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회가 나서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를 만들어야.. 원혜영 국회 남북특위장
정성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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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4 11: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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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응원단도 내려오지 못한 채 대표단, 선수단이 참여한 인천아시안게임 사흘째, 남쪽에서 대북 비난 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북미대화의 진척도, 6자 회담 재개 기미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에서 한미공조에 의한 대북 인권 압박과 북한의 맞대응이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남북고위급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까? 북미간에 현안 해결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통일뉴스>는, 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겨레의 염원을 대변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원혜영 국회의원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평화 실현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인터뷰는 9월 23일(화) 오후 3시30분 원혜영 의원실에서 정성희 <통일뉴스> 기획위원(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진행했다. / 편집자 주
▲ 원혜영 의원과의 인터뷰는 23일 오후 원혜영 의원실에서 이뤄졌다. 원 의원은 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제공-원혜영 의원실]
□ 정성희 소장 : 우선 남북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짚어주시지요?
■ 원혜영 의원 :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남북관계라고 봤습니다. 확고한 지지층이 있고,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 때 7.4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2002년 야당대표 시절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던 경험,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건 점 등이 기대를 하게 된 이유였지요.
드레스덴선언의 ‘스포츠 남북교류 장려’와 국방부의 ‘북 응원단 국론분열 대남심리전’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 받는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 더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만 놓고 보죠. 지난 3월 드레스덴선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 나갈 것”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실제는 어떻습니까? 북한이 파견하겠다고 한 북한 응원단은 국제관례, 비용 문제 등을 문제 삼아 결국 오지 못했어요. 국방부는 북한 응원단을 국론분열을 획책하기 위한 대남심리전의 일환으로 보았어요. 순수 스포츠 교류마저 이처럼 소극적이고 경직되게 처리하는데 교류협력이 가능하겠는가? 남북관계가 나아지겠는가? 솔직히 이제는 기대보다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손 놓고 보고 있을 순 없지요? 분단 70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마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끝나버린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의 미래에 더 없이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 정성희 소장 : 남북관계 악화나 정체의 원인이 무엇이라 보십니까?
■ 원혜영 의원 :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언행 불일치’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대화와 교류협력, 신뢰를 말하면서 남북대화를 가로막고 있는 현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적 시각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기반인 냉전보수세력만 지나치게 의식하고 설득하지 않는 게 문제예요.
5.24조치와 금강산 관광 중단, 북보다 남의 경협 기업인 고통 가중시켜
▲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야당대표 시절 북한에 다녀왔던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진제공-원혜영 의원실]
많은 남북관계 전문가와 야당 의원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조차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장 난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해제의 전제조건인 북한의 사과만을 요구하고 있어요.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북한이 사과 안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5.24조치, 금강산 관광 중단은 이미 중국이라는 뒷문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받는 타격이 매우 미미하고 오히려 남북 경협사업에 뛰어든 우리 중소 기업인들이 받는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이 수년에 걸쳐 입증됐습니다. 결단해야 합니다. 정부가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명분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 정성희 소장 :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입니까?
■ 원혜영 의원 : 첫 단추가 중요한데 1기 외교안보라인에 군인출신들이 대거 포진됐습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국방장관, 남재준 국정원장 다 육사 출신이었지요. 이들 사이에서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영향력은 미미했습니다. 주도적으로 정책을 이끌고 갈 추동력이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2기 외교안보라인에 군인출신은 줄었지만 강경파인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옮겨왔어요.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이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나오지 못하는 근본 원인입니다.
제2차 고위급 접촉 제안만 하더라도 북한이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반발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을지훈련 시작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북한이 받지 않을 걸 알면서 대화를 하자고 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보다 하는 시늉만 하고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가겠다는 것은 아닌지 정말로 우려스럽습니다.
박 대통령 임기 2년 차 하반기, 남북관계 풀 시간 여유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미래연합 야당대표 시절 북한에 다녀왔던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당시 북한에 다녀온 후 남북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진심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남북관계를 풀 의지, 민족적 시대적 소명을 인식하고 있다면 대북 특사를 임명하여 박근혜 정부의 진심을 전달하고 남북관계를 풀어가든지, 현 통일부 장관을 경질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통일부 장관을 임명하든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벌써 박근혜 정부 집권 2년 차 하반기 입니다.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풀 수 있는 시간은 정말이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연말까지 전환점을 못 만들면 향후 3년은 아무 희망 없이 그냥 갈 가능성이 높아요. 북 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기정사실화되면 남쪽의 주도권이 거의 없어집니다. 국민여론도 이런 상태로 어찌 할거냐고 비판할거예요. 그러니 마지막 고비에서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합니다.
10월 중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관광 시설 방문 계획
▲ "지금처럼 당국간 대화가 매끄럽지 못할 때는 국회가 나서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사진제공-원혜영 의원실]
□ 정성희 소장 :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는 어떤 일을 구상하고 실행할 계획입니까?
■ 원혜영 의원 :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별위원회(이하 남북관계 발전특위)는 특별위원회이지만 그 어떤 상임위원회보다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합니다. 기본적으로 대북‧통일정책은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국회는 사후 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당국간 대화가 매끄럽지 못할 때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나서서 남북 간 접촉면을 넓히고, 독립적 공간을 계속 확보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회의 역할 강화를 위해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 국회 역할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에 관한 공청회’를 진행했어요. 또,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소장: 신기욱, 부소장: 데이비드 스트라웁)를 초청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정책제안을 듣기도 했습니다. 10월 중에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와 금강산 관광 시설 방문을 하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18명의 남북관계 발전특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이 금강산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정의화 국회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남북 국회회담을 임기 내에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정말 의미 있는 일이고, 여야를 떠나 국회차원에서 적극 협조해야 할 일입니다. 초당적으로 구성된 남북관계 발전특위도 국회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들,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민간 체육문화교류를 지원한다든지, 예를 들어 경평 축구를 부활해 남북의 화해와 교류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면 좋겠습니다.
□ 정성희 소장 : 북미관계도 안 풀리는데, 한반도평화와 북핵문제의 현실적 해법은 무엇입니까?
국회 남북특위, 6자회담 당사국 주한대사 릴레이 간담회 추진 예정
▲ "6자 회담 무용론을 말하지만 북핵문제를 풀 현실적인 창구는 6자 회담 밖에 없습니다." [사진제공-원혜영 의원실]
■ 원혜영 의원 : 미국이나 중국이 대북정책을 전환할 의지나 여유가 없습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국과 중국이 해결해 주겠지’하고 수동적으로 기다릴 게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뭐라고 했어요?.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남북 대화통로를 만들고 ‘북한과 미국이 알아서 하겠지’가 아니라 북미대화가 되도록 가교 역할을 해야 합니다.
6자 회담 무용론을 말하지만 북핵문제를 풀 현실적인 창구는 6자 회담 밖에 없습니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한국이 정말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사전 전제조건을 달지 말고 6자 회담을 열어 북핵 동결과 경제지원, 안전보장, 나아가 북핵 폐기와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남북관계발전특위 차원에서도 6자회담의 당사국인 4개국 주한대사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뜻을 분명히 밝히고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생각입니다.
□ 정성희 소장 :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 '사드'(미국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연합사 창설, 미2사단 평택 이전 철회 등에 대한 바른 입장은 무엇일까요?
“주변 강대국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 돼야”
■ 원혜영 의원 : 잠깐 언급했지만 최근에 남북관계 발전특위에 출석한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신기욱 소장이 “한국이 주변 강대국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합디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국가주권의 상징 중 하나가 무엇입니까. 군사주권 아닙니까. 우리 주권을 찾아오는 일이 자꾸 늦춰지는 것 역시 우리 역량을 스스로 낮게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주권국가로서의 책임의식을 분명히 갖고 해야 하는데 전작권 또 연기에 미군기지 이전도 번복되고 걱정입니다..
그리고 한반도가 나아갈 길은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했던 대로 ‘동북아 균형자’입니다. 우리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동북아에서 어느 한쪽에 편승해 종속변수가 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지요. ‘사드’ 배치 허용해선 안 됩니다.
□ 정성희 소장 : 현 시기 한국의 바람직한 대미 대중 대일 대러 외교정책은 무엇입니까?
살 길은 남북관계 개선해 동북아에서 영향력 키우는 것
▲ "국민들은 지혜롭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계속 잘못된 길을 간다면 국민들이 엄중히 경고할 것입니다." [사진제공-원혜영 의원실]
■ 원혜영 의원 : 외교는 실리에 입각해 지혜롭게 펼쳐야 합니다. 미‧중‧일‧러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나라가 없지요. 동북아 4개국의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전개 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 일본과 러시아가 가담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 틈바구니에서 한국 외교가 살길은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동북아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중관계와 한미관계를 잘 조화시켜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불신하면 그 만큼 손해보고, 남북관계나 경제문제에서 주변국의 협력을 잃게 되니까요.
분단국가의 외교 중심은 통일외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러시아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또한 대일 외교도 매우 중요한 축 입니다.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외교를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던 대일 외교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요.
□ 정성희 소장 : 끝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 원혜영 의원 : 국민들은 지혜롭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계속 잘못된 길을 간다면 국민들이 엄중히 경고할 것입니다. 남북관계발전특위도 시대를 읽는 눈을 놓치지 않고 민족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립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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