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2015년은 분단 70년, 6.15 공동선언 발표 15돌이다. 남과 북 모두 올해를 뜻깊게 맞고자 하는 데서는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하다. 한반도 통일로 나아가는 데서 올해가 갖는 의미는 어떠한 것인가.
답변 금년이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이다.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5년이고 6.15 공동선언실천 공동위원회가 만들어진 지는 10년이 됐다. 특히 6.15 공동선언 실천위원회 쪽에서 생각하면 참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분단 70년이 경과하면서도 아직까지 통일을 못했다는 것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MB(이명박) 정권 5년, 또 박근혜 정권 들어와서 2년, 그렇게 7년 동안 남북관계가 꽁꽁 묶여 있다. 이대로 경직된 상태로 놔둬야겠나. 올해는 꼭 변화가 있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남북이 만나서 대화해야 하고, 대화를 통해 이견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민족을 열절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통일을 기획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금년이 참 중요한 해이다. 70년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올해를 변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6.15 공동행사를 통해, 더 나아가 8.15 광복절 기념행사를 통해 그 변화를 이뤄보자는 각오를 하고 있다.
질문 남과 북, 해외 3자 민간단체는 지난 5~7일 중국 선양에서 개최한 대표회의에서 6.15와 8.15 민족공동행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당사자로서 이번 합의가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보고 계시나.
답변 재작년에도 만났고 작년도 만났지만, 특히 올해의 만남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15와 8.15 공동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만남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 깊다. 작년과 재작년은 올해를 준비하는 만남이었다.
장소 문제 관련해 6.15 공동행사를 서울에서 하자는 것은 (중국에) 가기 전에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 다만 8.15 광복절 행사를 평양에서 할 거냐, 서울에서 할 거냐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건 6.15 공동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최선을 다한 뒤 그 결과를 기반으로 8.15 공동행사를 성사시키자는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그 뿐만 아니라 6.15에서부터 8.15까지 두 달을 남북한의 민족통일 공동운동기간으로 설정했다. 단지 6.15 행사로만 끝나거나 또 8.15 행사를 기획만 하는 차원이 아니다. 그 사이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설정해 공동행사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또 하나는 지역과 부문의 교류행사, 이것을 잘 좀 꾸려 나가 보자고 해서 공동행사기간 내에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여러 사정상 못 하는 것은 6.15와 8.15 사이에 배치해서 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남과 북, 해외가 6.15부터 8.15까지 공동행사 성사를 통해 통일 의지를 다지면서 올해 꼭 변화의 계기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한 큰 틀에서 의기투합한 회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질문 6.15 공동행사에 대한 정부의 승인이 아직 나지 않은 상태인데.
답변 정부는 공동행사에 대한 최종 방침을 결정한 것 같지 않다.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부의 도움을 이끌어내야 6.15 공동행사가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원칙을 지키면서 정부와 협력해 최대한 여유와 기대를 가지고 공동행사를 준비해 보고자 한다.
질문 실무접촉도 되도록 빨리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답변 5월 20일쯤 개성에 실무 대표단을 보내기로 오늘(13일) 회의에서 결정했다.
이창복 ‘광복 70돌, 6.15 공동선언 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남측 준비위원회’ 상임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일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질문 그동안 남과 북은 꽉 막혀 있었다. 5.24 조치도 그렇고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관광도 언제 재개될지 오리무중이다. 올해는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6.15나 8.15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나.
답변 6.15 공동행사를 통해서 남북은 서로 만나게 된다. 민간 차원만이 아니라 공직자는 공직자대로 만나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생각한다. 6.15 공동행사는 무엇보다 단절된 ‘만남’을 복원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만남이 성사되면 대화가 이뤄지고, 대화가 시작되면 주요 현안으로 걸려 있는 5.24 조치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이러한 큼직큼직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길 수 있다.
질문 6.15부터 8.15까지 기간을 ‘제2의 6.15 통일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공동운동기간으로 정했다. 어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나.
답변 우리 남측위 입장에서 노동자들은 북에 축구대회를 제안해 놓고 있다. 6.15 공동행사 기간에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가 열리지 못한다면 ‘공동운동기간’으로 넘겨 할 수도 있다. 농민들의 추수한마당 또는 통일한마당, 여성대회, 청년학생들 간의 만남이나 역사탐방 같은 행사들도 가능하다. ‘공동운동기간’은 남과 북의 각 부문과 지역이 서로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장이다.
질문 ‘공동운동기간’ 중에는 때맞춰 7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북한 응원단 참가나 북한을 경유하는 성화봉송이 추진되는 데 대한 기대감도 높은데.
답변 이번 회의에서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성화를 백두산에서 채화해서 북한을 경유해 남쪽으로 오는 문제, 공동응원단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그 방식은 대회 조직위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민족공동행사의 틀 속에서 이 모든 것들이 성사되면 공동행사가 더 빛나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를 통해 통일의 기운이 확산되고 그 열기가 살아날 수 있다. 그 힘을 받아 8.15 공동행사를 추진하면 더욱 훌륭하게 성사할 수 있다. 게다가 민간 차원의 통일의 기운이 쭉 모여면 남북 간 주요 현안들을 풀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정부의 정책도 이러한 대중적인 통일 열기가 반영돼 변화됐으면 좋겠다.
질문 통일의 문을 여는 데 민간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겠다.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답변 민간 차원에서의 활동이 앞서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정부도 문을 여는 정책을 펼 때가 됐다. 언제까지 남북 간 대결로만 가야겠냐는 것이다. 대결구도를 극복하고 우리 민족 번영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개발에 도움이 된다면서 ‘통일 대박’이란 말을 썼다. 말만 할 게 아니라 확 열어서 경제 교류 내지는 협력으로 남북 간에 서로 공존공영을 할 수 있도록, 민족의 번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정책을 펴길 바란다. 대통령도 그것을 원하겠지만 왜 이렇게 정책의 변화가 늦어지는지 답답한 측면도 있다. 정부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와야 한다.
질문 6.15 공동선언 등 남과 북 사이에 이뤄진 합의들을 정부가 이행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답변 대통령도 ‘남북 간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것을 꼭 실천해 주길 바란다. 남북은 1974년 7.4 공동성명을 통해 통일의 3대 원칙(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천명했다.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합의였다. 정상 간 합의는 아니었지만, 양쪽 다 실력가들이 합의했고 그것을 정상들이 추인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실천이 안 됐다.
또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를 만들었는데 양쪽이 정말 오랫동안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완성했다. 기본합의서를 통해 남북의 국방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 통일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도 생겼다. 분야별로 분과위원회를 조직해서 종합적으로 통일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것도 안 지켜졌다. 남북 총리급 서명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당시 정상들이 추인해서 발표까지 하게 됐는데 이행이 안 됐다.
2000년 6.15 공동선언은 그때까지 발표된 합의들을 종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가 자주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고 두 번째가 통일 방안을 제시한 내용이다. 세 번째가 이산가족 상봉, 네 번째 경제 교류·협력 등이 있다.
이것을 좀 더 구체화시킨 게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이다. 여기서는 경제 개발과 협력 부분을 핵심적으로 합의했고 특히 서해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획기적인 기획이 있었다. 이것을 이행했다면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남북 간 합의를 실천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들어섰는데 이제 민족 문제에 손댈 때가 됐다. 지금 손대지 않으면 큰 기회를 놓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질문 6.15 공동선언이나 10.4 선언과 같은 합의 이행을 위해선 ‘중단 없는 노력’이 중요할 것 같다. 민간이든 정부든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대목이기도 한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답변 남북의 문제는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말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 동포가 어려울 때 그들을 돕는 것은 우리 동포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돕는 것이다. 그것은 정말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걸 가지고 퍼준다 어쩐다 하면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볼 수 있나. 열절히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것은 남남 갈등이다. 남북이 통일하자는데 남남 갈등이 첨예화되면 되겠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의견 좀 다르다고 해서 종북몰이로 매도하는 현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조금 다른 생각이나 주장을 하더라도 이것을 보장해줘야 민주주의 사회이지, 우리가 획일된 사회를 지향하는 건 아니지 않나. 큰 틀에서, 큰 안목으로 민족 문제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질문 6.15 공동행사 성사를 위해 우리 겨레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답변 일단 오랫동안 단절된 ‘만남’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공동행사에서 ‘공동’이라는 말을 강조할 때는 ‘만남’을 얘기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하든지 평양에서 하든지 남북의 동포들이 만난다는 것. 그게 중요하다. 만나야 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화를 해야 현실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긴다. ‘만남’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민족공동행사이다. 그 결과를 가지고 어떻게 할 건가 그것은 나중 문제이다.
6.15 공동선언 2항에 보면 남측의 남북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돼 있다. 그러한 공통점을 살려나가면서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요구되지 않나 생각한다. 서로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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