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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2일 수요일

10월 25일, 남북 파국의 날이 될 수도 있다


대북전단 살포, 전면전 부르는 '신호탄'... 긴급 평화행동 벌일 때 14.10.23 11:14l최종 업데이트 14.10.23 11:14l장창준(upppolicy) 기사 관련 사진 ▲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월 4일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방남했을 때만 해도 남북관계에 순풍이 부는 듯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던가? 며칠 지나지 않아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얼어붙는 일련의 사태가 발생했다. 10월 7일 NLL 인근에서 상호 함포 사격전이 벌어졌다. 10일에는 대북전단이 살포되었고, 북측은 대형 풍선을 향해 고사포를 발사했다. 19일에도 비무장지대에 북측 군인들이 들어와 남북 간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인근 지역의 관광객과 영농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남북관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4일 인천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대로 2차 고위급 접촉은 열릴 것인가? 오는 25일 예정된 보수단체의 대북전단이 살포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최근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파국으로 치닫는 전주곡이 될 것인가, 아니면 관계 개선의 급물살로 이어지는 반전의 서막이 될 것인가? NLL과 비무장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지난 7일 NLL 인근에서 발생한 남북 상호 포격전은 5년만의 일이다. 게다가 남측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조준, 격파 사격을 시도했다. 북측 함선이 변침하지 않았다면 대규모의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3일 뒤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고사포 발사 사건은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충돌이었다. 물론 이 같은 위기를 감지했는지 박근혜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는 정치적 액션을 취하기는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도 할 만큼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7일 발생한 NLL 포격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남측 군당국의 호전성이다. 당시 북측이 대응사격으로 발사한 포탄은 사거리가 짧아 남측 함정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측 함정은 조준, 격파사격을 시도했다. 10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사격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북전단에 대한 북측의 민감한 반응이다. 이미 북측은 대북전단 살포 시 주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바로 전날인 9일에도 북측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명의로 대북전단 살포 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을 예고했다. 이 두 사건이 갖는 의미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남측 군당국은 사소한 북측의 군사적 움직임에도 적대적, 호전적으로 반응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북측 군당국은 대북전단 살포를 군사적 적대행위로 상정하고 군사적 타격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남과 북이 갖고 있는 두 속성이 만난다면 군사적 충돌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실제 10일 상황은 그렇게 전개될 뻔했다. 지난 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군 당국자들의 말에 따르면, 당시 북측은 장사정포문을 개방해놓고 있었고 남측은 F-15K를 발진 대기 상태로 놓고 있었다. 어느 한쪽의 사소한 실수로 대규모 교전이 벌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대북전단, 표현의 자유인가 군사적 적대행위인가 남측 당국은 대북전단을 민간단체의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설정하고,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당국이 인정했듯이 전단 살포는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다. 심리전은 명백한 군사적 적대행위다. 따라서 대북전단은 당국의 책임 있는 관리와 통제하에 놓여 있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에 의한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군사적 적대행위는 국민의 안전이라는 공익을 파괴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심리전의 일환인 대북전단 살포는 적대행위 중단을 명문화하고 있는 정전협정의 위반일 뿐 아니라, 가깝게는 상호 비방과 중상을 중단하기로 한 올 초 2월 14일의 고위급 접촉 합의 위반이기도 하다. 기사 관련 사진 ▲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접경지역인 고양, 파주, 김포, 강화, 연천, 철원 주민대책위와 통일운동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설령 '표현의 자유'라는 군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공익이 크게 위협받을 경우 당국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10일의 위기 상황은 '국가안전보장과 공공복리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적용해야 할 시점에 와 있음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가 제어할 법적 장치 역시 없는 것이 아니다. 경찰직무집행법 2조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경찰의 첫 번째 직무로 명시하고 있다.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정한 권리를 제약할 권한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교류협력법 역시 13조 1항에서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 등의 품목, 거래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하여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전단을 북측으로 살포하는 행동을 통일부장관이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대북전단 살포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정부의 해명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고사포 발사로 인해 경기도 연천군 일대의 주민들이 심각한 안전 위협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 안전과 행복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를 정부가 나서서 묵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위기의 본질은 명확... 대북전단 살포 막는 게 '평화' 위기의 본질은 명확하다.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함으로써 남측 당국은 현 위기의 근원의 제공하고 있다. 북측은 대북 전단 살포를 군사적 적대행위로 규정함으로써 군사적 타격을 위한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 남측 군당국은 정치적 고려 없이 작전 수칙에 따라 군사적 대응 강도를 높여갔다. 그렇다면 해법도 간단하다. 위기의 근원인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키면 된다. 언론에 알려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0~60% 정도가 대북전단 살포가 불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평화라는 공익을 파괴할 수 있는 군사적 적대행위라는 점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더더욱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헌법 37조도, 경찰직무집행법 2조도, 교류협력법 13조도 박근혜 정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20일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법적 근거나 관련 규정이 없다"면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재차 밝혔기 때문. 반면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21일 한 통일부 당국자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보도된, "삐라와 남북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는 기사에 따르면 실제 '남북관계 상황, 휴전선 인근 우리 측 지역주민들과의 마찰, 민간단체들의 신변안전 문제 등을 근거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과 현 정부 집권 이후인 지난해 5월, 경찰이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진입로를 차단해 대북 전단 살포를 무산시킨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는 단순히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문제만이 아니다. 탈북자단체들이 예고한 대로 25일 전단이 또 살포된다면 30일에 열자고 제의한 2차 고위급 접촉 성사는 물 건너간다. 또한 상황 역시 아래와 같은 수순으로 악화되어 지난 10일의 사격전보다 더 큰 규모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① 탈북자단체들은 10월 25일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다. ② 박근혜 정부는 '자제 요청' 이외의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며, 군당국은 가장 높은 수준의 작전 경계 태세를 유지한다. ③ 대북전단은 북측을 향해 살포된다. ④ 북측은 '기구소멸 전투'에 돌입한다. ⑤ 남측은 작전예규에 기초해 대응 사격을 할 것이며, 북측 역시 맞대응 사격을 가한다. ⑥ 남과 북은 '도발 원점'에 대한 조준사격, 격파사격을 시도한다. ⑦ 남과 북은 동원가능한 모든 무기체계를 가동시키며 전면전을 불사한다. 정부의 적극적 대책을 기대하기엔 시간도 없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우리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스스로 지켜야 할 때이다. 10월 25일이 남북 파국의 날로 기록될지, 전쟁 위기를 막은 대화와 평화의 날로 기록될지, 그 여부는 정부도, 군당국도 아닌 국민들의 평화 행동이 좌우하게 될 것이다. 오직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평화 행동만이 안전과 평화를 가져온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진보정책연구원 홈페이지(www.uppi.or.k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 글쓴이는 진보정책연구원 통일남북관계 연구원 장창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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