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미국을 ‘수렁’으로 밀어넣으려는가?
<분석과전망>지상군 투입은 어느 나라의 지상군이 되었든 ‘중동의 수렁’
한성 자유기고가
기사입력: 2014/10/01 [18:42] 최종편집: ⓒ 자주민보
지난 27일 키프로스 내에 있던 공군기지에서 영국의 전폭기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영국이 자랑하는 토네이도 GR-4 전폭기들이었다. 이라크에 있는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의기양양했다. 비록 시리아전선은 아니지만 이라크전선에 우방이자 군사강국인 영국이 동참한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출격했던 영국의 전폭기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기지로 돌아왔다. 다시 재출격했지만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 또 다시 세 번째로 출격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영국은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몰라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IS를 방해할 수는 있어도 막지는 못할 것“
전폭기 출격 하루 전날 IS 공습 참여를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시켜준 영국하원에 대한 예를 차려야된다는 생각이라도 했던 것이었을까? 영국이 침묵하는 동안 미국이 나서서 그 이유를 대신 설명해주었다.
29일이었고 제프리 해리지언 미 공군소장이 그 역할을 맡았다. 국방부기자회견을 통해 그는 IS의 산개전술을 언급했다. IS가 대형대열을 이루는 전술에서 산개전술로 전술변화를 하는 바람에 "위치를 찾아내 타격하는 작업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을 한 것이다.
영국하원은 뻘쭘했고 미국은 속이 탔다. 자신이 주도한 공습이 IS의 '해산 전략'에 막혀 무력화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언급한다는 것은 미국에게는 한숨을 동반하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토네이도 GR-4의 성공적인 공습은 30일에야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전과라고 해봤자 무장한 소형트럭 한 대 격파가 고작이었다. 더구나 영국은 여전히 IS격퇴의 주 전선인 시리아전선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 침공’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속을 태우는 일은 우방인 이스라엘에서도 날아왔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가 29일 미국이 IS공습을 개시한 이후 IS가 6천명 이상의 신규대원을 모집했다는 보도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에 본부가 있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 중에서 외국국적을 가진 대원이 최소 1천300명은 된다는 부연보도를 해주었다.
이것들을 미국은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미국이 IS의 세력 확장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는 토로를 한 것이다. "시리아 내전의 혼란 속에 온 나라가 무정부 상태에 들어가면서 IS가 그 기회를 활용해 조직을 재정비했다"고 말한 것이다.
미국이 IS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시인했다는 것은 미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들이 더 놀라야했던 것은 그 말이 누구도 아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 때문이었다. 28일이었으며 CBS 방송의 '60분'(60 Minutes) 프로그램에 출연해서였다.
오바마는 심지어 IS와 싸우는 이라크 정부군의 능력과 의지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를 했다는 것까지도 시인했다.
사람들의 놀라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시리아에서도 미국에게는 비보나 다름 없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온 것이다. 시리아의 IS가 미국 주도의 끊임없는 공습을 뚫고 터키 접경 지역의 쿠르드족 핵심도시 부근까지 진격했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AFP통신이 보도했다. SOHR를 인용한 것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IS가 29일 터키와 접한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핵심거점 아인알아랍(쿠르드식 지명 코바니) 전방 5㎞ 지점까지 접근한 것이었다. 이는 미국주도의 공습이 지난 16일부터 시작되었던 IS의 코바니 진격을 막는 데에는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IS를 방해할 수는 있어도 막지는 못할 것"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한 IS 대원이 29일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레이더와 위성 추적으로 우리 기지들이 노출된 것을 알고 있었고 예비 기지를 마련하며 대비해왔다"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IS에 대한 미국의 공습의 현 전황이 정확히 읽히는 대목이다.
이것들은 미국 주도의 공습이 IS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전세가 바뀔 조짐이 아직은 없다는 두 가지의 사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로이터통신 등 대부분의 언론들이 지적하고 있는 사실이다.
지상군투입은 IS격퇴 전선을 ‘중동의 수렁’으로 만드는 출발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지상군투입론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들이었다. 데이비드 리처즈 전 영국군 참모총장이 먼저 그리고 강하게 치고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 주도의 공습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지상군 투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대단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IS격퇴 전선의 향후 전망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다.
리처즈의 주장은 지상군투입에 완강하게 반대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과 대별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얼핏 보면 그럴 뿐 실제에 있어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지원하는 주장으로 된다. 그 근거는 단 하나, 리처즈의 지상군투입론에는 미군이 없다는 것 때문이다. 리처즈는 병력구성과 관련하여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 페시메르가 그리고 시리아 내 온건 반군 등 3개의 병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는 시리아전선으로까지 확장한 IS격퇴전선에서 초장부터 진퇴양난에 내몰려있는 상황이다. 효과 없는 공습을 언제까지 지속해야할 것인가라는 문제 그리고 비등하는 지상군투입론에 의거해 당장 지상군을 투입할 수도 없는 문제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리처즈의 주장은 오바마가 현 시기에 맞딱뜨리고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처럼 보인다.
"미군이 주도하는 공습이 해결책 일부분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리아와 이라크가 정치적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
CBS 방송에 출현한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리처즈와 오바마의 이 두 발언을 기계적으로 종합하면 미국은 미군이 참여하지 않는 지상군 투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친미정권인 이라크 정권을 필두로 시리아 반군 등으로 병력을 구성하여 지상전에 투입하게 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미 지상군 없는 IS격퇴 전선의 완성으로 볼 수가 있다.
간단히 서술하면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렇게 해서 코가 풀어지겠느냐에 있다. 리처즈 주장대로 10만 병력을 훈련과정을 거쳐 지상군에 투입한다고 했을 때 IS격퇴가 완성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것이 결코 오바마 대통령이 처한 진퇴양난을 뚫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 미국을 다시 ‘중동의 수렁’에 빠지게 하는 위험한 방안으로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 페시메르가 그리고 시리아 내 온건 반군이 지상군을 구성하는 순간 그것은 IS격퇴전선이 애초의 목표에서 이탈해 시리아 침공 전선으로 전환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미군 없는 지상군파견은 시리아 이라크 등의 내전을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중동의 주요 지역이 내전에 휩싸이는 상황을 불러옴으로써 ‘중동의 수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미군 투입 지상전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 방안인 것이다. 물론 추정이기는 하다.
이와 관련 왈리드 알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이 29일 유엔총회에서 한 연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무알렘은 연설에서 미국이 IS를 공격하는 동시에 온건 반군에 자금과 무기를 공급하는 '이중정책'을 쓰고 있다는 비판을 했다. 그리고는 "미국의 이중행위로 시리아 내전이 연장되고 테러단체의 성장에도 비옥한 토양을 제공할 것"이라며 "테러리즘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내전 종식을 위한) 정치적 해결에 돌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현실은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리처즈의 주장대로 지상군 투입을 하게 된다면 지상군이 미군이 아닌 것과 상관없이 그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의 수렁’에 다시 빠져들게 될 것이며 영국은 미국을 ‘중동의 수렁’으로 밀어넣은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을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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