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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다시 분열하는 마창진(마산, 창원, 진해)의 미래는?


한겨레 | 작성자 최상원 기자 게시됨: 2014년 10월 26일 15시 46분 KST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26일 15시 46분 KST DEFAULT default 지난달 16일 경남 창원시 창원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성일(왼쪽) 창원시의원이 프로야구 엔씨(NC) 다이노스 구단 전용구장 후보지 이전을 결정한 안상수(오른쪽) 창원시장에게 날달걀을 던지고 있다. 박재현(가운데) 창원시 제1부시장이 팔을 뻗어 막았으나, 안 시장은 2개의 달걀 가운데 첫번째 달걀을 오른팔에 맞았다. 경남신문 제공 지난달 16일 김성일(69·진해 너) 경남 창원시의원은 창원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68) 창원시장에게 날달걀 2개를 던졌다. 안 시장은 오른팔에 첫번째 달걀을 맞고 전치 2주 부상을 당했다. 이 장면은 언론 보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눈요깃감이 됐다. 4선 국회의원 출신에 여당(한나라당) 대표까지 지낸 안 시장은 왜 시의회에서 달걀을 맞았을까? 지난달 4일 안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프로야구 엔씨(NC) 다이노스 구단 전용구장 후보지를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옛 육군대학 터에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마산종합운동장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달걀 투척은 야구장을 다른 지역에 빼앗기게 된 진해 출신 시의원의 ‘응징’이었던 셈이다. 김 의원이 달걀을 던질 당시 창원시의회 앞엔 야구장 후보지 이전에 반대하는 진해지역 주민 수십명이 몰려와 항의하고 있었다. 달걀 투척 다음날인 17일 창원시 간부공무원 27명은 김 의원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남지방경찰청에 고발했고,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default 창원은 야구에 열광하는 도시라서 ‘야도’라고까지 불린다. 그렇다고 과연 창원시민은 프로야구 앞에선 폭력도 서슴지 않을 만큼 비이성적인 사람들일까? 그렇지 않다. 여기에 동의할 창원시민은 아무도 없다. 이번 ‘달걀 투척사건’을 창원시민 대부분은 “의회 내 폭력은 드러난 현상일 뿐, 본질은 통합 창원시 어거지 출범의 후유증”으로 이해한다. 달걀 투척사건 직후 창원시의회가 옛 창원과 진해 분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만 봐도 통합 창원시 출범 그 자체에 문제의 뿌리가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009년 정부가 예산 지원 등을 내세워 경남 창원·마산·진해 등 3개 시의 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해당 지역 많은 시민들은 통합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0년 7월1일 통합 창원시 출범 때까지 주민투표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했고, 경남도의회와 창원·마산·진해 시의회에선 절대다수인 한나라당 의원들끼리 통합을 밀어붙였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비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의회 앞은 성난 군중으로 들끓었다. 당시 정부는 전국 여러 곳에서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했으나 유일하게 창원·마산·진해 통합만 성사시켰고, 이를 두고 ‘주민자율형 통합’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지난 7월1일 충북 청원군과 청주시가 합친 통합 청주시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에서 “통합 청주시 출범은 지방자치 역사상 처음으로 지역 주민이 자율적으로 통합을 이룬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통합 창원시는 ‘주민자율적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엔 ‘어거지 통합’의 후유증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통합 창원시는 국회의원 선거구에 맞춰 5개 행정구를 설치했다. 구청장은 창원시장이 임명한다. 마산지역의 2개 행정구는 ‘마산’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 옛 마산시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라는 어색한 이름을 갖게 됐다. 고속열차가 서는 역은 마산역, 창원역, 창원중앙역 등 세곳이나 된다. 통합 결정 직후인 2010년 2월 ‘창원·마산·진해시 통합준비위원회’는 통합시 이름과 시청 위치, 통합에 따른 정부 지원금 분배 등의 문제를 주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창원·마산·진해 주민 2000명씩 모두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통합시 이름을 ‘창원시’로 결정했다. 시청 위치는 당분간 창원시청을 임시청사로 사용하되, 마산의 마산종합운동장과 진해의 옛 육군대학 터를 공동 1순위, 창원의 육군 39사단 터를 2순위로 정해 통합시 출범 이후 확정하기로 했다. 정부 특별교부세는 마산과 진해가 40%씩, 나머지 20%를 창원이 갖기로 했다. 그러나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창원시의원들은 창원·마산·진해 등 소지역주의로 갈려 몸싸움을 벌이는 등 마찰을 빚었고, 시청 위치 관련 약속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2월 창원시의회는 ‘창원시 청사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회’를 만들어 백지상태에서 이 문제를 재검토했고, 지난해 4월23일 ‘창원시청 소재지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가결해, 통합 창원시 임시청사로 사용하던 옛 창원시청을 통합 창원시 청사로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약속과는 전혀 다른 결론이었다. 이 과정에 옛 창원과 진해 지역 창원시의원들이 힘을 합쳤고, 그 결과로 엔씨 다이노스 프로야구단의 전용구장 위치가 진해의 옛 육군대학 터로 결정됐다. 야구장 후보지 발표와 동시에 잘못된 결정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창원시는 3단계 용역조사를 거쳐 야구장 후보지를 결정했는데, 11곳을 추린 1차 후보지에서 옛 육군대학 터는 꼴찌를 기록했다. 접근성과 이동성 등 평가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종 평가에선 1차 평가에서 1등과 2등을 차지했던 창원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과 마산종합운동장 옆 공터를 모두 꺾고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default 창원시 마산야구장을 찾은 야구팬들 야구장 후보지 결정에 관여한 창원시 한 간부는 “창원시가 프로야구단을 유치한 것은 통합 창원시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한 것이 아니다. 야구장을 진해에 건설하면서 도로를 신설하거나 확장하면 접근성과 이동성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낙후된 진해지역의 발전도 함께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옛 마산시민들은 “시청에 이어 야구장까지 빼앗겼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산지역 창원시의원들은 ‘통합 창원시에서 구 마산시 분리 건의안’을 시의회에 냈다. 한국야구위원회도 “옛 육군대학 터는 새 야구장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 새 야구장은 옛 창원이나 마산에 건립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엔씨 다이노스 구단도 “옛 육군대학 터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한 과정의 타당성·공정성·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창원시에 새 야구장 입지 변경을 요청했다.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7월1일 취임한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달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야구장 후보지를 마산종합운동장으로 옮기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마산종합운동장은 엔씨 다이노스가 임시구장으로 사용하는 마산야구장에 인접한 시설로, 마산회원구청이 입주해 있다. 이번엔 진해지역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창원시는 지난 8일 옛 육군대학 터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며 진해지역 민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김성일 창원시의원이 안상수 시장에게 달걀을 던진 것도 진해지역 시민들의 상실감과 분노를 표현한 것이었다. 갈수록 증폭되는 통합 후유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제라도 주민투표를 하자는 여론이 최근 강하게 일고 있다. 박춘덕 창원시의원은 다음달 6일 창원시의회 임시회에 ‘통합 창원시 정당성 확보를 위한 지역별 주민투표 실시 건의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건의안 자체가 법적 효력은 없지만, 김성일 의원과 유원석 의장을 제외한 전체 창원시의원 41명 가운데 이미 35명이 서명했다. 창원진보연합 등 창원지역 28개 시민단체도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 창원시 찬반 주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차윤재 마산와이엠시에이(YMCA) 사무총장은 “달걀 투척 등 최근 몇 년 동안 창원시의회에서 일어난 모든 의회 폭력은 통합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강제적으로 통합 창원시를 출범시켰고, 가장 중요한 시청 위치 관련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주민투표를 한다면 다시 분리하자고 결정될 것이 확실하다. 뻔한 결과를 보기 위해 주민투표까지 할 바에는 차라리 창원지역 국회의원 5명이 협의해 통합 특별법을 개정함으로써 국회 차원에서 예전의 3개 시로 되돌리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호 창원진보연합 대표도 “야구장 문제는 통합 갈등이 드러난 여러 현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반강제 통합에 따른 갈등을 끝내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주민투표를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더 보기:마창진 분열마산 창원 진해창원통합시 분열창원 분열창원 야구장안상수 창원시장달걀 시장지역통합시지역자치지자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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