도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어차피 그 책임도 북한의 무력도발로 떠넘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우려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서해교전과 연평도 포격전이 바로 그러하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현 정부 일각에서는 군사적 충돌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면, 미국의 지지도 받으면서 현 정국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타산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3. 정쟁의 도구가 되어버린 북한인권
북한인권문제가 이런 식으로 정쟁의 도구가 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요?
인권은 사회구성원이 사회로부터 보장받는 권리입니다. 절대적 빈곤과 경제수준만으로 사회의 총체적 인권수준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일례로 2014년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습니다. 풍요로운 먹거리와 놀이시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어린이 인권유린국가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만을 절대화하며 대한민국이 인권유린국가라고 주장한다면 이 역시도 숱한 논란을 불러올 것입니다. 인권문제가 정상적으로 회자되려면, 구체적인 사실자료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인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사리 입수한 북한 내부 사진 몇 장과 몇몇 탈북자들의 검증되지 않은 증언만으로 북한사회의 인권을 종합평가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단지 한국사회에서는 북한인권문제가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북한체제가 여전히 유일사상체계를 고수하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과 더불어 북한은 가난하다는 고정관념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유일사상+경제난=인권유린 이란 등식이 우리 국민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인권에는 사회적 자살의 수치와 불법구금의 규모와 실태, 선거의 공정성, 빈부격차의 정도가 구체적으로 파악되는 가운데에서 거론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자살자의 수치와 불법구금의 규모와 실태, 빈부격차의 정도가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아야 구체적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인권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주장에는 미성년 자살자 수치와 앞서 언급한 행복수치, 빈부격차 등 구체적 판단지표들이 있습니다. 북한인권도 그 정도의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모든 문제가 북한체제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단순한 인권이 어디에 있습니까? 북한인권만큼은 정치투쟁의 도구가 되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곽동기 상임연구원 /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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