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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2일 월요일

대통령의 습관적 ‘국민 모독’…더는 못 참겠습니다


대통령의 습관적 ‘국민 모독’…더는 못 참겠습니다 등록 : 2014.09.22 15:35수정 : 2014.09.22 20:42툴바메뉴 스크랩 오류신고 프린트기사공유하기facebook2630 twitter942 보내기 ‘그날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에 ‘모독 말라’고 오히려 화내고 ‘자신에 대한 모독은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 강변하는 당신 국민이란 이유로 더이상 당신에게 모욕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75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 회원들이 21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를 비난하고,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영웅, 애국자, 개혁자‘로 칭송하는 내용의 전단 20만장과 1달러 1천장, DVD, USB 등이 담긴 풍선 10개를 북으로 날려보냈다. 사진 오마이뉴스 제공 “…아버님의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령도하는 대한민국은 세습수령독재의 폭정에서 신음하는 2천만 동포의 인간해방, 자유통일을 위해 오늘도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어제 임진각에서 탈북자 전위대라는 이들이 북한 쪽으로 날린 삐라에 박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담긴 문구의 일부입니다. 어투가 북조선에서 세습독재자를 칭송할 때 쓰는 것과 같습니다. 삐라의 박 대통령 왼쪽엔 ‘구국의 일념으로 군사혁명에 성공한 박정희 장군’의 사진과 칭송문이 있고, 그 왼쪽엔 ‘건국의 대통령’이라는 이승만이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이승만-박정희 반열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북한 김일성 수령과 다름없는 영구집권 체제와 김 수령의 신격을 획득하고자 했던 이승만과 박정희, 이를 위해 북 체제처럼 국민주권을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했던 이들, 그 위대한 후계자로 자리잡았던 것입니다. 당신은 그 사실을 보고받았을 겁니다. 북한이 삐라를 살포하면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했던 터이니, 설사 십중팔구 엄포일지라도 만에 하나 현실화되면 긴급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으니, 시시각각 보고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궁금했습니다. 그런 칭송에 당신의 기분은 어땠을까. 아마도 당신이 민주공화국의 지도자라면, 경멸하는 북한 체제를 추구했던 이들과 동급의 취급을 받는 것에 모욕감을 느꼈을 것일 터이고, 마음속에서부터 이승만-박정희 노선을 따르는 대통령이라면 모처럼 유쾌하고 상쾌했을 겁니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 회원들이 21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를 비난하고,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영웅, 애국자, 개혁자‘로 칭송하는 내용의 전단 20만장과 1달러 1천장, DVD, USB 등이 담긴 풍선 10개를 북으로 날려보냈다. 파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제 경우를 말한다면, 나와는 별로 관계는 없지만 그걸 보고 몹시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저처럼 민주공화국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탈북자 전위대의 표현대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 나라 대통령이, 아니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암살과 협잡과 정치깡패, 경찰 그리고 총칼을 동원해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고 확대했던 자들과 같다는 건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또 만들어가고 있는 이 나라가 해방공간 혹은 1960년대와 다름없는 암흑·혼란기인가? 당신의 충성스런 검찰이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수사하면서, 대통령의 ‘실종된 7시간’에 관한 기사를 우리말로 번역한 ‘뉴스프로’ 기자까지 잡기 위해 기자들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고 합니다. 번역자까지 처벌하려 하는 것입니다. 산케이와 글 쓴 기자를 닦달하면 됐지, 일본 신문의 기사를 번역해 소개하는 것까지 물고늘어지는 게 아무래도 기이합니다. 옛날 그 위대한 ‘박정희 장군’ 시절이 생각나는 건 그런 까닭입니다. 그때 최고 권력자와 관련된 것은 배포된 것 이외에는 절대로 보도할 수 없었습니다. 코털만 건드리는 기사를 올려도 매체와 기자는 ‘국사범’으로 간주돼 주리가 틀렸습니다. 그래서 장군의 근황과 관련된 소식은 외신에 의존해 귀동냥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외신이라도 그런 괴담을 싣거나 알릴 수 없었습니다. 그때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코털을 건드리는 기사를 게재했다가 특파원은 추방당하고 서울지사는 폐쇄되었지요. 외신이나 외신을 인용한 일체의 표현과 전달 행위를 봉쇄했던 것입니다. 그런 장군이 피살되고 35년이 흘렀습니다. 물론 참혹한 전두환 장군의 시기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선거에 의해 대통령이 선출되고, 헌법도 민주화되고, 그 헌법에 손을 얹고 선서한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성 발언을 했다고 국회가 탄핵을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부러워했습니다. 때문에 표현의 자유 수준이, 공신력을 인정받는 외신을 국내에서 인용 보도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되었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집권과 함께 그게 아니었습니다. 내신도 막고 외신도 막고, 외신의 인용 보도도 막고…, 탈북자의 삐라 속에서처럼 당신은 이승만-박정희의 반열에 오르려 했습니다. 이 나라를 35년 전으로 되돌리려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모욕당하고, 그리고 선거를 통해 당신을 뽑았다는 시민도 모욕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4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4.9.16 /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5개월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당신은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그날 발언은 ‘국민 모독’의 전형이었습니다. 당신은 아이들 264명을 포함해 우리 국민 304명이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천천히 수장되어가고 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히지도 않고 그런 요구를 묵살하면서도 국민을 저와 동일시했던 것입니다. 어떻게 당신이 유족을 포함해 아직도 슬픔에 젖어 있는 이 나라 국민들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거죠? 당신의 무책임과 무능으로 아이를 잃은 유족들을 당신과 동일시하는 거죠? 그런 모독은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당신은 그때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딱 한마디만 했습니다. ‘나는 경내에 있었다.’ 이 얼마나 오만한 말입니까. ‘네깟 것들이 감히 나에게 그런 걸 왜 묻는가?’ 그런 으름짱과 다를 게 무엇입니까. 당신은 오히려 유족과 국민에게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국민은 머슴에 불과합니다. 머슴 자식이 죽은 걸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능멸하다가, 어느날 궁지에 몰리자 나에 대한 모독이 그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당신은 ‘순수한 유가족’과 ‘불순한 유가족’을 입맛대로 나누었나 봅니다. 특별법에는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당신 마음속에서 국민들도 순수한 것들과 불순한 것들로 나뉘어 있겠지요. 국민의 절반 이상은 또 가슴 깊이 모욕을 당했습니다. 곽병찬 대기자 사실 이런 식의 국민 모욕을 따지는 게 새삼스럽습니다. 지금까지 계속돼왔기 때문입니다. 4개월 전 당신은 대국민 담화문을 읽으면서 줄줄줄 눈물을 흘렸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았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쇼였습니다. 그렇게까지 속였는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앞으로 ‘국민’을 언급할 때는 ‘일베나 어버이연합, 탈북자 전위대 등의’라는 지시 대상을 꼭 첨가해주기 바랍니다. 이 나라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당신이 당해야 할 비난을 대신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대통령과 동일시되는 모욕을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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