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이 국민 건강 위해서?…거짓말!"
[정책쟁점 일문일답] 흡연 경고 사진도 못 넣는 정부가 담뱃값 올린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2014.09.10 17
1.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부가 담뱃세 인상을 밀어부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 소폭 인상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담뱃세 우선 증세가 얼마나 염치없는 것인지 정부도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2. 담뱃세 우선 증세가 염치없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나요?
⇒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현 정부가 국민들을 철저하게 속였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과정에서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부자증세도 아닌 ‘서민증세’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염치없습니다. 둘째, 현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담뱃세 인상 운운하기 이전에 담배의 해악을 경고하는 사진을 담뱃갑에 게재하도록 의무화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 정도 노력도 하지 않고 서민들의 부담이 큰 담뱃세 인상부터 시도하고 있습니다. 셋째, 현 정부가 염치가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과정에서 공약한 재원조달방안의 절반이라도 실천하고 증세를 추진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재원조달방안의 절반은커녕 극히 일부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민증세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3.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과정에서 공약한 재원조달방안의 주요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요?
⇒ 2012년 박 대통령은 연간 27조 원의 복지를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는데요. 이 재원 중 14조2000억 원은 예산 절감과 지출 구조조정으로, 9조6000억 원은 조세개혁과 세정개혁으로, 나머지 3조1000억 원은 공공개혁과 복지개혁으로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 공약 중 극히 일부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4. 지출 구조조정 대상 1순위인 SOC 예산은 지난해 어느 정도나 줄었나요?
⇒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MB정부 때 SOC 예산은 5년 평균 23조4000억원(4대강 사업비 포함)이었고, 2012년에는 23조1000억원이었는데요. 박근혜 정부는 그것을 2013년에 24조3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 늘렸고, 2014년에는 23조700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6000억원 늘렸습니다.
5. 그런데 최근에 입각한 최경환 부총리는 더 공격적으로 SOC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요?
⇒ 걱정 많이 됩니다.
6. 현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국민 건강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담뱃세 증세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와 같이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적은 국가에서는 담뱃세 증세 이전에 경고 사진 등 비가격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맞습니다. 그것이 염치있는 정부의 자세지요. 보건사회연구원의 정영호 연구위원 등이 지난 5월 내놓은 연구보고서, ‘우리나라의 금연정책 통합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담배 건강 ‘경고’ 정책 순위는 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였습니다. 또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담배 광고규제정책 순위는 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였습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흡연율 인하를 유도하는 비가격정책에 소극적입니다.
7. 정부는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앞에서 담뱃값을 소폭 인상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매우 적은 국가이기 때문에 서민증세에 신중해야 합니다.
8. 우리나라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시장소득(소득재분배 이전 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소득재분배 이후 소득) 지니계수를 비교하여 측정할 수 있는데요. OECD에 따르면 2010년 OECD 31개국(전체 34개 회원국 중 3개국 제외)의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한 지니계수 변화율은 평균 34.4%였고, 우리나라는 9.1%였습니다.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OECD평균의 1/4 수준인데요. OECD 31개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입니다.
9. 정부는 국세인 개별소비세 세목을 담뱃세에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하는데요.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가 뭔가요?
⇒ 담배에 붙는 세금에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 부담금, 부가가치세가 있는데요. 이중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지방세이고, 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 부담금, 부가가치세는 국세 혹은 국가 수입입니다. 정부가 국세인 개별소비세 세목을 담뱃세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뻔한데요.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지방세 인상 효과를 최대한 줄이고, 국세 인상 효과를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서입니다.
10. 현행법상 담뱃세는 세목별로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현행법상 판매가가 2500원인 담배 1갑당 담뱃세는 1550원입니다. 세목별로 보면 1갑당 담배소비세는 지방세법에 따라 641원이고, 지방교육세는 321원입니다. 또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건강증진부담금은 354원이고,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폐기물 부담금은 7원입니다. 부가가치세는 담배가격의 10%가 부과되는데요. 담배가격이 2500원이라면 그것의 1/11인 227원이 부가가치세입니다.
11. 세목별 세수는 어느 정도 되나요?
⇒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과세대상 담배판매량을 보면 2008년 이후 5년간 연평균 44억 8700만갑 팔렸고, 2012년에 44억 6800만갑 팔렸습니다. 따라서 최근 담배판매량이 45억갑이라 가정하면 담뱃세 총세수는 6조9750억원입니다. (45억갑 x 1550원 = 6조9750억원) 세목별로 보면 담배소비세가 2조8845억원이고, 지방교육세가 1조4445억원이며, 건강증진부담금이 1조5930억원입니다. 또 폐기물 부담금은 315억원이고, 부가가치세는 1조215억원입니다.
12. 담뱃세가 인상되면 세목별로 세율도 동일하게 인상되나요?
⇒ 과거의 전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와 지자체간, 또는 부처간의 여론전과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세목별로 세율 인상 폭이 크게 달라집니다. 최근 지자체들이 ‘디폴트’ 운운하며 여론전을 시도하는 것도 이와 같은 힘겨루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입니다.
13. 정부가 국세인 개별소비세 세목을 담배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힘겨루기의 일환인가요?
⇒ 물론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부족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국세인 개별소비세 세목을 담뱃세에 추가하고 싶을 겁니다. 또 이들 입장에서는 향후 지자체의 강한 반발로 국세인 개별소비세 세목을 담뱃세에 추가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것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타 세목에 비해 국가 수입인 건강증진부담금 등의 인상률을 더 높게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14. 부자증세보다 서민증세에 더 집착하는 현 정부의 조세정책을 보면 일본 아베정부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 두 정부의 조세정책은 많이 닮았습니다. 일본의 아베정부는 지난 4월에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했고, 최근에는 법인세 인하와 SOC 토건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아베정부처럼 서민증세에 몰두하고 있고 법인세 인하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또 SOC 토건사업 확대를 지향하는 것도 비슷한 점입니다.
15. 최근 최경환 경제팀이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SOC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지요?
⇒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국고지원 300억원 이상인 국책 SOC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데요. 앞으로는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에 국고지원 500억원 이상인 SOC 사업으로 상향조정한다고 합니다. 또 국책 SOC 사업 평가를 할 때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높여서 경제성 없는 SOC사업을 대폭 확대한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낭비적인 토건사업은 국가부채를 늘려 후세대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겁니다.
16. 일각에서는 후세대가 현세대보다 더 잘 살 것이기 때문에 국가부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합니다.
⇒ 전혀 근거없는 궤변입니다. 20년 전과 비교해 보세요. 지금의 2030세대가 20년 전의 2030세대보다 더 잘 살고 있나요?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그 때의 2030세대는 지금의 2030세대보다 더 잘 살게 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일본, 미국, 유럽을 보아도 지난 20년간 2030세대의 고통이 줄어들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른 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극소수 기득권층만 잘 살게 되겠지요.
17. 오늘 발언한 내용을 요약해 주시죠.
⇒ 오늘 발언한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부자증세에 소극적인 정부가 담뱃세와 같은 서민 증세부터 시도하는 것은 염치없는 것입니다. 둘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지출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정부가 서민 증세를 시도하는 것도 염치없는 것입니다. 셋째, 정부가 OECD 꼴찌 수준의 담배 건강 ‘경고’ 정책을 유지하면서 담뱃세 증세를 시도하는 것도 염치없는 것입니다. 넷째, 부자증세보다 서민증세에 더 집착하는 현 정부의 조세정책은 일본 아베정부와 많이 닮았습니다.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다섯째, 후세대가 현세대보다 더 잘 살 것이기 때문에 국가부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매우 위험한 것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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