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한국일보 “반성도 쇄신도 없이 버틴 국민의힘이 자초한 심판”
경향신문 “국가·사회의 낡고 썩은 환부 수술하고 대개혁 해야”
[미디어먼슬리] 류영재, 이범준 <사법의 정치화: 본질과 해법을 찾아서> 신청하기
입력 2025.06.04 07:49
수정 2025.06.04 07: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파면된 대통령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통해 내란 사태를 일으킨 지 6개월, 183일 만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당선인은 “국민들이 맡긴 사명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확실히 이행하겠다”며 “국민을 크게 통합시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첫 사명으로 ‘내란 극복’을 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완료된 4일 오전 5시께 기준 이 당선인 득표율이 49.42%(1728만7513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유효투표의 41.15%(1439만 5639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 7523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34만 4150표)를 얻었다.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들은 1면 머리에 이재명 후보 당선 소식을 전했다. 1면 헤드라인에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내란 심판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 당선인이 말한 “통합 책임”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소년공이 마침내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가 됐다고 했고, 국민일보는 대통령 공백이 해소됐다고 했다. 아래는 1면 머리기사 제목.
경향신문 :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내란 심판했다
국민일보 : 대통령 이재명…민심은 내란 심판 선택했다
동아일보 : 이재명 대통령 당선 “통합 책임 잊지 않겠다”
서울신문 : 21대 대통령 이재명
세계일보 : 21대 대통령 이재명
조선일보 : 이재명 대통령… “국민 통합은 대통령 책임”
중앙일보 : 이재명 당선…소년공, 대통령 되다
한겨레 : 이재명 대통령 당선…국민 ‘내란 심판’
한국일보 : 이재명 당선… 민심은 ‘내란 심판’
이 당선인의 선출에 신문들이 주목한 지점은 갈렸다. 경향신문은 “이 당선인은 계엄 후 극심하게 분열된 사회 갈등을 수습하고 대내외적 통상·안보 위기를 극복해야 할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의석수 170석인 거대 여당의 힘을 받아 각종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의석 170석의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정권을 넘겨준 지 3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하면서 행정권과 입법권을 동시에 쥐게 됐다”며 “이로써 이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나의 어린 시절은 참혹했다”라는 이 당선인의 자서전 속 문장으로 1면 머리기사를 시작했다. “청소년기를 공장 노동자로 버텨온 소년공이 마침내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로써 12·3 내란 뒤 반년 남짓 이어져온 국정 불안을 해소하고 백척간두에 섰던 민주주의를 견고한 지반 위에 다시 세울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이어 “국회 의석 171석의 거대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이란 점에서, 이 당선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정치 자원을 보유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비상계엄 사태를 초래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보수 진영을 향한 ‘정권 심판’ 여론이 선거를 강타한 결과다. 행정권과 입법권을 동시에 확보한 이 당선인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권력으로 국정운영을 책임지게 됐다”고 했다.
개표가 완료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 확정’을 의결하기 앞선 시점, 신문마다 이 당선인의 호칭이 일부 다른 점도 눈에 띈다. 대다수 신문이 이 당선인 또는 당선자로 칭한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통령’ 호칭을 썼다.
이 당선인은 이날 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선관위가 오전 회의를 열고 당선 확정을 의결하면 그의 대통령 임기가 개시된다. 통상 두 달 가동하는 인수위원회는 없다. 한겨레는 대통령 임기는 통상적으로 취임 당일 0시부터 시작되지만 궐위선거인 이번 대선에선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시점부터 임기가 시작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바로 그 시점부터 ‘군 통수권’이 새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된다. 합참의장은 군 통수권 이양에 따라 신임 대통령에게 군사 대비 태세와 북한 동향 정보 등을 보고한다”고 했다.
신문들은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국무총리에,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비서실장에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4선 의원인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히고, 중립 성향으로 평가되는 3선의 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고 했다. 경제 부총리에는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우선 거론된다. 한국일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으로, 이 당선인이 강조하는 ‘민생·경제 회복’의 적임자로 꼽힌다”고 했다.
조선, 1면에 김문수·이준석 입장 ‘유일’
조선일보는 9개 신문 중 유일하게 1면 별도 기사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입장을 배치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일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당선되신 이재명 후보님께 축하드린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3일 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저의 몫”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서 혼란이 종식되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도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정치권에선 초유의 비상계엄으로 열린 조기 대선에도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합쳐서 40% 후반대 득표를 한 것을 두고 ‘171석 거대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고 했다. 다른 일부 신문은 1면의 기사 끝무렵에 대선에서 패한 후보들 입장을 전했다.
당선 의미 풀이, “내란·국정운영 심판” 중론
신문들은 이어지는 기사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의 의미를 풀이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6개월간 불법계엄 사태 극복을 요구해 온 민심은 야당 대표로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을 주도했던 이 당선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단호하게 절연하지 않은 점도 이 당선인의 승리 요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당선인이 대선 기간 내내 불법계엄 연루자 처벌에 대해 “그건 정치 보복이 아니다”라며 특별검사를 통한 철저한 수사를 예고하고, 윤 전 대통령을 두고는 “외환죄를 반드시 수사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한 점도 짚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심판론도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이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를 “역대 최악의 경제 무능 정권” “입으로만 안보를 떠들고 평화를 해친 정권”이라 비판하며 심판 정서를 파고들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등도 윤석열 정부 심판을 바라는 민심을 강화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선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79.4%의 투표율부터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 어떤 열망을 담았는지 보여준다. 신임 대통령에게 강력한 대표성을 부여하며 국난을 극복할 권위와 힘을 실은 것이다. 지역·세대·성별을 불문하고 이 당선인에게 고른 지지를 보낸 것도 그렇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4면에 <제동 장치 없는 거대 정권… 입법 독주·사법부 물갈이 다 가능해져>란 제목을 달았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이재명표’ 법안 단독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이와 같은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섰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는 당정의 의견이 일치하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그대로 시행될 전망”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여대야소 상황을 신문 전면에 걸쳐 강조하면서 견제하는 논조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민주당이 KBS·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방송 3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학계와 기자, PD연합회, 시민사회 단체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야당은 이 법안이 친여 성향 단체와 가까운 인사를 이사진에 넣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내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권 친화적인 언론 환경까지 조성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사회적 쟁점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상법 개정안 등도 처리를 예고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어 “행정·입법부를 견제할 사법부 역시 대폭 물갈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대법원장과 대법관 13인 중 9인이 임기 만료로 교체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진보 우위가 공고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1997년 이후 ‘최강 권력’…국정 정상화·국민통합 중책> 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은 한국에서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가장 강력한 집권 세력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민주당의 압도적 의석수(171석)가 뒷받침하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자 앞엔 △국가 시스템 정상화 △12·3 내란 청산과 사회 통합 △성장 회복과 양극화 해소라는 복잡한 과제가 놓여 있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급선무로는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대내외 현안을 꼽았다. 이어 △내란 청산과 국민 통합 △다당제를 위한 정치 양극화 구조 개선 △양극화 해소 순서로 과제를 제시했다.
“국민의힘, ‘영남당’으로 쪼그라들어”
개표 분석 기사도 이어졌다. 신문을 제작할 당시에는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탓에 여러 신문은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분석을 했다. 조선일보는 <李, 영남·강원 제외한 모든 지역서 1위… 국정 운영 위한 동력 얻어>에서 KBS·MBC·SBS 방송 3사의 출구 조사 결과를 들어 “이 대통령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통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향후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 <尹 못 끊고 단일화만 외친 국힘… ‘영남당’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사에서 “불법 계엄과 탄핵의 바다를 제대로 건너지 못한 보수 진영을 향한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등 전통적인 영남 텃밭을 제외하고 국민의힘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고 했다. “지난 대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밀어줬던 강원과 울산마저 등을 돌렸고, 충청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일찌감치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반성도 쇄신도 없이 버틴 국민의힘이 자초한 심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출구조사에서 20대의 선택이 확연히 갈린 점도 지면에 올랐다. 한국일보는 “대선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 유권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범보수 후보를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여성은 60% 가까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고 했다. 특히 20대 남성은 58%가 윤석열 후보를 택한 것과 비교해 보수 색채가 크게 짙어졌다고 했다.
경향, 사설서 “국가·사회의 낡고 썩은 환부 수술하고 대개혁 해야”
사설에서 이재명 정부를 향한 주문이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이재명 압승, 민생·정의 되살려 ‘모두의 대통령’ 돼라>에서 그의 당선과 정권 교체는 “내란을 청산하고 위기에 처한 국가를 빠르게 정상화해달라는 민심의 요청”이라고 했다. “대선은 애당초 윤석열 정권이 일으킨 내란과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였다”며 “새 정부는 위헌적 비상계엄을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의 헌신과 용기에 답해야 한다. 제대로 된 내란 단죄와 잔재 청산 없이 국민 통합은 이뤄낼 수 없다”고 당부했다. “국가·사회의 낡고 썩은 환부를 수술하지 않고선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며 국가·사회 대개혁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힘 해체 수준으로 보수 정치 재탄생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며 “이 책임은 거의 전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했다. “상식 밖 행동을 계속하는 부인을 방어하는 데 모든 정치력을 소모하다 작년 말에는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까지 벌여 국격을 한순간에 추락시켰다”며 “오만 불통으로 총선 참패를 자초했고 이 참패가 결국 탄핵으로 이어졌다 모두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이어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보수 정치 재탄생은 우리 정치사에 잦았던 당 간판 바꿔 달기가 돼선 안 된다. 젊은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 당 해체와 보수 정치 재탄생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남과 강남에 치우친 당내 인식을 수도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 등 외연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당선인을 향해서는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49.49%다. 출구조사에서 이 대통령은 미래를 이끌 20대와 30대에서 득표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 의미를 이 대통령이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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