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응원단 “조국통일”외침 속 북 '5점 골 축포' 화답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4/09/21 [02:14]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경기시작에 앞서 인천 럭비구장에 마련된 축구장 하늘에 공화국 깃발이 나부끼고 조선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 북측 선수단 임원진이 여자축구를 응원하기 위해 남동 럭비구장에 마련된 축구장을 찾았다. ©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 “북측 잘 한다” 함성은 높고 푸른 조국 반쪽 인천에서 울려 펴져 북녘에 닿을 듯했다.
푸른 잔디 위를 달리고 또 달리는 하얀 경기복의 북녘 선수들은 공동응원단의 함성에 답례라도 하려는 듯 전반 1골 후반 4골 등 총5골을 넣으며 홍콩 문전을 골 폭탄으로 초토화 시켰다.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지향아래 제19차인천아시아대회가 개막 2틀 째를 맞는 20일 오후 5시 인천 남동 럭비 구장에서는 배달민족의 뜨거운 피가 흐르는 북측 낭자들이 홍콩 선수단과 경기를 펼쳤다.
이날 경기장은 차라리 축구장이 아니라 ‘평화의장’이요 ‘한민족임을 확인하는 ’통일의 장‘이었다.
축구경기 전후반과 추가시간을 합친 93분 동안은 남과 북을 가로지른 철조망도, 남북을 갈라놓는 분단 장애의 사슬도 끊어 버린 해방구였다.
역사는 제19차 인천아시아 대회 여자축구 2차전이 열린 남동 럭비구장은 민족대단결과 통일염원이 불도가니 마냥 끓어 미움도 증오도 적대도 사소한 다툼과 반목, 질시도 녹여버린 용광로가 되어 민족의 하나 됨을 확인하였다고 말이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아쉬움의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북녘의 응원단이 함께 못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마치 명절이나 잔칫날 꼭 있어야 할 형제 친척이 빠져 허전함이 감도는 그런 분위기였다.
일산에서 왔다는 이용헌씨는 “오늘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와 조국통일을 외치며 북을 응원했다. 그리고 북은 승리로 답해 주었다”면서 “경기가 끝나고 북측 선수들이 운동장 돌면서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며 깊은 감동과 함께 이렇게 쉬운 것이 통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직 까지 우리는 이런 곳에서만 북녘 동포들을 만날 수 있고 공화국 국가를 들을 수 있다는 현실이 참 안타깝고 슬펐다.”며 하루빨리 통일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비록 북녘 응원단이 오지 못했지만 우리 임원진이 대신하겠다. 임원진은 일당백 정신으로 공화국 국기를 흔들며 응원에나섰다. © 이정섭 기자
▲ 보아라 저 뜨거운 하나 됨을!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때문에 이겼습니다."라는 북선수들의 인사에 "잘했습니다. 우리 이대로 통일합시다"로 답하는 응원단 모두의 눈가에는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 이정섭 기자
이용헌 씨는 “지금 인천 아시안게임 표판매를 비롯해 홍보자체가 아주 저조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는 정부와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자초한 화가 크다.”면서 “북쪽 응원단만 왔어도 전국 관심도가 수십배가 됐을 것이다. 응원단을 보내겠다는 자체가 북으로서는 남북관계개선을 하겠다는 신호아닌가 한다. 만약 남쪽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면 북과 접촉할 수 있고 많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데 단일기라든지 체류비 문제를 들어 이를 성사 시키지 못한 것은 대단히 잘 못 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북측은 최근에 삐라를 북쪽으로 날리지 않으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고위급 회담을 할 수 있다고 통일부와 정부에서는 뿌리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북은 마지막 카드를 보낸 것 같다. 남북관계 개선의 키는 통일부와 남측 정부가 쥐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감 없어 보이기도 하고 상황은 어두운 것 같다.“며 아시아 대회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만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양심수 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 역시 “오늘 경기장에 온 사람들 중 몇 사람이 축구에 관심이 있어 왔겠는가.”라며 “오늘 관중 모두가 조국통일과 우리는 하나다라고 경기장이 들썩하게 외친 것은 민족의 하나됨과 통일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조국통일 염원의 간절함을 드러냈다.
권오헌 명예회장은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왜 살리지 못했는가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는 없는 기회도 만들어야 하는데 주어진 기회도 무산시키는 것은 통일의 의지가 없다고 보아야 맞지 않은가. 박근혜대통령의 통일대박 이야기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민족을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본다. 아직까지 아시아 대회가 여러날 남은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금이라도 북측 응원단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해 성사시키고 그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길 바란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소래초등학교 유민영 군도 평택에서 왔다는 강태희씨도 전라도에서 왔다는 윤종순 할머니도, 수원에서 온 강담 할아버지도 경상도가 고향인 안재구 할아버지도, 충청도 출신 박해전 아저씨도 모두가 하나같이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국통일이 빨리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광운대학교 김상덕 학생은 “북측 선수들을 보니 특별했다. 이래서 통일을 해야 하는구나, 우리랑 다르지 않구나라는 것을 생각했다.”며 통일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경기를 하는 북녘 선수들과 임원진 그리고 북녘 동포들을 형제적 사랑으로 뜨겁게 환영하며 응원을 펼친 남녘 응원단은 ‘물보다 진한 피’를 온몸에 지니고 사는 우리 팔천만 배달겨레의 하나 됨이 결코 멀지 않았음을 확인해 주는 소중한 자리였다.
아직도 귓가에는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가 쟁쟁하고 눈에는 북녘 경기장을 누비는 북측 선수들과 응원석에서 공화국 국기를 흔들며 응원하던 북측 임원단의 모습이 아른 거린다.
우리가 매일매일 손잡고 살 '조국통일' 그날을 하루빨리 앞당겨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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