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진-하산 개발사업'과 남북관계개선사업
<분석과전망>라진에 북적이는 러시아와 중국,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한성 자유기고가
기사입력: 2014/09/19 [22:05] 최종편집: ⓒ 자주민보
우리나라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5명이 북러 경협사업인 ‘라진-하산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북-중과 북-러 접경지역을 시찰하고 있다. 18일에 출국했으며 20일까지 3일간 돌아보게 된다. 북러 합작사업에 우회적으로 참여를 하게 된 우리 기업인들에 대한 국회차원의 지원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라진-하산 개발사업을 위해 지난 2월 한국기업인 시찰단이 방북을 하고 7월에는 정부 부처와 민간기업 관계자들로 구성 된 대규모 실사단이 방북을 한 것에 이어지는 중요한 행보이다.
우리 민간기업이 우회적으로 참여하는 북러의 라진-하산 개발사업
라진-하산 개발사업은 러시아 하산과 북한 라진 사이의 철도를 개보수하고 북한의 라진 항을 현대화하여 그것을 국제적인 물류사업의 거점으로 되게 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8년에 북러 합작사업으로 확정되었다. 그 이후 하산과 라진 항 사이 54km 구간 낡은 철로는 새것으로 교체되었으며 정차역들은 정비되었다.
라진 항 현대화 작업도 동시에 추진되었다. 부두는 콘크리트로 재포장되었으며 석탄을 싣는 이동식 크레인의 레일과 연료탱크가 새롭게 설치되는가 하면 항구의 수심도 더 큰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9m에서 12m로 깊어졌다.
라진-하산 간의 철로는 주로 석탄 등 물자교역에 이용될 철로지만 그 의의는 그것들을 뛰어넘는 각별함을 갖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게 되는 전망을 갖고 있는 것이 라진-하산 간의 철로이다.
북중러는 물론 우리나라도 그 범주의 중심에 든다.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의 거리가 1만9천km이다. 배로 가면 27일 걸린다. 그렇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열흘이면 충분하다. 운반 비용도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라진 항도 전략적 의의를 갖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라진 항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이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상업노선이 구축되게 될 때 그 중심이 라진 항이다. 당장에는 러시아 광산지역과 아시아 항구들이 연결되는 최단 경로가 된다.
라진-하산 개발사업에 북한보다 러시아가 더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개발사업에 드는 총사업비 3억4천만 달러 전액을 러시아가 다 부담한다. 러시아가 라진-하산 개발사업을 시작하면서 북한으로부터 50년간 라진항 3호 부두의 사용권을 확보하게 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라진항의 중요성은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역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1년부터 라진항 1호 부두를 통해 중국 남방으로 석탄을 수송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찌감치 지린성 훈춘에서 라진항까지 50km의 도로를 개보수했었다. 다른 부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남북관계개선은 북방경제 진출의 제1조건
라진-하산 개발사업은 우리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참 가슴 아픈 사업이다. 그 사업은 애초 한북러 합작사업이었다.
북러가 합작하기로 하기 1년 전인 2007년 한북러가 합작사업으로 결정을 했었던 것이다. 김대중정부 시기 남북 6.15공동선언에 기초하고 2007년 노무현 정부시기 남북이 합의한 10.4선언으로 인해 이루어진 북방경제의 대표적인 사업이었다.
그렇지만 이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중단되고 말았다. 이명박정부가 6.15와 10.4를 전면부정해버린 탓이었다. 남북간의 교류사업 거의 대부분은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로 인해중단되는 고통을 감수해야했다.
그러나 5.24조치의 위용은 지난해 9월 라진-하산 간 철도가 개통되는 장면 앞에서는 그 위력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5.24조치가 아무리 맹위를 떨친다하더라도 러시아와 중국이 라진에 활발하게 북적이는 것에서 번히 확인되는 경제적 손해를 언제까지고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우리정부가 나서서 라진-하산 개발사업에 우리의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텄다.
2013년 11월 13일이었다. 그날 박근혜대통령이 방한한 러시아 푸틴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라진-하산 개발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우회적인 방식이기는 했다.
코레일과 포스코, 현대상선 등 3개 민간기업이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태세 그 자체였다. 라진-하산 개발사업을 위한 북러 합작회사인 ‘라손콘트라스’의 러시아 측 지분 70% 중에서 절반 정도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3개 민간기업은 곧바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어 지난 2월 11일 18명의 시찰단을 꾸려 방북 길에 올라서는 라진-하산 개발사업을 시찰하고 돌아왔다. 7월에는 정부관계자까지 대동하는 38명의 거대한 실사단을 꾸리고 방북을 했다.
쉬운 길 놔두고 돌고 돌아간 길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맺었던 남북합의사항이 부정당하지않았더라면 러시아와 대등하게 더 나아가 중국보다 더 성과적으로 그 사업의 한축으로 역할을 다했을 것이었다.
이번 국회의원 시찰단의 시찰지역에는 북한 라진 항이 제외되어있다. 우회적인 참여방식이 빚어낸 결과이자 근본적으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부산에서 출발해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철도가 연결돼서 가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꿈을 꿔왔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라진-하산 개발사업에 우리 민간기업이 참여키로 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난 뒤 박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박 대통령에게서 자주 확인되는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의 전형이다. 하루라도 빨리 남북관계개선의 길이 열린다면 힘 있게 추진해야할 중차대한 북방경제사업을 남 얘기 하듯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북러 간의 대표적인 경협사업인 라진-하산 개발사업은 지난 200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이뤄낸 ‘북-러 모스크바 선언’에 기초해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이 라진-하산 개발사업에 우리 기업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더 나아가 박근혜정부가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창조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야한다.
그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박근혜대통령의 대북정책이라고 하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그대로 적시되어있다.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 등 기존에 남북이 합의한 것들을 존중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남북관계개선이다. 라진-하산 개발사업에서의 우리민간기업의 성과를 보장해줄 수 있는 결정적인 몫이 박근혜정부에게 있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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