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새 둥지를 틀었다면, 딱 3주만 모른척 하면 돼
길어야 3~4주만 기다리면 되는데, 아쉬운 생명 경시
황조롱이, 딱새도 둥지 틀어, 불편 참으면 잊지못할 경험
» 황조롱이가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화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 이렇게 물어온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만약 둥지가 굉장히 아슬아슬한 위치에 있어 바로 어떠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자칫 둥지 안의 새끼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이거나, 둥지를 당장에 치우지 않으면 생활하는데 아주 많이 불편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2주, 아무리 길어도 딱 3주만 그냥 가만히 두고 기다려주세요.”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 새가 둥지를 튼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제비와 같이 천적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소 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곁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는 종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제비가 아닌 다른 새들도 사람의 집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도심 속 아파트나 높은 고층건물에도 말이죠.
» 사람이 있는 곳엔 자신과 새끼를 위협하는 천적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비는 사람의 왕래가 잦은 재래시장 처마나 간판 밑에 둥지를 트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통 새들은 종마다 둥지를 트는 곳이 다릅니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새끼를 안전하게 기를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만약 아파트 화단이나 베란다처럼 공간이 안전하고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면 둥지를 트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합니다.
» 종종 도심 속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새끼를 길러내는 맹금류 황조롱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튼 새의 이야기를 접하신 적이 있을 겁니다. 보통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천연기념물 323-8호 황조롱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도 매년 여름 아파트에 둥지를 튼 새를 구조해달라는, 조처를 해달라는 연락을 종종 받았는데 대부분은 황조롱이였습니다.
황조롱이는 탁 트인 평원을 마주하고 있는 암벽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러냅니다. 만약 탁 트인 평원을 마주한 아파트가 있다면 황조롱이에게는 암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꽤 적합한 번식장소가 될 수 있지요.
물론 이렇게 도심 속 건물이나 아파트 베란다 등에 둥지를 트는 새가 황조롱이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 흔히 목격되는 황조롱이는 3월 말에서 4월 말 사이에 산란을 합니다. 알은 5월 중에 부화를 하게 되고 약 3주, 아무리 길어봐야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둥지를 떠나갑니다.
» 베란다에 위치한 에어컨 실외기 위에 자리 잡은 황조롱이 가족.
장소와 환경 자체는 이들에게 꽤 적합했겠습니다만, 이들은 미처 사람까지 고려하지 못했었나 봅니다. 보통 새끼를 길러내는 새들을 목격하게 되면 반응이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자신의 집에 새가 둥지를 튼 사실을 신기해하고 기뻐하며, 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고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무섭다, 더럽다, 시끄럽다 등의 이유로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기 집 베란다에서 새가 새끼를 기르고 있는데 더럽고 시끄러우니 당장 베란다에서 끄집어내라며 난리를 치던 이도 있었습니다.
육추 중인 새끼 새의 위치를 함부로 옮기는 것은 새끼 새들의 생존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길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을 완고하게 거절을 하였고, 어쩔 수 없이 임시로 인공 둥지를 만들어 아파트 옥상에 설치한 뒤 새끼를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 길어봐야 3주면 떠날 친구들인데, 결국 베란다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지켜보았더니 다행히도 어미가 포기하지 않고 새끼를 돌보러 나타났습니다.
또 한 번은 어느 학교에서 구조신고를 해 온 적이 있습니다. 교실 내부에 딱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는데 시끄럽고 더러워서 둥지를 떼어냈으니 데려가 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구조였지 쫓아낸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미 딱새는 새끼를 도저히 기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영어와 수학도 중요하지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경시하는 학교에서 과연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 학교 교실에 둥지를 틀었다는 이유로 쫓겨난 딱새 가족. 이 학교에서는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비가 둥지를 많이 트는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너무나 쉽게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둥지를 떼어낸 흔적, 지어진 둥지를 사용할 수 없게끔 둥지 내부에 이물을 넣어놓은 모습 등을 말이죠.
보통 제비의 배설물이 떨어져 바닥을 더럽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둥지를 없애거나 둥지 내부에 이물을 넣어놓은 모습을 보노라면 조금의 불쾌함과 불편 때문에 찾아온 새의 번식 자체까지 꼭 막아야 했는지 속이 상합니다.
배설물로 인한 오염이 문제라면 둥지 아래에 임시로 배변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배변판 하나만 달아놓아도 해결될 일인데 말이죠.
제비는 진흙과 지푸라기 등을 수백, 수천 번 물어 날라야 겨우 집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품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정녕 우리에겐 불편함, 번거로움, 더러움인가요?
» 제비의 배설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더럽혀진다는 이유로 제비의 번식을 방해하기 위해 둥지 안에 이물을 넣어 놓은 모습.
» 진흙과 지푸라기 등으로 둥지를 짓고 있는 제비. 수백, 수천 번 물어 날라야 겨우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집에 새가 둥지를 튼 사실을 신기해하고 기뻐하며, 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고까지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선박에 둥지를 튼 제비를 위해 새끼가 다 자라 떠날 때까지 한 달간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 어업을 하지 않았던 어민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생명존중의 귀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 공사 중인 아파트 베란다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 새끼의 모습. 아파트 관계자들은 감사하게도 수리부엉이가 무사히 둥지를 떠날 때까지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었습니다.
» 자신의 아파트 실외기 위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가 행여 뙤약볕에 더워하지는 않을까 우산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사냥에 실패하는 날이 계속되자 먹이까지 챙겨주시는 집주인.
자, 그렇다면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새끼가 모두 이소할 때까지 자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딱 2~3주 정도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모른 척 해주시면 된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둥지의 위치가 계속해서 자극을 줄 수밖에 없는 곳에 있다거나, 새 생명의 탄생 과정을 관찰하고자 싶으실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런 때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새가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부화시킨 후 새끼를 길러내기까지 약 2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 중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품는 한 달은 사실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흔적도 많이 남기지 않기 때문이죠.
문제는 새끼가 부화하고 나서입니다. 먹이를 한번이라도 더 받아먹기 위해 소리 내 울고, 성장을 위해 종일 먹이를 먹기 때문에 배변활동도 많이, 자주 합니다. 때문에 새끼가 태어나 둥지를 떠날 때까지 약 한 달은 꽤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시끄럽고 내 집의 일부가 더러워진다 하더라도 새 생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내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불편한 한 달은 야생동물에겐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달입니다.
» 시끄럽고 내 집의 일부가 더러워진다 하더라도 새 생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함을 참아낼 만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황조롱이, 딱새도 둥지 틀어, 불편 참으면 잊지못할 경험
» 황조롱이가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화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 이렇게 물어온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만약 둥지가 굉장히 아슬아슬한 위치에 있어 바로 어떠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자칫 둥지 안의 새끼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이거나, 둥지를 당장에 치우지 않으면 생활하는데 아주 많이 불편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2주, 아무리 길어도 딱 3주만 그냥 가만히 두고 기다려주세요.”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 새가 둥지를 튼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제비와 같이 천적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소 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곁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는 종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제비가 아닌 다른 새들도 사람의 집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도심 속 아파트나 높은 고층건물에도 말이죠.
» 사람이 있는 곳엔 자신과 새끼를 위협하는 천적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비는 사람의 왕래가 잦은 재래시장 처마나 간판 밑에 둥지를 트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통 새들은 종마다 둥지를 트는 곳이 다릅니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새끼를 안전하게 기를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만약 아파트 화단이나 베란다처럼 공간이 안전하고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면 둥지를 트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합니다.
» 종종 도심 속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새끼를 길러내는 맹금류 황조롱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튼 새의 이야기를 접하신 적이 있을 겁니다. 보통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천연기념물 323-8호 황조롱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도 매년 여름 아파트에 둥지를 튼 새를 구조해달라는, 조처를 해달라는 연락을 종종 받았는데 대부분은 황조롱이였습니다.
황조롱이는 탁 트인 평원을 마주하고 있는 암벽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러냅니다. 만약 탁 트인 평원을 마주한 아파트가 있다면 황조롱이에게는 암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꽤 적합한 번식장소가 될 수 있지요.
물론 이렇게 도심 속 건물이나 아파트 베란다 등에 둥지를 트는 새가 황조롱이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 흔히 목격되는 황조롱이는 3월 말에서 4월 말 사이에 산란을 합니다. 알은 5월 중에 부화를 하게 되고 약 3주, 아무리 길어봐야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둥지를 떠나갑니다.
» 베란다에 위치한 에어컨 실외기 위에 자리 잡은 황조롱이 가족.
장소와 환경 자체는 이들에게 꽤 적합했겠습니다만, 이들은 미처 사람까지 고려하지 못했었나 봅니다. 보통 새끼를 길러내는 새들을 목격하게 되면 반응이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자신의 집에 새가 둥지를 튼 사실을 신기해하고 기뻐하며, 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고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무섭다, 더럽다, 시끄럽다 등의 이유로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기 집 베란다에서 새가 새끼를 기르고 있는데 더럽고 시끄러우니 당장 베란다에서 끄집어내라며 난리를 치던 이도 있었습니다.
육추 중인 새끼 새의 위치를 함부로 옮기는 것은 새끼 새들의 생존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길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을 완고하게 거절을 하였고, 어쩔 수 없이 임시로 인공 둥지를 만들어 아파트 옥상에 설치한 뒤 새끼를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 길어봐야 3주면 떠날 친구들인데, 결국 베란다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지켜보았더니 다행히도 어미가 포기하지 않고 새끼를 돌보러 나타났습니다.
또 한 번은 어느 학교에서 구조신고를 해 온 적이 있습니다. 교실 내부에 딱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는데 시끄럽고 더러워서 둥지를 떼어냈으니 데려가 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구조였지 쫓아낸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미 딱새는 새끼를 도저히 기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영어와 수학도 중요하지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경시하는 학교에서 과연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 학교 교실에 둥지를 틀었다는 이유로 쫓겨난 딱새 가족. 이 학교에서는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비가 둥지를 많이 트는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너무나 쉽게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둥지를 떼어낸 흔적, 지어진 둥지를 사용할 수 없게끔 둥지 내부에 이물을 넣어놓은 모습 등을 말이죠.
보통 제비의 배설물이 떨어져 바닥을 더럽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둥지를 없애거나 둥지 내부에 이물을 넣어놓은 모습을 보노라면 조금의 불쾌함과 불편 때문에 찾아온 새의 번식 자체까지 꼭 막아야 했는지 속이 상합니다.
배설물로 인한 오염이 문제라면 둥지 아래에 임시로 배변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배변판 하나만 달아놓아도 해결될 일인데 말이죠.
제비는 진흙과 지푸라기 등을 수백, 수천 번 물어 날라야 겨우 집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품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정녕 우리에겐 불편함, 번거로움, 더러움인가요?
» 제비의 배설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더럽혀진다는 이유로 제비의 번식을 방해하기 위해 둥지 안에 이물을 넣어 놓은 모습.
» 진흙과 지푸라기 등으로 둥지를 짓고 있는 제비. 수백, 수천 번 물어 날라야 겨우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집에 새가 둥지를 튼 사실을 신기해하고 기뻐하며, 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고까지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선박에 둥지를 튼 제비를 위해 새끼가 다 자라 떠날 때까지 한 달간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 어업을 하지 않았던 어민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생명존중의 귀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 공사 중인 아파트 베란다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 새끼의 모습. 아파트 관계자들은 감사하게도 수리부엉이가 무사히 둥지를 떠날 때까지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었습니다.
» 자신의 아파트 실외기 위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가 행여 뙤약볕에 더워하지는 않을까 우산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사냥에 실패하는 날이 계속되자 먹이까지 챙겨주시는 집주인.
자, 그렇다면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새끼가 모두 이소할 때까지 자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딱 2~3주 정도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모른 척 해주시면 된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둥지의 위치가 계속해서 자극을 줄 수밖에 없는 곳에 있다거나, 새 생명의 탄생 과정을 관찰하고자 싶으실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런 때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1. 과하지 않은,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
새끼가 높은 곳에 위치한 둥지에서 떨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육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선택한 둥지 장소가 너무 비좁거나 조금은 부적합한 환경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주기적으로 관찰을 한다면 이런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 있고, 사고가 났더라도 빠른 대처가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역시 너무 자주, 가까이서 관찰을 하게 되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2. 아직 알을 품고 있고 있는 상황이라면 불필요한 자극은 최소화
어미는 알을 품고 있는 포란 시기에 굉장히 예민해집니다. 사람의 과도한 자극이나 접근으로 인해 둥지와 알을 포기하고 떠나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일단 알에서 새끼가 부화한다면 새끼를 지켜내려는 모성애가 더 강해지기 때문에 포기할 확률이 낮아지므로 꼭 관찰하고 싶다면 되도록 포란이 끝난 후부터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새끼 기르는 과정에 과도한 관여는 금물
어떤 이는 우리 집 베란다에 황조롱이가 둥지를 틀었다며 기쁜 마음에 돼지고기며, 소고기며 이것저것 준비해서 제 자식 돌보는 마음으로 먹여주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을 위하는 그 마음은 참으로 감사하지만 이 역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먹이를 주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나중에 자연에서 살아갈 때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어미 중 한 마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든가, 궂은 날씨가 계속되어 먹이사냥을 못한다면 부분적으로 먹이주기에 관여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습니다. 황조롱이와 같은 맹금류의 먹이로는 영양분과 확보의 용이성 측면에서 닭 날개를 으깬 뒤 적당한 크기로 잘라 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새가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부화시킨 후 새끼를 길러내기까지 약 2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 중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품는 한 달은 사실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흔적도 많이 남기지 않기 때문이죠.
문제는 새끼가 부화하고 나서입니다. 먹이를 한번이라도 더 받아먹기 위해 소리 내 울고, 성장을 위해 종일 먹이를 먹기 때문에 배변활동도 많이, 자주 합니다. 때문에 새끼가 태어나 둥지를 떠날 때까지 약 한 달은 꽤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시끄럽고 내 집의 일부가 더러워진다 하더라도 새 생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내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불편한 한 달은 야생동물에겐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달입니다.
» 시끄럽고 내 집의 일부가 더러워진다 하더라도 새 생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함을 참아낼 만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