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이진숙 위원장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강행
항의하러 온 민주당 과방위원들에게 “질문할 자세 갖췄나?” 호통
국회 과방위 중 방문진 직원 쓰러지자 “아, 씨X, 다 죽이네” 욕설도
[미디어먼슬리] 류영재, 이범준 <사법의 정치화: 본질과 해법을 찾아서> 신청하기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기구 난맥상을 드러내는 인사 중 하나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서면회의 이후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주호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는데 이재명 정부에서 사직을 재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과 함께 임명된 김태규 부위원장은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 전무했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2021년 판사직에서 물러난 후 윤석열 당시 후보를 차기 대권 주자로 지지하는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에 이름을 올렸던 인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그는 2022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도 거론돼왔다.
그는 과거 저서 등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좌익단체들이 총동원돼 대중을 선동한 사변’이라고 규정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책임론에는 “고대국가 시대에 일어난 천재지변의 책임을 물어 왕 내지 신지(군장)를 처단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공영방송 이사선임 강행, TBS 호소는 외면?
그는 출근 첫날 이진숙 위원장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나서 불법적 2인 체제 의결의 당사자기도 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미디어 업계 출신이기에 후보들을 알고 있어 하루 만에 의결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달리 보면 미디어 업계와 인연이 없는 김태규 부위원장이 하루 만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일사천리로 강행했던 그는 정작 지원조례가 폐지되고 이어 출연기관 지위에서 해제된 TBS 문제엔 소극 대처했다. 지난해 9월 TBS는 민간투자와 기부 등을 받기 위해 서울시 지배구조를 탈피하고 비영리법인으로 바꾸는 정관 변경을 방통위에 신청했다. 그러나 김태규 직무대행은 방통위 의결사항이라고 주장하며 ‘1인 체제’라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방송의 정치적 공정성 시비가 발생했는데 저희가 할 영역이 없었고, 재정 차단의 경우 주체가 서울시라 저희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TBS가 상업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허가한 주체였다. 지원금이 사라지게 되면 이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는 것도 방통위의 역할이다.

전문성 부족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그는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는데 현안을 지나치게 모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해 10월24일 방통위 종합감사에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그에게 2023년 이용자보호 업무평가에서 쿠팡이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물었으나 김태규 대행은 “이용자...”라며 즉답을 하지 못했다. 이해민 의원이 “어떤 등급이 있는지는 아세요”라고 물었으나 김태규 대행은 답하지 못했다. 이해민 의원은 “어떻게 된 게 김태규 증인은 물어보는 것마다 아는 것이 없다. 국감인데 정책 질의를 하게 공부 좀 하고 오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공동체라디오 예산 관련 질의를 했을 때도 김태규 대행은 답변하지 못했다. 이준석 의원이 “공동체라디오가 기존에 7개 있었는데 20개 정도를 추가 선정했다. 현재 그중 2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며 “3개는 어디 갔느냐. 개업도 못 하고 사업 취소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관련 예산 파악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김태규 대행은 답변하지 못했다.
국회에 격한 반발, 욕설 논란까지
그는 국회 질의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8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현장검증에 나서며 방통위 대회의실을 개방하고 위원장석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착석했다. 이후 중앙일보 등 언론에 따르면 김태규 부위원장은 “기관 모독이었다”고 밝히며 방통위 전체회의실을 재판부와 같은 ‘심판정’으로 고치는 리모델링 공사를 단행했다.
국회 청문회가 잇따르자 인권침해를 호소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과방위를 제소하겠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19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과방위의 공영방송 이사 관련 청문회를 가리켜 “적절한 반대신문을 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인권위 진정을 통해 위법 여부를 확인받아 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방위 청문회가 새벽 2시30분까지 이어졌다며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거친 언행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지난해 8월 과방위 현장검증 때는 국회의원들 질의에 턱을 괴고 앉아 논란이 됐다. 이날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김태규 부위원장은 “이 회의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 질문할 자세를 갖췄나? 수십명 끌고 와서”라며 국회의원들을 비난했다. 국회 과방위가 지난해 10월24일 종합감사를 진행하는 도중 증인으로 출석한 방송문화진흥회 직원이 쓰러진 가운데 김태규 직무대행이 “아, 씨X, 다 죽이네. 죽여 씨”라고 발언했다.
비상계엄 이후 ‘폭주’ 정치권 행보 전망도
관련기사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안을 재가하자 언성을 높이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의 배석자로 방송통신 현안과 관련해서만 발언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인데 이를 깬 것이다.
지역 정가에선 김태규 대행이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사퇴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김상욱 의원의 국민의힘 탈당으로 공석이 된 울산 남구갑 당협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상황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