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스웨덴 좌파 총선승리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우리 분단체제의 질곡
한성 자유기고가
기사입력: 2014/09/16 [20:28] 최종편집: ⓒ 자주민보
“아따, 뉴스 본께로 그 어디냐 스웨덴, 그곳에는 용접공이 대통령이 되부렀구먼”
전라도 광주에서 사는 지인이 전화를 해 와서는 약간은 호들갑스럽게 한 말이었다. 자신이 용접공이라서 관심이 갔던 모양이었다. 몇 년 전 순천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자신의 고향에서 배관공이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좋아하면서 보였던 그 호들갑의 크기에 크게 모자라지는 않았다.
노동자로 살기는 했지만 노조활동 등을 하거나 했던 사람은 물론 아니었다. 다만 고등학교 때 광주민중항쟁에 약간은 참여하기는 했었다. 정체성은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통령 아니다 총리여”
스웨덴 총선에서 좌파연합을 이끌고 16일 승리하여 정권을 탈환해 이후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은 스테판 뢰프벤(57) 사민당 당수이다.
언론들을 뢰프벤에 대해 두 가지 점을 대서특필했다. 먼저 그의 인생궤적이었다. 1957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유복자로 태어나 보육원을 거쳐 벌목꾼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의 양부모 가정에 입양되어 자랐던 불우한 환경이 회자되었다.
더 회자된 것은 13세의 어린 나이에 사민당에 입당을 했다는 것 특히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다가 1년여 만에 중퇴한 뒤 공장 용접공으로 사회에 진출해서는 노동운동에 투신, 2005년 금속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는 것 등 그의 이력이었다.
흔히 유명정치인이 걷게 되는 이른바 ‘엘리트 코스’와는 전혀 상반된 이력이었다. 입지전적인 인물의 전형이라할 만했다.
언론이 뢰프벤에 대해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좌파의 정체성에 맞는 그의 정치성향이었다.
그는 자평에서 "스웨덴 국민은 세금 감면과 민영화를 모든 사회문제의 만능 해결책으로 내세웠던 우파연합에 등을 돌렸다“고 했다. 그가 공약으로 주로 내 건 것은 양극화 완화와 공교육 개선 등이었다.
우파연합의 수장이자 현 총리인 온건당 당수 프레드릭 레인펠트가 8년의 재임 기간 동안 복지제도를 대폭 축소하고 여러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시장주의 정책을 펼쳐온 것에 대한 반발이다.
좌파로서의 정체성에 맞게 전반적으로 진보의제라 할만했다.
스웨덴 총선에서의 좌파연합의 총선승리는 우리사회의 진보정당운동 등 진보진영에도 적잖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사회에 이미 고착화되다시피한 양극화 심화문제 그리고 현 정부가 최근래 들어 철도와 의료 등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에 맞물리게 하면 더욱 그렇다.
근본적으로는 전반적으로는 좌파연합의 승리가 가능하게 하는 스웨덴의 정치지형과는 다른 우리나라의 정치지형과 비교할 만해서다.
이는 구체적으로는 어느 다른 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우리사회의 진보만이 갖고 있는 특징과 관련되는 문제이다.
“통합진보당이 그런 일을 안 당했더라면 많이 당선되었을 것이여”
몇 개월 전에 있었던 6.3지방선거가 끝나고 났을 때 그 지인이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며 했던 말이었다.
그의 말은 우리 현대사는 물론 한국사회 정치의 현주소와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들을 중층적으로 담아놓고 있는 말이었다.
그가 말한 통합진보당에서의 ‘그런 일’이란 2012년 5월 ‘당 사태’와 2013년 8월 ‘이석기의원 등의 구속사태’로 인해 본격화된 정부와 보수진영의 이른바 ‘종북몰이’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설령 그가 아니어도 한국정치 지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할 것 없이 안타까워하면서 입에 올리는 흔한 말이었다.
한국사회는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절차적 민주주의 획득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했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투쟁으로 이룩한 소중한 성과였다.
6월항쟁이 가져다준 민주주의 가치는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던 노동자대중들의 광범위한 진출을 불러왔다. 87년 7,8,9노동자대투쟁이 그것이었다. 전태일 분신 이후 다시 시작되었던 민주노조운동의 전환적 국면이 활짝 열린 것이었다.
노동자의 대중적 진출은 진보적인 인사들을 포괄하는 진보정당운동으로까지 발전을 이루어낸다. ‘국민승리 21’에 본격화되었던 진보정당운동은 지금, 통합진보당까지 이르러있는 상태이다.
노동자 민중의 진보정당 활동과정은 우리사회의 최고의 가치인 진보의 범주내용이나 개념을 바꾸어 새롭게 정립시켜주었다.
‘87년체제’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성취한데 따라 이 시대의 진보는 미국과 북한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질 것인가하는 하는 것으로 모아졌다. 미국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자주적이어야한다는 관점에서 북한에 대해서는 체제적 관점이 아니라 민족적이고 통일적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 그 문제의 핵심이었다. 우리사회 이 시대의 진보는 그렇게 자주와 통일로 새롭게 정립된 것이다.
정치경제적으로 친미적 조류와 통일에 있어서 반북적 조류가 보수사회의 정체성으로 되고 있고 그 보수사회가 정치영역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치지형은 노동자 민중의 진보정당운동과는 곧바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그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 고통이다. 분단체제에서 자주와 통일을 진보의 핵심적 내용으로 해서 열어나가게 되는 진보정당운동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현재의 통합진보당이다.
지인의 그 말에는 통합진보당이 대대적인 ‘종북몰이’로 존립근거까지도 위협받게 되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았다면 광주 등 호남지역에서, 이미 기득권화 되어버린 새정치연합의 대안으로 충분히 부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것이었다.
“느그들 왜 그러냐? 어떻게 순천에서 그런 일이 있을 것인가 말이여”
지난 7.30보궐선거 때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후보 이정현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것에 놀라 전화를 해서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들어야했던 말은 의외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는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열변을 토해냈다.
“느그들이 호남을 알어? 돈 밝히고 다 썩어빠진 놈을 위에서 염치도 없이 내리꽂는데 좋아할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 광주도 그렇지만 순천사람들도 호구가 아녀”
순천 곡성 사람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혹독한 평가였다. 길게 듣지 않아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어이 친구! 힘들겄지만 더 열심히 햐! 머지않아 빛을 볼 것이여”
놀라운 말이었다. 그의 말은 그 ‘말도 않되는 종북몰이’가 언제까지 가겠냐면서 그렇게 응원을 보내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분단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 말은 그 안에 품고 있는 것이었다. 노동자 민중의 진보정당활동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진보가 겪고 있는 고통을 그리고 희망을 사람들은 그렇게 다들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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