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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5일 일요일

유시민 선배, 훌훌 털고 돌아와 다시 펜을 드시죠

 유상규 에디터

skrhe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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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생트집 비판, 남다른 재능에 대한 질시

상심 컸어도 복귀 고대하는 독자들 생각하길

민주 정부 들어섰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유시민 작가가 지난 6월 3일 MBC 대선 개표 방송 '토론M'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유시민 선배,

오피니언 에디터로부터 ‘유시민의 관찰’ 칼럼을 당분간 중단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를 씁니다. 우선 국회의원, 장관, 당대표, 이사장과 스스로 선호하는 ‘작가’ 등 여러 직함을 갖고 계시지만, 이 편지에서는 ‘선배’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기자들이 윗사람을 부를 때 통상 쓰는 호칭이기도 하고, 학생 시절의 기억도 소환해 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했을 때 복학생협의회장을 하고 있는 선배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얼마 후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서 1심 유죄 선고를 받고 선배가 쓴 항소이유서를 읽고 감탄했습니다. 제 선친이 변호사를 하셨는데, 글씨를 하도 많이 써서 손가락이 불편해 종종 변론이나 준비서면 등을 불러주시면 제가 받아쓰곤 했습니다. 덕분에 법률서면을 곁눈질 했던 제게 그 항소이유서는 아주 달랐습니다. 누구는 선언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성명서 같다 했습니다. 당시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가톨릭에 열심이던 제게는 선배의 항소이유서가 한 편의 ‘신앙고백’ 같았습니다.

졸업 후 신문사에 입사해 정치부 기자로 국회를 출입했는데, 이해찬 의원실에서 만난 선배의 인상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비서관으로 있던 동기를 찾아갔다가, 보좌관을 하고 있던 선배와 우연히 차 한 잔을 하게 됐지요. 이름만 알던 선배를 첫 대면한 김에 오래 전부터 의문을 품고 있던 ‘서울역 회군’ 등에 대한 제법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어찌 그리 진솔하고 명쾌하게 대답을 하던지….

‘특별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후 과학기술처 국정감사 등에서 이해찬 의원의 활약을 취재하면서 선배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선배의 남다른 능력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언론에 몸담고 있으면서 재주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도 대개 어느 분야에 한정되는 게 일반적이더군요. 기사를 잘 쓰는 기자도 방송에 나가면 지루하고 재미없기 일쑤지요. 선배처럼 자신의 생각을 글로도 잘 쓰고, 말로도 재미있게 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설 유시민 작가가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집 30권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19.8.13.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 유 선배께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습니다. 대선 직전 김문수 후보 배우자에 대한 일로 맘고생을 많이 하셨을 줄 압니다. 특히 몇몇 진보 인사들까지 비판에 가세한 데 대해 작지않은 충격을 받았으리라 짐작합니다. 유 선배 발언이 문제없다는 것은 민들레에 여러 편의 기사가 올라 있으니 저까지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같은 지향을 갖고 있는 민주 진보 진영에서 왜 그런 반응을 보일까요? 그건 유 선배의 남다른 역량에 대한 질투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남다른 재능은 누구나 갖기 바라지만,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면 질시를 받기 마련이지요. 유 선배가 기왕에도 종종 이번 같은 생트집 수준의 비판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또 유 선배의 글이나 말에 대해 비평을 하면 자신들의 격이 동시에 조금 올라간다고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사실 저 자신도 유 선배의 칼럼이 실리면 ‘빈틈’이 없나 유심히 뜯어보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잘난 척을 하고픈 욕심이 작동한 거지요.

2년 8개월 전 시민언론 민들레 창간 때 처음부터 시사비평을 쓰기로 한 선배의 결정에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갓 창간해 포털에 검색도 되지 않고, 원고료도 소박한 수준의 민들레에 왜? 그러다가 금방 '역시 유시민이다" 라고 탄복했습니다. 제대로 된 언론에 무언가 기여해야겠다는 선배의 뜻 아니겠습니까. 민들레에 모인 전현직 기자들도 유 선배의 결심에 더욱 힘을 내기도 했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공식 창간일인 2022년 11월 15일에 선보인 '유시민 관찰' 첫 칼럼.

그동안 ‘유시민의 관찰’ 칼럼은 민들레에서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2주마다 유 선배의 칼럼이 실릴 때마다 엄청난 독자들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요즘 제가 담당하고 있는 시민기자 중에는 유시민의 칼럼이 올라오는 매체에서 활동하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아마도 유시민 칼럼이 당분간 나오지 않는다면 독자들의 실망이 여간 아닐 듯합니다.

혹여 이제 대선도 끝났고 민주 정부가 들어섰으니 민들레에 할 소임은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시지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다른 외부 필진들께도 요청하고 있지만, 창간 초기부터 함께 해준 선배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윤석열 정권이라는 절대악이 사라졌다고 해도 잔당들이 남아 재기를 꿈꾸고 있으니 안심할 수 없지 않습니까?

유 선배, 민들레 독자들이 이제나 저제나 선배의 날카로운 비평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새겨 주세요. 시사비평 만이 아니라 국민연금 개혁 같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칼럼을 고대하는 독자들도 많습니다. 고난이 닥칠 때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툭툭 털고 돌아와 다시 펜을 들어주십시오. 방송 영상이 대세인 세상에 그래도 정론직필의 텍스트 매체를 지키려는 후배들에게 힘을 보태주려는 초심을 잃지 말아주십시오. 선배의 복귀는 민들레의 독자, 기자 그리고 외부 필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당분간 시사비평을 중단하지만, 다시 쓰게 되면 민들레로 돌아오겠노라”고 하셨다니 고맙습니다. 그 ‘당분간’이 오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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