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뮤직비디오... "너무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
▲ 2시간 넘게 이어진 발표회가 끝날 즈음, 무대 위에는 발표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유가족 등 20여명이 무대 위에 섰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함께 '네버엔딩스토리'를 부르며 행사는 끝이 났다. | |
ⓒ 유성애 |
6분짜리 짧은 영상이었다. 캄캄한 무대 위 화면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부른 '네버엔딩스토리' 뮤직비디오 영상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구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네버엔딩스토리' 제작발표회 겸 첫 상영회 현장이었다.
"가슴이 짠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참사 후 가족들이 싸워왔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흘러갔고, 영상에 나오는 (단원고) 빈 운동장과 빈 철봉, 빈 의자들을 보면서 그 많은 단원고 아이들 250명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프더라고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남석, 고 이창현군 아버지)
"'우리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저는 사고 후에 계속 '난 이제 평범한 사람들과 달라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뮤비(뮤직비디오)에선 아주 평범한 모습들이 나오잖아요. 가족들이 요즘 '빨갱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데, 사람들이 이걸 보고 참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아픈 일을 당했다는 걸 알길 바라요." (최윤아, 고 최윤민양 언니)
'끝나지 않는 아픔'을 상징하며 만들었다는 뮤직비디오의 줄거리는 단순하면서도 강하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모습으로 영상은 시작됐다.
유족들이 부르는 '네버엔딩스토리(김태원 원곡)' 노래를 배경으로, 화면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어릴 적 사진이 돌아가며 등장한다. 젖먹이 때부터 유치원 소풍, 가족여행 등 성장하는 순간순간이 찍힌 사진들이었다. 70여 유가족, 1000여 장의 사진들이 모여 세월호 선체 형상을 이루면서 영상은 끝이 났다.
"'아이 얼굴 도저히 못 보겠다' 참여 못해 아쉬워한 유족도 많았어요"
▲ '끝나지 않는 아픔'을 상징하며 만들었다는 네버엔딩스토리 뮤비에는 희생자들의 어릴 적 사진이 많이 등장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참사 희생자로, 유가족으로 바뀌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 |
ⓒ 뮤비 화면캡쳐 |
▲ '끝나지 않는 아픔'을 상징하며 만들었다는 이 뮤비에는 희생자들의 어릴 적 사진이 많이 등장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참사 희생자로, 유가족으로 바뀌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 |
ⓒ 유성애 |
뮤직비디오에는 특히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의 어린 시절 사진이 많이 등장했다. 모두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유족들을 일일이 찾아가 유품사진을 모았다는 이미경(고 이영만군 어머니)씨는 "동참하고 싶은데도 '아이 얼굴을 도저히 볼 수가 없다'며 사진을 못 준 가족들도 많았다, 다들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제작부터 섭외까지 총괄한 건 5남매의 평범한 엄마이자 '리멤버0416' 대표인 오지숙씨다. 참사 발생 후, '유족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광화문 1인시위에 나섰던 오씨였다(관련기사: 독수리 오남매의 엄마 "저에게 1초만 주소서"). 그는 "제가 오히려 무모했기 때문에 이 꿈을 현실로 만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2015년 2월 11일 수요일>
차를 운전하면서 음악들을 들었다. 어떤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흘렀다. 노래 가사와 함께 머릿속에 선명한 영상들이 지나갔다. 반복해서 들으며 계속 울었다. 어떤 구상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되기만 하면 참 좋겠지만 안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실현된다는 건 꿈에 가깝다. 이 꿈을 꾸어도 될 것인가?
('네버엔딩스토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오씨가 쓴 글)
뮤직비디오의 시작은 2월 초, 음악을 듣다 떠오른 영상이었다고 한다. 첫 구상부터 발표까지는 딱 107일이 걸렸다. 안 될 가능성이 더 큰, 그의 표현대로라면 '꿈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오씨는 고민 끝에 지인에게 물었다. "선생님, 제게 오늘 우연히 한가지 생각이 났는데, 상의 드리고 싶어서요…"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진행 과정 내내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데이트 됐다.
오씨는 원곡 저작자이자 록밴드 '부활'의 리더인 가수 김태원에게 직접 일곱 장의 손편지를 쓰고, 회사에 찾아가기도 하면서 결국 원곡 저작물의 사용동의서를 받는 데 성공했다. 영상제작을 맡아줄 감독을 찾아갔다가 거절을 당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편곡자와 음악감독을 섭외했다고 한다.
발표회에서는 촬영과정이 담긴 제작 필름도 공개됐다. 한 공간에 둘러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 연습이 끝난 뒤 휴지를 나누며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결국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노란 옷을 맞춰 입은 유족들이 모여 뮤비 촬영을 시작했다. 제작비도 190여 명의 후원으로 3일 만에 모였다.
'윤민 언니' 최윤아씨는 "제 동생 윤민이는 희생자 304명 중 한 명이 아니라 윤민이 딱 한 명"이라고 말하던 도중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던 윤민이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이번 뮤비에도 그런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란 최씨의 말에 객석에서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건 '그들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합창으로 막 내린 발표회
▲ 발표회에서는 촬영과정이 담긴 제작 필름도 공개됐다. 한 공간에 둘러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 연습이 끝난 뒤 휴지를 나누며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 |
ⓒ 오지숙 |
▲ 2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구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세월호 추모뮤비인 '네버엔딩스토리' 제작발표회 겸 첫 상영회가 열렸다. 무대 위에 선 유가족들과 제작자들의 모습. | |
ⓒ 유성애 |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 보컬 첫 연습>
저녁 7시, 안산합동분향소 가족대기실 공방에 어머님, 아버님, 언니들이 모였다.
그토록 애타게 찾던 보컬이 정해졌다.부모님 다섯 분, 형제자매 다섯 명, 이렇게 10명의 메인 보컬과 416가족합창단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이 함께하기로 했다. 가족분들께 노래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 혹시나 결례가 아닐까 염려했던 것은 기우였다. 노래를 부르시는 부모님과 언니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오씨는 "매일 유가족이 투쟁하고 싸우는 모습만 보던 사람들에게, 이들도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만약 우리에게 이런 일이 닥쳤다면 우리도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말했다. "너무나 행복했던 이 일상이 참사로 인해 다 사라졌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날 발표회 생중계를 맡아 내보낸 유가족 문종택(고 문지성양 아버지, 416TV 총괄)씨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할 언론을 만나고 싶다, 유족들의 슬픔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특별법과 (정부) 시행령 폐기를 외치는 유족들의 한스러운 목소리를 싣는 언론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제작발표회 이후 유튜브와 SNS를 통해 이 뮤직비디오를 알릴 계획이다. 영어자막도 함께 제공된다. 2시간 넘게 이어진 발표회가 끝날 즈음, 무대 위에는 발표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유가족 등 20여 명이 무대 위에 섰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함께 '네버엔딩스토리'를 부르며 행사는 끝이 났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09일째의 모습이었다.
"한 사람의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 여럿의 노력이 더해져 큰 울림이 있는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끝으로 여기 모인 모든 분들과 함께 끝나지 않는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 네버엔딩 스토리를 불러보겠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 가족의 마음으로 불러주세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아서, 저희 같은 유가족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416 유가족 합창단, 이런 것도 더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이 더 안전한 사회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남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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