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61] 정의구현사제단 창립 이끈 함세웅 신부
14.09.26 20:37l최종 업데이트 14.09.26 20:37l이영광(kwang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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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세웅 신부.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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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헌법 무효를 외치며 탄생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아래 사제단)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사제단은 1974년 당시 원주교구장이었던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를 외치다가 체포되어 15년형을 선고받은 뒤, 젊은 신부들 중심으로 결성돼 민주화 투쟁을 해왔다.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뒤인 1980년에는 전두환 신군부가 등장했고 사제단의 민주화 투쟁도 계속됐다. 그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참상을 알렸다. 또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조작도 폭로했다. 이는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사제단의 의미와 과제 그리고 현 한국사회를 진단하고자 사제단 창립을 주도했던 함세웅 신부를 지난 24일 대학로에 있는 '기쁨과 희망' 연구원에서 만났다.
다음은 함세웅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사제단 창립 40주년, 첫마음을 간직하면서 새롭게 시작"
- 올해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40주년을 맞이했어요. 신부님께서 창립에 앞장선 것으로 아는데, 40주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당시, 뜻있는 동료 사제들과 함께 투신했습니다. 올해로 사제단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데, 40은 성경에서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노아 방주 40일과 이집트 탈출 후 광야생활 40년 그리고 엘리야 선지자가 아합왕을 피해 호렙 산을 가기까지 40일이 걸렸어요. 그리고 주님께서 광야에 가서 40일 금식하셨잖아요. 이와 같이 '40'은 완결을 뜻하기도 하고 한 시대를 마감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해요. 그래서 40년 전의 첫 마음을 간직하면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이 듭니다.
사제단은 하느님의 대표적 속성인 '정의'를 우리 국가, 사회 공동체에 실현하고자 합니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 사람과 자연 등 사회적 관계를 바르게 정립하는 것입니다. 바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사회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운동단체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은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 교육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과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중요하지요.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했다는 즐거움과 함께 우리 사제단이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다고 생각합니다."
- 첫 마음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사제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어린 시절의 다짐과 기억을 되새기고, 사제 서품을 받고 첫 미사를 드리면서 예수님께 바쳤던 봉헌 자세입니다. 그 마음으로 감옥에 갇힌 분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시민, 학생, 노동자들을 핍박하는 불의한 독재정권을 타파해 아름답고 정의로운 국가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인간 개개인에 대한 사랑과 존중으로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하셨는데,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국가는 부유해지고 있는데 노인 빈곤율, 자살률, 빈부격차 같은 사회의 중요한 지표들이 OECD 국가 중에서 대부분 1위를 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증거들입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공동체를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살아가야지요. 그것은 국가보다도 개인의 가치가 우선한다는 근본 원리를 늘 확인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 1974년이면 유신 시대인데 어떻게 창립하게 되셨나요?
"당시 원주교구장이셨던 지학순 주교님이 박정희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하셨습니다. 1971년 원주 MBC 부정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지 주교님은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보다 박 정권의 부정과 부패를 지적했습니다.
그건 박정희를 사살했던 김재규 부장도 군사 법정에서 증언했던 사실입니다. 김재규 부장은 "박정희를 제거했어도 부정부패 세력을 제거하지 않고는 결코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 그 사실을 우리가 체감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독재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바로 부정부패입니다.
박정희 정권이 지 주교님을 오랫동안 벼르고 있다가 1974년 7월에 구속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지 주교님 석방과 함께 유신철폐를 외치며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다 감옥에 갇힌 청년, 학생들의 석방을 위한 기도회를 하고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제단 창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의가 이루어지면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고, 민주주의가 실현되며 남북의 일치와 화해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진리를 보존하고 지키신 예수님도 보수적"
- 천주교는 전반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해서 진보적인 사제단은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물론 사제들 공동체도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 좀 보수적인 분들도 계시지요. 그런데 보수(保守)라는 말은 매우 좋은 말이에요. 보존하고 지킨다는 뜻인데, 무엇을 보존하고 지키느냐가 문제지요.
예수님도 바로 보수적인 분이세요. 예수님은 진리를 보존하고 지키신 분이죠. 그 때문에 그분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답니다. 따라서 참된 보수는 필연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여야 합니다. 어쨌든 가톨릭은 세계적으로 워낙 큰 공동체이고 오래된 조직이니까 그 정도는 수용하지요."
- 앞에서 말씀하신 창립 초기 마음이 이어진다고 보세요?
"40년 전과 같이 교회는 국가, 사회공동체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회도 많이 변화했지만, 여전히 '인간존중'이라는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사제단은 시대적 소명을 늘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같은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 사제단은 40년 동안 많은 일을 해오셨는데 그중에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인가요?
"글쎄요. 저희가 스스로 잘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성서의 가르침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 곧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진단하면서 신앙인으로서 그때그때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고자 노력했던 삶을 되새깁니다. "
- 사제단을 '친북 혹은 빨갱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그 뜻을 잘 모르고 반복하는 앵무새 같아요. 사실, 2천 년에도 사두가이와 바리사이파 등 위선자들은 예수님을 향해 사탄, 곧 베엘제불이라고 험담했거든요. 어느 시대에나 반대를 일삼는 비이성적인 사람들은 꼭 있게 마련입니다.
1974년에 박정희 독재와 싸울 땐 그런 말이 없었어요. 박정희씨는 원래 일제의 만주군관학교를 나온 사람으로 독립군을 해친 친일파였어요. 그는 여순사건 때 남로당 소속으로 공산주의자였어요. 이는 누워서 침 뱉는 거죠.
지금, 빨갱이가 어디 있나요? 사제로서 또 한 동포로서 남·북한은 한 공동체로 모두 함께해야 합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이념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의 발언 그 자체가 반민족적, 반민주적입니다. 사제는 하느님을 믿고 모든 사람들이 구원되길 바라는 교회 공동체 일원이며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 일각에서는 '왜 신부들이 정치 사회 문제에 참여하냐'고도 하는데...
"그것은 그 분들이 그리스도교의 신관과 구원관을 잘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구원은 인간을 영, 육, 사회적으로 구원하는 행업입니다. 정치적 구원이 종교의 목적이기도 해요.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했을 때, '노예는 인간적 삶이 아니기 때문에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이 구원의 핵심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노예에서 해방시키시는 분이에요. 노예생활로 울부짖는 사람들 때문에 하느님이 마음 아파하셨어요.
이 시대도 불의한 정권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통당하고 아파하잖아요. 그분들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불의한 정권을 타파해야 해요. 바로 그것이 종교의 사회적 사명입니다. 많은 불의한 자들은 '왜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느냐'고 말하는데 바로 그 말이 정치적 아닙니까? 사람은 존재론적으로 정치적입니다. 따라서 정치 운운하는 것이 바로 모순이라는 것이죠.
종교는 불의한 정치를 꾸짖고 그들이 깨닫게 하고 올바르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평화롭게 살게 하는 공동체입니다. 그것이 종교의 사회적 소명이지요. 그 부분을 잘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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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영오씨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지난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 교황방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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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한국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는데 교황의 행보 어떻게 보셨어요?
"1984년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의 첫 방문 때 우리 사회가 아주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때, 제 생각으로는 교황님의 메시지가 강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좀 조심스럽게 교황 방문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아주 대단했어요.
교황님은 종교 지도자이지만 한 국가의 수반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행적은 순수한 종교 지도자로서 아주 훌륭한 품위를 보여주셨습니다. 한 마디로 그것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은 보통 머리로 생각하고 종합하며 입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교황님은 가슴과 심장, 마음으로 말해야 함을 우리 모두에게 새롭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저도 많은 분들의 감동과 예찬에 공감하면서 그분의 행업을 반추하고 있습니다."
- 교황께서는 한국 교회가 가난해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그것은 성서의 기본적 가르침이에요. 부자가 되고 탐욕의 노예가 되면 사람의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원래 그리스도인의 삶과 복음으로 돌아가라. 회개하라'라는 예수님 말씀을 통해 우리 모두 탐욕에서 벗어나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라는 권고입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가르침을 거듭 확인해 주신 말씀입니다.
재물과 소유욕에 종속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깊이 성찰하고 되새겨야 할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이 기업과 재물, 체제와 제도보다 우선한다는 인간선언이기도 합니다."
- 교황께서 우리 사회 약자들을 보듬으면서 힐링의 메시지를 전해주셔서 감동 받았어요. 그러나 교황은 외국인이시잖아요, 그래서 왜 우리 사회에는 이런 분이 없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아닙니다.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도 교황과 같이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다만 수구 언론 등 거짓언론이 이념 갈등과 분파적 이해관계를 갖고 끊임없이 비판하고 사회와 유리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은 부정부패와 결탁한 일종의 조직폭력, 강도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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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베 회원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단식농성장 앞에서 '도시락 나들이' 등 먹거리 집회를 예고한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일베 회원들과 시민들이 피자와 치킨을 먹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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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5개월이 지났어요. 지난 5개월 한국사회를 어떻게 보세요?
"근본적으로 '치유 불가능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우 슬프고 참담합니다.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과 사람들이 아주 억울한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사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자는 것이 피해자 가족들의 주장이고, 많은 국민이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상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법은 사회를 통치하는 최소한의 규율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아주 기본적인 관습과 도덕률이 있습니다. 어떻게 법으로 다 규정하고 다스릴 수 있습니까? 필요하면 법을 만들면 되는데 진상규명하기 싫다고 주장하는 것 아닙니까?
국가는 주권, 국민, 영토가 기본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정의가 없는 나라는 강도 집단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표현에 따르면 지금 한국은 부정부패와 결탁한 일종의 조직폭력, 강도 집단과 같습니다. 무법천지지요! 마음이 아파요. 요엘 예언자의 말씀대로 심장을 찢는 마음으로 회개와 성찰 운동을 펼쳐야 합니다."
- 왜 이렇게 됐을까요?
"우리 모두 양심이 마비되었고,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죠. 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의 졸개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일, 독재, 분단 세력을 다 타파해야 합니다. 성서적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모두 근원적으로 회개해야 합니다."
- 광화문 단식장 앞에서 일베 회원들이 폭식 투쟁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마음이 아프죠. 단식하는 분들은 가족의 슬픔과 아픔에 동참하는 기도의 행위거든요. 그런데 그분들 앞에서 폭식하고 조롱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자신의 인격을 파멸하는 비인간적 파괴행위죠. 그분들은 인간적인 삶보다는 동물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동물성을 넘어서서 이웃의 아픔을 같이 하는 참된 양심과 연민을 가진 성숙한 인간이 되면 좋겠어요."
-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국론 분열되는데 일각에서는 종교계의 원로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원로들이 주장은 할 수 있지요. 여당이나 야당, 정부가 들을 귀가 있고, 대책을 강구하려고 할 때 그게 가능하지요. 대책을 만들 의지가 없는 분에게는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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