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한국 얼굴에 침뱉고 있다
UN 연설 자격 있는지 묻고 싶어 기고"
[인터뷰] 버클리대신문 기고 한인학생들... "세월호 참사, 세계인들이 알아야 할 이슈"
14.09.22 13:36l최종 업데이트 14.09.22 13:44l이철호(yi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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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 버클리 대학교 신문 <더 데일리 캘리포니안>(The Daily Californian) 온라인판에 실린 칼럼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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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권의주의 대통령과 함께 침몰하다."
지난 20일, 미국의 UC 버클리 대학교 신문 <더 데일리 캘리포니안>(The Daily Californian)에 실린 특별 기고문의 제목이다. 버클리대 학생인 이예찬·윤미리씨는 이 기고문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 온 이중적인 발언과 행동을 비판했다. 그녀가 유엔 총회에서 평화와 인권에 대해 연설할 자격이 있느냐고 신랄하게 문제를 지적했다.
버클리 대학 한인 학생, 박근혜 대통령 비판 칼럼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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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동포 만찬 간담회 캐나다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저녁(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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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제 문제면에 실린 이 기고문은 "박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 지도자들 앞에서 평화와 정의에 대해 연설하기 전에,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가 있다는 (기초적인)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며칠 전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자신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절대 권력자라는 환상"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기고문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한국인들이 정말로 원하는 평화와 정의이며, 박 대통령이 국가의 수반으로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제"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버클리대 신문 편집부는 칼럼 내용의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박 대통령의 UN 연설 전에 서둘러 신문 게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고문을 읽은 버클리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국의 세월호 참사에 대해 그리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기사를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를 둘러싼 내막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데일리 캘리포니안이 이 이슈를 다뤄준 것은 잘한 부분이다. 한국 국회가 이 문제 해결에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읽었는데, 이 부분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정당의 입장 차이 때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들, 예컨대 이민개혁법안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페이지 치점씨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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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UC 버클리 대학교 신문 <더 데일리 캘리포니안>(The Daily Californian)에 게재된 칼럼을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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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씨', 평화와 정의의 UN에서 연설할 가치가 있나"
이 기고문을 쓴 이예찬·윤미리 학생은 어려서부터 미국에 이민을 온 1.5세 한인으로, 각각 버클리 대학 4학년·2학년생이다. 두 학생이 글을 쓰고 기고하게 된 연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이메일과 SNS를 통해 지난 20일, 두 학생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두 학생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어떤 연유에서 기고문을 작성하게 되었나?
이예찬 : "세월호 참사는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더 나아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세월호 사건은 300명 이상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다. 또한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돼 책임자를 처벌하는 전례를 만들지 않는 이상, 재발의 가능성이 농후한 참사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윤미리 : "3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만들어 놓고 선거에서 이기니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언급은 한 마디도 안 하는 '박근혜씨', 과연 평화와 정의를 수호하는 UN에 와서 연설할 가치가 있는 인물인지 비판하고 싶어 글을 작성했다."
- 버클리 대학신문 측에서 미국과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기고문을 선뜻 실어준 이유가 궁금하다.
이예찬 : "기고문을 쓰고 신문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만 하더라도 사실 버클리 커뮤니티와 그다지 연관이 없는 내용이라 실릴 것이란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 배경 지식을 위해 참고하라고 보내준 기사와 우리가 쓴 칼럼을 보고 편집부에서 이 사안을 시급한 문제로 생각했다. 박근혜가 UN 방문을 하기 전 금요일까지 기사를 실어주겠다고 답장을 해줬다. 그 후 약간의 수정작업을 거친 후 20일에 기사가 실리게 되었다."
- 한국 대통령의 UN 연설을 비판하는 글을 한인 학생이 미국 대학 신문에 싣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윤미리 :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0명이 넘는 무고한 희생자가 있었다. 그리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이 명운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국회와 대통령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기사가 한국을 깎아내리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슈는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널리 많은 사람들이 인지해야 할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했다."
- 어릴 때 이민을 왔는데 어떻게 한국의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이예찬 : "최근 미국 내 한인의 이민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래서 한인의 미국 내 정치력과 사회적 영향력은 이민자의 숫자에 비례하지 않는다. 한인들의 정치참여가 왜 이렇게 저조한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 속의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가 미국 내 한인들의 행태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국격 손상시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
비영리 단체에서 일한 경험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공헌을 하고 싶다는 이 젊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국 내 한인사회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미래는 어떠할까?
아래는 버클리 대학 신문 <더 데일리 캘리포니안>에 실린 칼럼의 번역문이다. 원문은 이 매체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 권위주의 대통령과 함께 침몰하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2일 UN 총회에서 첫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연설은 평화 (전 세계의 안전과 남북한 갈등 해소)와 인권에 관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스스로 내보인 언행들을 살펴보면 그녀는 한국인의 안전과 기본권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런 그녀가 세계평화와 정의 수호를 의무로 하는 국제기구 UN에서 평화에 관한 연설을 한다는 것은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를 기만하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이에 반대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다섯 달이 지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여전히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응당 져야 할 책임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그녀는 유가족들의 계속된 면담 요청을, 마치 세월호 참사는 일어난 적이 없다는 듯이 무시해왔다. 희생자 중 한 명인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박 대통령과의 면담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을 했다. 그의 둘째 딸을 위해 46일이 지나서야 단식을 멈추었다. 세월호 특별법은 이 사고에 책임과 과실이 있는 어느 누구든 기소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독립된 조사 기관을 설립하자는 법이다. 김영오씨는 이를 통해서만 자신의 첫째 딸 유민양과 303명의 다른 희생자들이 왜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어가야만 했는지 그 진실을 알 수 있다고 눈물로 호소해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김영오씨를 단 한 번도 찾아가지도, 심지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까지도 경찰은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을 막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은 언제든 환영을 받지만 말이다.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 그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입으로 유가족들과 모든 한국인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녀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을 찾아오라던 스스로의 발언을 잊은 것인가? 그녀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것이라던 약속을 잊은 것인가? 그녀의 눈물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우리 UC 버클리 한인 학생들은 박 대통령이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조차 무시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국민이 그녀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 그리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 그녀에게 위임한 권한을 헌신적으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바는 무시한 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을 하는데 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그녀는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그녀 자신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절대 권력자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그래서 자신을 향한 어떠한 비난과 반대도 참지 못하는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격을 손상시키고,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박근혜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그 직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박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 지도자들 앞에서 평화와 정의에 대해 연설을 하기 전에,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 실패했고,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304명의 생명이 바다에서 생명을 잃었다. 그들은 구조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구조되지 않았다.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의 부모들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아직도 단식 중이고 노숙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한국의 국회는 절망스러울 정도로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왜냐하면 현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고집스럽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한국인들이 정말로 원하는 평화와 정의이며 박 대통령이 국가의 수반으로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제이다.
번역: 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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