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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이 지난 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시범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WT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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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지난 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2015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WTF] |
북측 태권도 시범단 22명이 사상 최초로 한국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주최하는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석, 12일(한국시간) 대회 개막식 무대에 올랐다.
북측 조선태권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능만 단장이 이끄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은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개막식에서 약 20분 동안 대련과 고공 격파 등을 선보였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북측 장웅 ITF 총재가 동행하지는 않았지만, 조정원 WTF 총재는 지난해 11월 장 총재에게 시범단 초청의사를 밝혔고, 올해 1월에 처음으로 공식 초청장을 보냈다.
이는 두 단체가 지난해 태권도 발전을 위해 체결한 의향서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8월 21일 장웅 ITF 총재와 조정원 WTF 총재는 제2회 유스올림픽에 참가한 기회에 중국 난징에서 만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 입회하에 태권도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한 의향서에 서명한 바 있다.
당시 의향서에 따르면, 두 단체는 상호 이해와 단결을 목적으로 상대방이 주최하는 대회에 선수를 파견하기로 하고 교류의 일환으로 시범단도 서로 파견하기로 했다.
또 이르면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에 ITF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명기했다.
지난 2011년 미국인 최초로 북한에서 태권도학 박사학위를 받은 조지 바이탈리 씨는 남북 태권도인들이 나란히 선 이번 행사를 ‘역사적인 무대’로 평가했다.
또 이번 교류를 기점으로 두 태권도 연맹 선수들이 서로의 경기규칙을 준수하면서 상대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와 행사에 교차 출전할 수 있는 길에 더욱 다가섰다고 말했다.
태권도의 탄생과 WTF·ITF분열
태권도는 1955년 당시 육군 소장이었던 고 최홍희 장군이 민족무예를 집대성해 창시했으며, 그는 1959년 창립한 대한태권도협회를 중심으로 1966년 ITF를 창설하고 총재로 취임했다.
최홍희의 회고록 『태권도와 나』에 따르면, 조선학병 출신으로 반일조직을 도모하다가 발각돼 6년형을 선고받고 평양형무소에서 해방을 맞은 최홍희는 박정희를 늘 아래로 내려다 봤으며, ITF를 창설한 이후 자신이 노란 띠를 달아준 경호실 출신의 김운용을 박정희가 총재로 임명하려한다는 걸 눈치챈 후 캐나다로 망명을 결행한다.
이후 최홍희는 캐나다를 중심으로 ITF의 국제화 사업을 벌였고 그 과정에 북한에도 태권도를 널리 보급하던 중 1979년에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게 된다.
민족무예를 집대성해 태권도를 창시한 최 총재의 공로를 인정한 김 주석의 지원을 받으며 활동을 벌이던 ITF는 2002년 최 총재가 평양에서 사망한 후 줄곧 북측 인사가 총재를 맡아왔다.
그 사이 국내에 있던 대한태권도협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설립하고 초대 총재로 IOC위원과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운용을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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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1절 125돌 경축 수도건설자들의 체육경기가 열린 김일성경기장에서 진행된 ‘건강태권도’ 시범경기 모습. [캡쳐사진 - 노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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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제주민족평화축전에서 선보인 북측의 태권도 시범. [자료사진 - 통일뉴스] |
WTF는 형의 종류와 동작, 기술명칭 그리고 대련규칙을 비롯한 전반적인 형식이 ITF와 다르며, 오랫동안 대립관계에 있었다.
지난 2002년 서울을 방문한 북측 태권도 시범단은 WTF 규칙을 따르는 남측과 달리 보호장구 없이 도복만 입고 마우스피스와 손·발 글러브를 착용한 채 시합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의 경기 시범을 보여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WTF에서 ‘품새’, ‘겨루기’, ‘격파’라고 사용하는 용어를 ITF에서는 ‘틀’, ‘맞서기’, ‘위력’으로 쓰고 있었으며, 품새는 태극 1~8장, 고려, 금강 등 16가지로 구성돼 있는 반면, 틀은 천지, 단군, 도산, 원효 등 24가지로 이뤄져 있었다.
또 겨루기에서도 WTF와 달리 주먹을 이용한 안면 가격을 허용하는 등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남측 태권도 관계자들은 남북이 기본 동작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북측은 60년대 태권도의 고유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남측이 태권도의 기술적인 측면을 발전시켰다면 북측은 힘을 바탕으로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권도 통일과 올림픽 정식종목
IOC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태권도를 정식경기로 추가했으며, 경기에는 WTF 규칙을 적용하고 참가자격도 WTF 소속선수에게만 부여해왔다.
두 단체는 IOC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통합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WTF는 기술통합을 우선시하고 ITF는 기구통합을 전제로 앞세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무대에 함께 오른 WTF와 ITF 시범단의 교류는 ‘태권도 통일’을 향해 내딛은 첫 걸음일지 모른다.
대회 기간 중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세계태권도대회의 다음 개최지로 전라북도 무주가 정해진 가운데,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무주에서도 ITF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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