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가 주권 포기했다
'쏴도 되냐'고 미군에 계속 물을 처지"
[인터뷰]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14.10.24 08:14l최종 업데이트 14.10.24 11:24l권우성(kws21)김도균(capa1954)황방열(hby)
[기사 보강 : 24일 오전 9시 52분]
박근혜 정부는 23일 오후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의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의 안보환경이라는 '조건'이 만족될 때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가 '2012년 4월'로 정한 환수시점을 이명박 정부가 '2015년 12월'로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시점도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건 충족 시기'도 아닌 '조건이 충족될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를 '2020년대 중반'으로 설정했다. 언제 해결될 지 알 수 없는 북한 핵문제를 핑계로 기약할 수 없는 시점으로 미뤄놓은 것이다.
대표적인 민간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이에 대해 "앞으로 전작권 얘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아예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완벽한 대비는 미국도 못 하는 것인데, 한국군이 무슨 수로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편집장은 "'안보세력'은 앞으로도 결사적으로 전작권 환수를 막으려 할 것인데, 이렇게 보면 1994년에 평시 작전권도 가져오지 않았어야 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시와 전시 지휘권이 2원화 되면서 혼란이 극심하다는 지적인 동시에, 전작권 환수가 난망해진 상황에 대한 한탄이다.
다음은 지난 23일 김 편집장과 나눈 문답 전문.
"박 대통령의 주권 포기이자 대선 공약 파기"
기사 관련 사진
▲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박근혜 정부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전작권 전환을 연기했다.
"박근혜 정부가 거짓말을 많이 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대선 공약으로 이명박 정부가 합의한 대로 2015년 12월에 환수하겠다고 해놓고는 거짓말 했다. 김장수 전 청와대 안보실장도 계획대로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라는 모호한 용어로, 사실은 앞으로 전작권 얘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아예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다. 결국은 전작권 가져오면 안 된다는 논리나 진배없는 수준까지 갔다."
- 정부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조건 충족 시기'도 아닌 '조건이 충족될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를 '2020년대 중반'으로 설정했다.
"사실상 안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 ▲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 - 미국, 보완 및 지속 제공 능력 ▲ 국지도발과 전면전 시 초기단계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 미국,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 제공 및 운용 등 세 가지를 전환이 가능한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이것이 사실상 전작권 가져오면 안 된다는 논리다?
"북한 핵과 미사실에 대해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 사용 징후 시 선제타격 시스템인)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 등의 억제력을 확보할 때까지 전작권 전환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이건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거나 해결은 안 되더라도 우리의 능력으로 이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완벽한 대비는 미국도 못 하는 것인데, 한국군이 무슨 수로 대비할 수 있다는 얘긴가.
말이 좋아 '조건에 기초한'이지 전작권에 대한 일체의 주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주권포기이고, 대표적인 대국민 거짓말이며, 미국에 의존해서 우리 생존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는 한국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의 다른 표현이다. 또 주권의식의 결여이자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한국군 자체로는 대응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보는 것인가.
"미사일 방어라는 것은 1983년 레이건 대통령 때 전략방위구상(SDI)으로 시작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해서 개발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가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을 8년 만에 개발하겠다는 것이나, 또 북한 핵 미사일에 대해 25분 내에 '탐지-식별-결심-타격'이라는 4단계를 완수하는 킬체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나.
'탐지-식별-결심-타격'이라는 4단계 각각이 다 난망하다. 우선 탐지부터 가능할까. 북한에 미사일 사일로(미사일 격납·발사하는 지하시설)와 이동식 발사대가 수없이 많은데 어떻게 찾아낼지, 또 북한의 다양한 기만책은 어떻게 돌파할지 등등. 결국은 '조건에 의한 전작권 전환'이 아니라 '능력과 조건에 맞는 킬체인'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규모 국방예산이 투입된다한들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도박에 가깝다고 본다.
이런 것들은 군사적 담론, 즉 상대방에게 정치군사적 메시지를 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그 사이 북한은 그것을 돌파하는 방안을 또 개발한다. 예를 들면 이미 징후가 포착됐다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라든가, 기만용 다탄두 미사일, 핵을 소형화해 야포나 전술핵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 방법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에 군사적으로 대비되는, 군사력, 무기체계 같은 시스템으로 대비할 수 있는 임계상황을 넘어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의 능력확보라는 조건을 내세운 것은 전작권 환수를 회피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조건들'은 밖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이적성 발언이다. 대북 미사일 방어능력이 안 돼 있다, 우리는 약하다, 미군에게 계속 물어봐야 한다, 매년 35조 원의 국방비를 써도 안 된다는 것 아닌가. 김정은이 제일 좋아할 만한 발언이다. 북이 우리 군을 농락거리로 생각하도록 해 도발을 유도하는 발언이다. 북한도 이걸 다 보고 있다.
그리고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작권 전환문제에 대한 의견은 팽팽하게 갈려 있다. 국론이 하나로 모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자주국방이나 군사동맹 갖고 다투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다. 국가는 '셀프-헬프'(self-help, 자립)가 기본이고 부족한 것을 동맹으로 채운다는 것이 국제적인 군사 상식이다. 자주가 중요한가, 동맹이 중요한가, 이런 것은 한국에서만 기승을 부리는 논쟁이다. 이게 한미동맹의 이상한 특성이다."
"한국군, 계속 미군에 '쏴도 되냐'고 묻는 군대"
기사 관련 사진
▲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결국 핵심은 한미동맹의 성격에 대한 것 아닌가.
"한미동맹을 둘러싼 논쟁은 한미연합사 유지 문제로 나타나곤 한다. 연합사가 있느냐 없느냐, 이걸로만 동맹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 연합사 없어도 동맹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인데 왜 그럴까? 한미동맹은 추상적 동맹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상호방위조약인데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언제 무슨 전력을 미군이 지원한다는 보장도 없다. NATO에는 단계별로 상세하게 조항이 만들어져 있고, 미일안보조약 같은 경우에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매년 의회 심의를 받는다. 미일동맹의 목적, 구성, 진행방향이 국회에 브리핑돼서 법과 같은 효과를 갖는데 한미동맹은 이런 절차가 거짓말처럼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안보세력'은 미국이 우리를 언제든 방기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래서 연합사 깃발과 주한미군 주둔병력에 극도로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즉 현찰을 봐야 만족하는 그런 동맹이 돼 버렸다. 구체적인 절차, 방법, 약속이 존재한다면 만날 주한미군 숫자 세고, 줄지 않았다고 안심하는, 황당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중국, 일본, 러시아가 한국 편이고 북한은 왕따 상황이다. 유엔 안보리 국가 대부분이 한국편이다. 이렇게 안보자산이 많은 때가 없었는데, 북한은 가진 게 거의 없는데도 핵미사일 개발한다는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 이렇게 불안해 하고 있다. 그러니까 매일매일 상상력의 공장에서 대한민국 국가 파멸의 시나리오가 대량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핵 미사일의 공포가 한미동맹에 대한 종교적 숭배로 연결되고, 그것이 전작권 전환을 유보해 버리는 상황을 만들었다.
실제로 많은 장성들은 용산에 연합사 깃발이 휘날리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남침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그것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은 서울에 중국, 베트남 사람 70만이 살고 있다. 여기에 폭격할 수 있나. 그리고 서울 불바다 만들고 자기는 무사할 수 있나. 그런데 오로지 우리 능력이 아니라 우리 안보를 다 미국이 지켜주고 있다고 본다."
- 실질적으로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추진해 온 전작권 환수가 무산되는 것 아닌가.
"작전권 환수, 용산기지 이전은 '한국 방위의 한국화'라는 노태우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한국군은 미군이 용산에서 나가고 작전통제권 가져오면 나라 망하는 것으로 생각하더라, 그래서 자존감 가지라고 했다면서 한국군 장성들이 한심하다'고 표현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더했다. 카터 대통령대 주한미군 철수 얘기 나오니까 '가정 교사 없이 혼자 해야한다. 나는 한국군 믿는다. 미군은 마약문제 심각해도 우리 군은 거기 물들지 않더라'고 했다. 참모들이 주한미군 철수 막자고 하니까 이미 결정된 것이니 자주국방 준비하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에 비하면 오히려 약했다.
작전권을 가져오지 않으면 한국군의 발달장애, 행동지체, 미성숙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직속으로 만든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이상우 의장도 '우리 군은 무기체계는 4세대인데, 구조나 전략, 운영체제, 사고방식은 2세대'라고 했다. 미군 의존 때문에 그런 것이다. 뜻있는 사람들 다수의 지적이다. 아주 보수적인 안보론자들 중에서도 전작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 평시 작전권과 전시 작전권이 분리되면서 그 피해도 대단히 큰 것 같다.
"'안보세력'은 앞으로도 결사적으로 전작권 환수를 막으려 할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1994년에 평시작전권도 가져오지 않았어야 했던 것 같다. 평시와 전시 지휘권이 2원화 된 것은 황당한 일이다. 얼마나 웃긴 일이 벌어지냐면, 한미연합사에서 한국군 최고위직이 부사령관이다. 보통 4성장군 중 하급자가 가는 자리인데, 전시가 되면 부사령관이 지상군 사령관을 맡기 때문에 선배들을 지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국군이 북한과의 긴급상황 때 허둥지둥대는 결정적 이유도 전시-평시 지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야수들 가운데 공 떨어지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 지금 체제는 그런 상황이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때 F-15기로 북한의 포격 원점을 공격해도 되는 지 안 되는지 논의를 했다. 자위권 영역인지 유엔사 교전규칙 영역인지 일주일간 논의를 하다가 국제법 학자들에게 문의했다.
그 3년 뒤에 '한미 국지도발 공동계획'이 나왔다. 자위권 차원의 문제로 정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상우 위원장의 '무기는 4세대-의식은 2세대' 발언이 나온 것이고, 위기상황 관리 위한 전작권 환수 필요성은 더 강해진 거다.
실제 한국군의 작전지휘가 번번이 실패하고 있지 않은가. 무능한 합동참모본부가 됐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 서해교전에서 다 드러났다. 합참이 아는 게 없지 않나.
응징하려면 제대로 해야 할 텐데, 얻어맞은 뒤에 미군에 쏠까 말까 물어본다. 연합사 작전부장 맥드널드 소장이 연평도 포격사건 이튿날인 2010년 11월 24일 회의에서 격분해서 '어제 매시간 매분마다 (한국) 합참이 쏴도 되냐고 물어왔다. 내가 이라크전에도 갔었는데, 거기에도 창설한 군대가 있는데, 그 사람들도 그렇게 물어보지 않는다. 한국군이 이라크군보다 못한 이유가 뭐냐'고 했단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 무서워서 그렇다면 그 분야만 미군에 맡기고 다른 재래식 작전은 우리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어차피 핵 문제는 전작권 환수해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2006년에 전작권 환수 합의할 때도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군사위성정보 등 한국군이 부족한 부분은 미군이 한시적으로 지원하겠고, 핵 억제력은 한미 동맹이 존재하는 한 계속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했다."
- 그런데 '한미 국지도발 공동계획'으로, 긴급 상황에 대한 혼란은 상당히 정리된 것 아닌가.
"절차는 만들어져 있으나, 두려움은 계속 남아있다.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성과 의식이 약하고 그에 따라 전문성도 약해졌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 계속 의존하게 된다. 작전 능력과 의식은 한국전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2010년 5·24조치 때 대북 심리전을 위해 확성기 방송을 하려는데 미국은 충돌에 말려들기 싫어서 주한미군 사령관이 왜 이런 거 하려 하느냐고 했다. 그래서 결국 못했다."
"한미연합사 본부 용산 잔류... 미국이 우리에게 대가 요구할 카드 준 것"
기사 관련 사진
▲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한미 연합사 본부를 용산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근본적으로 우리 안보를 미국이 다 해결해주고 있다는 발상에서 그렇게 된 것이다. 더불어서 중요하게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미군도 서울 땅값을 계산한다. 우리(미군)가 용산 반환하면 한국 정부가 얻는 수익이 얼마냐면서, 그만큼 평택 기지를 잘 지어줘야 한다고 한다. 마치 자기들 땅을 주는 것처럼 한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이 필요하니 용산 기지에 눌러앉아 달라고 부탁한 상황이기 때문에, 진짜로 용산에서 나갈 때는 그 대가를 우리에게 요구할 수 있는 카드를 미국에 준 것이다.
용산 국가 공원화사업은 물 건너간 것이다. 우리가 받기로 한 게 108만 평인데, 이미 40만 평을 다른 힘센 부서들이 가져갔고, 연합사 본부 잔류에 따라 50만 평 정도가 남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로는 국가공원이 아니라 시 차원 수준이다.
한미연합사 본부 용산 잔류로 2004년에 맺은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합의가 파기된 것인데 국방부는 아니라고 한다. 평택기지는 계획대로 건설하고, 연합사가 용산에 눌러앉는 것은 별개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용산기지이전계획(YRP)은 용산 기지 이전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주한 미 2사단의 201 화력여단이 동두천에 그대로 남기로 한 것도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파기인데, 우리가 사정해서 남는 것이기 때문에 파기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요구할 거리가 계속 늘어난다. 우리는 평택, 용산, 동두천에 대해 각각 대가를 지불해줘야 한다.
이렇게 된 것은 대한민국에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웃음). 무상복지, 무상급식에 쓸 돈은 아까워도, 주한미군에 쓰는 돈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미군에는 언제든지 몇조 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안보 중요한데 그럼 미군 나가라는 말이냐'고 윽박지르면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