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담배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부자감세 50조, 부족한 세수 담배값 인상
임두만 | 2014-09-13 10:37: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 정부가 2015년 1월1일부터 담배값을 2,000원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흡연률 줄이기’에 나선다고 한다. 즉 정부의 발표는 담배값 인상이 아니라 ‘흡연률을 줄이기 위해 나선 정책’이라는 거다. 정말 그런가? 정부가 이토록 국민건강을 위하여 좋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 정부는 참 좋은 정부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인이던 지난 2005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진 청와대 회담에서 노무현 정부의 담배값 인상 추진에 대해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절망하고 있”고 말함으로 담배값 인상에 반대했다.
담배로 인해 망치는 국민들의 건강 때문에 매년 건강보험이 막대한 적자가 나고, 개인도 금전적 정신적 육체적 손실을 보고 있으므로 담배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정부의 책임자가 야당일 때는 그것을 몰랐다는 것인가? 그래서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담배값을 500원 인상하겠다고 했을 때 당시 한나라당이던 박근혜 정당은 공식적으로 성명서까지 내면서 반대했었나?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이번 담배값 인상 정책의 핵심 책임자인 최경환 재경부 장관, 현 여당의 대표인 김무성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나?
지난 2006년 9월 11일 당시 한나라당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세수확충 목적의 담배값 인상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정부의 주장은 담배값 인상의 주 목적이 흡연율 감소와 국민건강증진보다는 애초부터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시작한다.
그리고는 “정부는 과거 담배값 인상을 통해 흡연율이 감소되었다고 연일 선전을 하고 있지만, 복지부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금연자의 92.1%는 건강 염려 등 가격 이외의 요인 때문에 금연을 한 것이며 ‘경제적 이유’라고 답한 7.9% 가운데 얼마나 담배값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불명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의 근거로 한나라당이 자체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도 인용한다. 당시 여론조사결과는 “정부가 담배값 인상을 시도하는 목적은 세수확충이라는 응답자가 62.1%에 달했으며, 국민건강증진이라고 답한 사람은 26.6%에 불과했다”며 “담배가격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 역진성을 심화시키며 밀수와 사재기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며 물가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마지막으로 “흡연율 감소의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뜻에 거스르면서 세수확충의 목적 아래 이뤄지는 정부의 담배값 인상 시도에 대해 한나라당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일동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바이다.”라고 못박고 있다.
2006년의 한나라당은 이처럼 정부가 담배값을 인상하려는 것은 세수확충 목표라고 몰아부치고 서민들의 고혈을 짜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작태를 중단하라고 질타했다. 이랬던 이들이 지금은 담배값을 2,000원 올리면 흡연률이 전체 8%가 줄어들어 성인 흡연률은 35%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담배값을 500원도 아니고 무려 2,000원, 약 80% 인상하겠단다.
그런데 2006년 한나라당이 조사했다는 여론조사 발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금연의 확대는 본인 건강을 위하여'란 응답이 압도적이다. 최근 복지부가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담배를 끊은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6.2%)이 아닌 본인과 가족의 건강(69.9%)”으로 나타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정부 스스로 내놓은 자료와 정부 발표가 다른 명백한 증거다.
2. 담배값은 총액의 62%가 세금이다.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등 거의 대부분이 지방세다. 쉽게 말하면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의 생산비 유통비 판매마진은 총액이 940원 정도이고 나머지가 세금이다. 세분하면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부담금 7원이므로 세금 합계가 1564원이다. 이중 961원이 지방세이므로 지방은 사실상 담배소비 권장을 하기도 하는 우스운 일도 있다.
현재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중 담배소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지방세의 평균 2위다. 그래서 담배 소비세에 대한 지역 자치단체의 관심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때문에 출향한 향우들에게 ‘고향에다 세금을 내지는 못해도 고향담배를 사주는 것이 고향을 돕는 것’이란 ‘내고장 담배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나 서초구는 금연도로도 즐비하다. 이 자치단체는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금이 아니라도 재정자립에 별 하자가 없다. 그러나 노원 관악 금천 등은 금연로가 매우 드물다. 이들 자치단체는 담배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새수의 2위이기 때문이다.
앞서 거론했지만 농촌 자치단체는 지금도 암암리에 '고향담배팔아주기운동'을 향우회 등을 통해 한다. 이 때문에 흡연가들은 일부러 자신의 고향에서 담배를 구매하여 택배로 배달받기도 했다. 지금은 공개적으로 이런 운동을 하면 여론의 질타를 받기 때문에 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현재도 암암리에 ‘내고장 담배사기 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지난 이명박 정부부터 현 박근혜 정부까지 정부가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 및 종부세 등 재벌과 부자들에게 감면해 준 세금은 실제 계산이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정기국회에서 현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은 기재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국내 10대그룹의 공제ㆍ감면 혜택이 10조6000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2012년 10월 2일 발표한 자료를 놓고 당시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2008년 세법개정을 통해서 소득세율 2% 인하하고 법인세율 3~5% 인하한 효과만 따질 경우에도 2008~2012년간 줄어든 세수는 노무현 정권 당시 보다 88조 7000억 원이며, 이 같은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인하로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누린 감세 혜택분은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총액기준으로 52조 1000억 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는 사람이 연간 부담하는 담뱃세는 57만 원, 하지만 2000원이 오르게 되면, 이 사람이 내는 세금은 130만 원이 된다. 130만 원은 연봉 5000만 원 봉급자의 연간 소득세와 같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연봉 3,000만 원 이하로 소득세를 면제 받아도 그가 흡연자일 경우 연봉 5,000만 원 고소득 직장인과 같은 직접세를 부담하는 것이다.
실제 흡연자 분포를 보면 이는 더 확실하다. 흡연자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월등히 많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림암센타 등에서 발표한 자료들을 보면 이는 더 확연하다. 흡연자들의 교육수준은 고졸, 전문대졸 이상, 중졸, 초등학교졸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대졸이상의 학력자는 흡연률이 가장 낮다.
특히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253개 기초자치단체(보건소)의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12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흡연율은 42.6%~51.3% 사이에 분포한다. 지난 5년간(2008~2012) 큰 변화 없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42.6%), 울산(44.5%)은 낮은 편이나 강원(49.9%), 제주(49.4%)는 높다.
기초단체로 보면 경기 과천시(33.3%), 경기 성남시 분당구(34.7%), 서울 서초구(35.3%) 양천구(39.4%), 강남구(39.6%), 송파구(39.7%) 등의 흡연률은 충북 음성군(60.4%), 강원 태백시(58.4%), 강원 양양군(57.7%)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다.
서울로만 봐도 강남권과 강북권의 차이는 확연하다. 현재흡연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로 49.1%다. 이어 종로구(48.7%), 은평구(47.5%), 중구(47.0%), 노원구(46.4%), 강북구(45.9%), 중랑구(44.8%), 금천구(44.8%), 성동구(44.3%), 광진구(44.1%) 등의 순으로, 흡연율 1∼10위 가운데 금천구를 뺀 9개 구가 모두 강북지역이었다. 하지만 금천구는 지역만 한강 이남이지 사실상 빈곤층 밀집지역이다. 결국 담배세 인상은 저소득층이 부담한 세금으로 고소득층에게 깎아 준 세금을 보충하겠다는 의사가 확연하다.
4. 얼마 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226명은 “지자체 재정으로 복지비 부담을 감당하기가 한계에 이르렀다”며 “국비 추가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Default·지급 불능)’를 선언해 중앙정부의 복지 정책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올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기초연금의 국고 지원 비율을 현행 77%에서 90% 이상으로 높이고, 지방소비세율도 11%에서 16%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들어주려면 결국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증세란 얘기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도 적자 예산안이다. 즉 세입규모가 세출규모를 한참 밑돈다. 따라서 이를 상쇄하려면 이명박 정권에서 시작된 부자감세 규모의 원위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정권은 재벌과 부자들의 조세저항을 견딜 재간이 없다. 그러니 만만한 게 빈곤층이다. 하지만 빈곤층은 세금을 더 낼 여력이 없다. 결국 빈곤층에게 뜯어갈 수 있는 세금이란 게 담배세와 주세다.
정부는 담배값 2,000원 인상으로 추가될 세수분을 연간 약 2조 8천억 정도를 추산하고 있다. 이 금액은 위에 언급한 설훈 의원의 자료에 나타난 재벌의 법인세 감면액과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설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감면해 준 재벌 법인세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국내 10대그룹의 공제ㆍ감면 혜택이 10조6000억 원이라고 했다. 4년 10조 6,000억이면 연간 약 2조 6,500억 정도다. 담배값 인상으로 생길 세수분 약 2조 8000억과 거의 맞춤으로 유사하다.
따라서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할 때 이 정부는 저소득층 빈곤층 저학력층의 국민들에게서 세금을 뜯어 재벌에게 깎아주고 구멍난 재정을 보충하려는 것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금연정책, 국민보건증진, 건강보험재정적자 운운의 거짓으로 뭉뚱그리고 있다.
그리고 언론들은 정부의 이런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므로 정부가 담배값을 올리는 것은 곧 강력한 금연정책이라고 믿게 만든다. 정부와 언론은 담배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야당은 이 장난에 놀아나지 말라.
정말 정부가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흡연률을 낮추려 한다면 담배를 유해물질로, 담배 제조업을 유해물질 재조업으로, 담배 판매업을 유해물질 판매업으로 분류하고,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하라. WTO 또는 FTA협정 때문에 수입금지조치가 어렵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그게 진정성이다. 가격정책으로 꼼수 부리지 말라. 그 꼼수는 이미 구멍난 세수 빈곤층에게 뜯어다 채우려는 거라는 진실이 이처럼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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