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점검① : 20대] 반값등록금·지방대 지원 공약, 샅샅이 살펴봤더니...
14.09.29 18:45l최종 업데이트 14.09.29 18:45l고동완(kdw1412)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증세 없는 복지 증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쏟아낸 공약들 중 일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지 1년 6개월여가 지난 현재 각 분야의 공약들이 어느 정도 이행됐으며 체감 지수는 어느 정도인지 세대별, 관심별로 나누어 알아봤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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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8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39개 대학교 총학생회장들과 펼치는 반값등록금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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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던 새누리당은 '국가장학금을 확충해 2014년까지 반값등록금을 이뤄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2014년 9월 말 현재, 반값등록금이 올해 안에 이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구나 2년 전 대선 때 역점을 뒀던 '지방대 살리기'도 대학 구조개혁이 급물살을 타면서 허공에 맴돈다는 지적이다.
올해 이행하겠다던 대학 등록금 공약은 당초 약속과 달리 한참 후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2014년까지 ▲소득 1~2분위 등록금 전액 무상 ▲3~4분위 75% 지원 ▲5~7분위 50% 지원 ▲8분위 25% 지원 공약을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이행만 되면 반값등록금을 완성한 것이라 했다. 그런데 올해 국가장학금 1유형의 경우, 소득 1~2분위에 지급되는 국가장학금 최대한도가 연간 450만 원(한 학기 최대 225만 원)에 머물렀다.
내년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현행 소득 1~3분위 장학금 지원은 그대로 두고, 4~8분위에 한해서 연 45~112.5만 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결국 '소득 1~2분위 무상 공약'은 내년에도 이뤄질 수 없는 데다, 등록금 기준으로 비율에 차등을 둬 지원하겠다던 공약과 달리 450만원 상한선을 두고 그에 비율을 맞추는 데 지나지 않은 것이다.
'반값'이 반값이 아닌 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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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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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당시 새누리당은 등록금 공약에서 반값을 강조하며 대학생 표심잡기에 나섰지만 뜯어보면 실제 '반값'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 사립대학(재학생 1만명 이상) 학부의 연평균 등록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려대 이공계는 968만 원, 이화여대 이공계는 936만 원 등 이공계열에서 900만 원 이상의 등록금을 받는 대학은 10곳에 달했다. 예체능 계열에선 이화여대의 경우 994만 원, 숙명여대 968만 원 등 900만 원 이상 받는 대학이 10곳이었다. 이는 국가장학금 1유형의 1인당 연간 최대지원금액(기초수급자, 소득 1~2분위) 450만 원을 2배 이상 상회하는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정부가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1유형과 대학을 경유해 지급되는 2유형으로 나뉜다. 2유형은 대학이 장학금 확충에 노력을 기울이고 등록금을 동결, 인하할 경우 지급되는데, 정부는 이를 통해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등록금'을 떨어뜨려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적잖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1% 미만으로 인하하는 데 머물렀다.
지난해 10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학기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는 63만여 학생 중 절반이 20만원 미만을 받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예산안 기준 소득분위에 따라 112.5만원~450만 원이 지원받는 1유형과 합해도 등록금 천만 원 시대에서 실제 반값은 이뤄지기 어려운 셈이다.
다만 인문사회계에서 수도권 사립대학(재학생 1만 명 이상) 상위 20곳의 등록금은 600~770만 원 대에 머물러 내년도 기준 소득 4분위까지는 반값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소득 3~4분위에 한해 등록금의 75%를 지원하겠다던 당초 공약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국공립대의 경우 모든 계열의 등록금이 800만 원 미만(2014년 기준)인데다, 평균 등록금이 307만 원인 것으로 나타나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의학계열 등을 제외하면 내년에는 소득 8분위까지 반값이 가능하다. 그러나 4년제 대학 201곳 중 국공립대는 21%(43곳)에 불과하다.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가 다수인 상황에서 등록금 반값에 대한 체감 인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지난 1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불발로 그치긴 했지만 경희대가 올해 초 등록금 인상안을 발표하고 2유형을 안 받겠다 선언하지 않았나"라며 "정부가 등록금을 낮추는 데 있어 2유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엔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 등 대학들의 노력이 부족해진 탓에 정부가 2유형에 배정한 예산도 다 못 쓰고 남기는 형편(관련기사: 예산 있어도 못받는 국가장학금... "문제는 제도")"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예산 부족을 이유로 2유형을 받지 않는 대신 등록금 인상 카드를 꺼내도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대학 투명화' 공약 내놓지 않아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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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기준 사립대 적립금 총액 상위 10개교 순위. 1년 만에 365억원 적립금을 늘린 대학도 있다.
ⓒ 대학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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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는 국가장학금 확충으로 대학 등록금에 따른 가계 부담을 덜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대학 투명성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 천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정작 돈을 내고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적립금을 불려왔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적립금 상위 20개 사립대의 총 적립금은 2012년 4조 7961억 원에서 1659억 원 늘어난 4조 9619억 원이 됐다. 또 지난해 기준 사립대학 총 적립금은 12조에 육박했다. 적립금은 나날이 느는 추세에서 등록금 산정 내역을 투명화해 인하 여력은 없는지 살펴봐야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그렇다보니 정부 정책에서도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데 우선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가장학금 제도의 허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기존 국가장학금 제도에서 지급 범위와 지원액을 늘린 것이다. 전임 이명박 정부가 소득 기준으로 차등 지원하도록 설계한 국가장학금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장학금 지급의 허점을 그대로 이어나갔다는 점이다. 이전처럼 기준을 소득분위로만 국한하면서 결과적으로 소득을 누락, 탈세한 가정에 혜택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난 23일 한국장학재단은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 1학기부터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활용, 금융 자산과 부채 등도 함께 조사해 부당 이득을 막겠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대책이 강구돼 다행이지만, 한 발 늦은 탓에 국가장학금이 그간 새나간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 지원하겠다더니... 지방대 몰락 재촉?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지방대를 살려 지역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대의 양적팽창에도 불구하고 서울 소재 대학과의 교육·연구 여건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를 위해 지방대 특성화 사업 등을 실시해 지방대에 재정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올해 기존 지방대 교육 역량 강화 사업을 지방대 특성화 사업으로 개편하고, 594억 원을 증액한 2031억 원을 투입했다. 그런데 공약에서 밝힌 지원 사업들이 시행되면서 오히려 지방대 몰락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지원 사업들이 대학 구조개혁과 연계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학 지원 사업 중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특성화 사업은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 사업을 평가, 선정하고 그 과정에서 4% 이상 정원 감축을 실시한 대학에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수도권 대학들은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에 참여하면서 평균 3.7%의 정원을 감축할 계획이지만, 지방대들은 사업 신청을 위해 평균 8.7%의 감축안을 내놨다. 감축 규모부터 극명히 구별된다.
서울대와 연고대를 포함해 감축을 단행하지 않은 대학들이 사업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것처럼, 평가에서 가산점은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 평가에서 2016년까지 감축 목표의 80%를 달성할 계획인 대학에 한해 4%~7% 미만 정원 감축 시 3점, 7%~10% 미만 4점, 10% 이상 5점을 부여했다.
평가는 동일 권역에서 진행되는데,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이 안정적인 수도권 대학들은 대부분 4%선에서 정원을 감축키로 하고 사업도 선정되는 실리를 챙겼다. 이에 반해 평가에 사활을 건 지방대들은 4% 감축안을 내놓자니 7% 감축안을 내놓은 다른 지방대에 재정지원 사업과 구조개혁 평가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지고, 10%는 부담이 커 결국 7% 이상 정원을 줄이기로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와 관련 대구의 A대학 기획처 관계자는 2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교육부가 대학 평가에서 가산점이 상당히 (크게)작용할 것이라 발표했다"라며 "4%~10% 감축안 중 고심하다 동일 권역 대학들의 감축 규모를 고려해 7%로 감축키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경북 소재 B대학 교수는 "구조개혁에 따른 고통분담을 지방이 떠안는 형국"이라며 "수도권-지방간 불균형의 정원 감축이 계속 진행된다면 수도권 쏠림 현상의 가속화는 자명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방대 중 경쟁력 갖춘 대학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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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대학은 대부분 0%~4% 감축 계획을 밝힌 반면, 지방대는 7%~10%를 감축키로 했다. 정원 감축에 따른 고통을 지방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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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수도권과 지방간 감축 규모의 차이로 지방대의 재정 상황은 훨씬 열악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방대를 지역 성장의 거점으로 육성해 지역 발전을 일으키겠다는 공약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지방대라도 몇몇 대학의 경우 수도권 일부 대학보다 연구 및 교육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지만, 이들 지방대들도 평가에서 같은 지역 지방대들과 동일 권역에 묶이면서 4% 대신 7% 이상 정원 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대다수 지방대들은 동일 권역에서 사업단 선정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향후 진행될 구조개혁에서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정원 7% 이상을 감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력 있는 지방대마저 도태되는 양상인 것이다.
심연미 새정치민주연합 교육전문위원은 18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재정에 있어서 지방대가 특히 어렵다보니 정부의 지원 사업 평가에 훨씬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구조개혁으로 지방대 정원이 대폭 감소함에 따라 지방대는 고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방대 지원과 관련, 대선 공약집에서 '일률적인 평가보다는 대학 특성에 맞는 평가가 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시작된 특성화 사업과 산학협력선도대학 지원 사업만 보더라도 수도권과 지방을 따로 떼어내 권역만 나눠 평가할 뿐, 평가 방식은 사실상 일률적으로 진행됐다.
예컨대 입학정원 1500명 미만 중·소규모 지방대들은 운영 여건상 정원을 추가 감축하기 어려운데도 이로 인해 각종 사업 평가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없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정원을 감축하지 않은 한국교원대는 입학정원이 546명으로, 4개의 사업으로 특성화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모두 탈락했다. 정원 10% 감축안을 내놓고 6개 사업이 선정돼 올해 63억 원을 지원받은 인근의 한 대학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소득 1~2분위 가정 대학생은 무상으로 다닐 수 있게 하고,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대의 발전도 적극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기 2년을 앞둔 지금, 관련 공약의 적잖은 내용들이 수정되고 공약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선심성 공약 아니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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