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도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중국의 신실크로드 구상의 통합
유라시아의 거인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관계 심화는 이 지역의 지정학적 지도를 바꾸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지역과의 협력강화 내지 동방정책을,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래 미러 관계 악화와 서방의 제재 등을 배경으로 가속화되는 중국과의 협력을, 미국의 재균형전략에 빗대서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이라 부르고 있다.
지난 5월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2차대전 승전기념일에 참석한 정상들
중러간 사상최대 규모의 경제협력
중국석유화학공업 연합회(CPCIF)의 2015년 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180Bcm이며, 수입량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58Bcm이었음. 또 2000~2013년 동안 중국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24.5Bcm에서 167.6Bcm으로 연평균 11Bcm(16%) 증가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1차 에너지 소비량(7.9%) 및 GDP(10.2%)의 증가 속도보다 높은 것이다. 한편, 2014년 가스프롬이 유럽에 수출한 천연가스의 규모는 146.6 Bcm이다.
지난 5월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2차대전 승전기념일에 참석한 정상들
중러간 사상최대 규모의 경제협력
2차세계대전 승전기념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월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두나라간 경제협력 가운데 최대규모의 경제계약을 체결했다. 두 정상이 이른바 ‘세기의 협상’이라고 불리는 4천억달러(410조 2000억원)의 동시베리아 가스파이프라인 공급 협상을 최종 타결한 게 지난해 5월이니 불과 1년만이다.
이번 합의 가운데는 세계 1위인 4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의 거대 프로젝트들에 대해 차관을 제공하는 협정들이 포함돼 있다. 이는 러시아 기업들이 대러 제재로 인해 서방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중국이 구원투수로 나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에 호응해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러시아산 가스와 민간 항공기 수호이 수퍼제트 100의 대중국 공급량을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게다가 중국이 제공하기로 한 차관은 대부분 위안화 차관이었다. 러시아 최대 국영 은행 스베르방크는 중국 국가개발은행(CDB)에서 60억 위안(9억 6,600만 달러)에 달하는 신용장을 개설했다. 이 자금은 러시아 최대 시멘트 생산 기업 ‘예브로체멘트’에 제공된다. 또 러시아 제2의 국영 은행 대외무역은행(VTB)은 중국수출입은행(Exim Bank)과 30억 위안(4억 8,300만 달러)에 달하는 신용장 개설 협정을 체결했으며, 또 다른 러시아의 핵심 개발 은행인 대외경제개발은행(VEB)은 러시아 내 특수강 제조용으로 15년간 39억 위안(6억 2,800만 달러)을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상호 결제에서 달러와 유로화에서 탈피하겠다는 건 2000년대부터 러시아와 중국이 추구해온 목표였다. 서방의 대러 제재가 발효 중이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시 자국과 유럽연합(EU) 내 러시아 대기업들의 대체 계좌 거부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통화로의 결제 전환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 태환이 자유로운 국제 통화가 아님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들 모든 협정은 주로 러시아 루블화와 중국 위안화로 표시됐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와 중국은 상호 결제 시 루블화와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등 금융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대통령궁 자료는 “2015년 첫 두 달에만 쌍무 계약에서 차지하는 러-중 양국 통화 결제 비율은 7% 증가했다” 고 밝혔다. 2014년 이 비율은 러시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890억 달러, 중국 자료에 따르면 950억 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포커스>에 따르면 러시아투자회사 UFSIC의 일리야 발라키레프 수석분석가는 이들 상업 협력 프로젝트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에너지와 철도, 항공기 제작 분야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 가운데는 세계 1위인 4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의 거대 프로젝트들에 대해 차관을 제공하는 협정들이 포함돼 있다. 이는 러시아 기업들이 대러 제재로 인해 서방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중국이 구원투수로 나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에 호응해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러시아산 가스와 민간 항공기 수호이 수퍼제트 100의 대중국 공급량을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게다가 중국이 제공하기로 한 차관은 대부분 위안화 차관이었다. 러시아 최대 국영 은행 스베르방크는 중국 국가개발은행(CDB)에서 60억 위안(9억 6,600만 달러)에 달하는 신용장을 개설했다. 이 자금은 러시아 최대 시멘트 생산 기업 ‘예브로체멘트’에 제공된다. 또 러시아 제2의 국영 은행 대외무역은행(VTB)은 중국수출입은행(Exim Bank)과 30억 위안(4억 8,300만 달러)에 달하는 신용장 개설 협정을 체결했으며, 또 다른 러시아의 핵심 개발 은행인 대외경제개발은행(VEB)은 러시아 내 특수강 제조용으로 15년간 39억 위안(6억 2,800만 달러)을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상호 결제에서 달러와 유로화에서 탈피하겠다는 건 2000년대부터 러시아와 중국이 추구해온 목표였다. 서방의 대러 제재가 발효 중이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시 자국과 유럽연합(EU) 내 러시아 대기업들의 대체 계좌 거부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통화로의 결제 전환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 태환이 자유로운 국제 통화가 아님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들 모든 협정은 주로 러시아 루블화와 중국 위안화로 표시됐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와 중국은 상호 결제 시 루블화와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등 금융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대통령궁 자료는 “2015년 첫 두 달에만 쌍무 계약에서 차지하는 러-중 양국 통화 결제 비율은 7% 증가했다” 고 밝혔다. 2014년 이 비율은 러시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890억 달러, 중국 자료에 따르면 950억 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포커스>에 따르면 러시아투자회사 UFSIC의 일리야 발라키레프 수석분석가는 이들 상업 협력 프로젝트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에너지와 철도, 항공기 제작 분야 협력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민간 대형 항공기 시장에 내놓은 수호이 수퍼제트 100
우선 에너지 협력에서는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과 왕동진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부총경리는 총 길이 2,700km에 달하는 서부 노선 ‘알타이’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중국에 공급한다는 내용의 기본 조건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30년 동안 연간 30bcm(300억 입방미터)의 시베리아 서부지역의 가스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앞서 중러가 2014년 5월 타결한 시베리아가스 공급합의는 ‘시베리아 힘’이라 불리는 동부노선을 말하며, 이 역시 연간 38bcm(38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30년동안 공급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가동될 이 동부노선의 경우 이미 지난해 9월 가스프롬이 중국으로부터 50억달러의 공사비용을 받아 파이프라인 부설 공사에 들어갔다. 이 두 노선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연간 68 bcm의 천연가스는 2014년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38%에 해당되며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전체 가스 물량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또 항공산업 협력은 러시아 통합항공기제작사(ОАК)가 수호이 수퍼제트 100 항공기 100대를 3년간 중국에 공급한다는 것으로 대당 3억 6천만 달러의 비용을 고려하면 계약 총액은 36억 달러에 달한다. 항공기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앞서지만 고속철은 중국이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자랑한다. 이번 두나라 협력사업엔 고속철 건설 사업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러시아 최초로 건설되는 모스크바-카잔 구간 고속철도에 59억달러(3천억 루블)을 투자하기로 했다. 총 연장 770km에 달하는 이 고속철도가 건설되면 모스크바-카잔 구간 소요 시간은 현재 11시간 30분에서 최대 3시간 30분으로 단축된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새로 체결된 모두 32건에 이르는 계약들로 러시아 기업들의 중국 자본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라키레프는 “중국은 이미 국내총생산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러시아의 직접 파트너이다. 경제 규모와 소비, 금융 자원에서 나타나는 두나라의 차이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우월한’ 지위는 꽤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새로 체결된 모두 32건에 이르는 계약들로 러시아 기업들의 중국 자본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라키레프는 “중국은 이미 국내총생산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러시아의 직접 파트너이다. 경제 규모와 소비, 금융 자원에서 나타나는 두나라의 차이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우월한’ 지위는 꽤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8일 시진핑 주석과 32개의 경제협력 협정에 합의한 뒤 악수하는 푸틴 대통령
신실크로드’ 대장정에 동참하는 러시아
이들 프로젝트별 협력 사업 보다 전략적으로 의미가 큰 것은 공동성명의 내용이다.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중앙아시아국가들을 끌어들여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시진핑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SREB)를 통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유라시아 경제연합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을 통합하려는 구소련 공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협력체 구상이다.
또 공동성명은 두 이니셔티브를 조율하기 위한 대화의 플랫폼으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지적했다. 이는 두나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그동안 상호 견제의 경쟁 내지 갈등 양상을 보여왔던 중앙아시아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은 중국과의 경제통상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안드레이 슬레프네프 유라시아경제위원회(EEU 집행기관) 통상장관은 5월 19일 <러시아포커스>에 이는 명실상부한 연합체 창설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중국의 기본 프로젝트인 ‘실크로드 경제 벨트’ 안에서 인프라 개발에 합작 투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중앙아시아에서 러-중 공동 관리 지대 창설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프로젝트의 통합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인프라 개발용으로 ‘실크로드 건설기금’에서 자금을 받게 될 것이고, 중국은 정치적 위험성이 없고 관세동맹의 인프라가 제공되는 믿을 만한 대유럽 운송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 노선을 통하면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에 세관국경은 모두 2개뿐이다). 또 러시아는 안보를 보장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중국은 거대한 경제 행위자로 나서게 된다.
투자회사인 ‘루스-인베스트’ 드미트리 베덴코프 수석분석가는 “이 프로젝트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차원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다”면서 “EEU 구조를 효과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중국의) ‘실크로드’ 창설 프로젝트와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제 기존에 검토돼 왔던 EEU-중국 간 자유무역지대 창설 협정을 확대하여 더 폭넓은 경제 통상 협력 협정을 입안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지역협력 메카니즘을 통한 새로운 차원의 상호의존
시진핑 지도부의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신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가 중러 협력을 바탕으로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비슷한 시기 아베 신조 총리의 미국방문을 통해 기존 방위협력 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확대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 하는 것에 대한 중러의 공동대응일 수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위기와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 국면은 이를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실제로 두나라는.5월 9일 전승 70주년 기념 군사행진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사진을 붉은 광장에 크기 게양한 채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붉은 광장의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함으로써 서방 제국주의에 대해 공동투쟁을 벌였던 역사적 유대감마저 과시했다. 중국의 국제관계분야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인 옌쉐퉁 칭화대학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 같은 이들은 <역사의 관성: 미래 10년 중국과 세계>(2013년)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동맹을 맺음으로써 미국의 견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을 미일 대 중러의 이분법적 대결구도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대륙에서의 이러한 중러의 협력관계는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블라디미르 페트롭스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차원의 상호 의존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기고문에서 “‘신실크로드 경제 벨트’ 창설 분야 협력에 관한 쌍무 협정은 기존의 중-러 협력 프로젝트들을 통합하고 이들 프로젝트의 발전을 촉진하는 공개 플랫폼일 뿐 아니라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같은 지역 협력 매커니즘에 새로운 내용들을 채워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프로젝트별 협력 사업 보다 전략적으로 의미가 큰 것은 공동성명의 내용이다.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중앙아시아국가들을 끌어들여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시진핑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SREB)를 통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유라시아 경제연합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을 통합하려는 구소련 공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협력체 구상이다.
또 공동성명은 두 이니셔티브를 조율하기 위한 대화의 플랫폼으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지적했다. 이는 두나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그동안 상호 견제의 경쟁 내지 갈등 양상을 보여왔던 중앙아시아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은 중국과의 경제통상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안드레이 슬레프네프 유라시아경제위원회(EEU 집행기관) 통상장관은 5월 19일 <러시아포커스>에 이는 명실상부한 연합체 창설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중국의 기본 프로젝트인 ‘실크로드 경제 벨트’ 안에서 인프라 개발에 합작 투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중앙아시아에서 러-중 공동 관리 지대 창설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프로젝트의 통합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인프라 개발용으로 ‘실크로드 건설기금’에서 자금을 받게 될 것이고, 중국은 정치적 위험성이 없고 관세동맹의 인프라가 제공되는 믿을 만한 대유럽 운송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 노선을 통하면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에 세관국경은 모두 2개뿐이다). 또 러시아는 안보를 보장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중국은 거대한 경제 행위자로 나서게 된다.
투자회사인 ‘루스-인베스트’ 드미트리 베덴코프 수석분석가는 “이 프로젝트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차원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다”면서 “EEU 구조를 효과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중국의) ‘실크로드’ 창설 프로젝트와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제 기존에 검토돼 왔던 EEU-중국 간 자유무역지대 창설 협정을 확대하여 더 폭넓은 경제 통상 협력 협정을 입안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지역협력 메카니즘을 통한 새로운 차원의 상호의존
시진핑 지도부의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신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가 중러 협력을 바탕으로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비슷한 시기 아베 신조 총리의 미국방문을 통해 기존 방위협력 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확대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 하는 것에 대한 중러의 공동대응일 수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위기와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 국면은 이를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실제로 두나라는.5월 9일 전승 70주년 기념 군사행진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사진을 붉은 광장에 크기 게양한 채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붉은 광장의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함으로써 서방 제국주의에 대해 공동투쟁을 벌였던 역사적 유대감마저 과시했다. 중국의 국제관계분야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인 옌쉐퉁 칭화대학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 같은 이들은 <역사의 관성: 미래 10년 중국과 세계>(2013년)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동맹을 맺음으로써 미국의 견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을 미일 대 중러의 이분법적 대결구도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대륙에서의 이러한 중러의 협력관계는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블라디미르 페트롭스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차원의 상호 의존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기고문에서 “‘신실크로드 경제 벨트’ 창설 분야 협력에 관한 쌍무 협정은 기존의 중-러 협력 프로젝트들을 통합하고 이들 프로젝트의 발전을 촉진하는 공개 플랫폼일 뿐 아니라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같은 지역 협력 매커니즘에 새로운 내용들을 채워넣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naver.com
<참고> 중국석유화학공업 연합회(CPCIF)의 2015년 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180Bcm이며, 수입량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58Bcm이었음. 또 2000~2013년 동안 중국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24.5Bcm에서 167.6Bcm으로 연평균 11Bcm(16%) 증가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1차 에너지 소비량(7.9%) 및 GDP(10.2%)의 증가 속도보다 높은 것이다. 한편, 2014년 가스프롬이 유럽에 수출한 천연가스의 규모는 146.6 Bc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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