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에디터
"이란에 대한 합동 공격의 목표는 지역적 지배 확보를 위한 혼란과 불안정의 씨 뿌리기다."
캐나다 마운트 로얄대의 무한나드 아야쉬 교수(사회학)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진짜 바라는 것'이란 23일 자 알자지라 기고에서 단도직입으로 이렇게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정책 분석가이기도 한 그는 알-쿠드스(동예루살렘)의 실완 태생으로 캐나다로 이민 갔다.
이 글에서 아야쉬 교수는 미국이 21일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시설을 폭격한 걸 보면서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의 이라크 침공을 소환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진짜 목표'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할 이라크"
아야쉬는 "침공 전부터 많은 전문가와 당국자가 알았듯이, 사담 후세인 정권엔 대량살상무기(WMD)가 없었고 알카에다와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며 "전쟁은 광범위한 파괴와 불안정, 치안 불안, 말 못 할 고통, 혼란, 그리고 거버넌스의 붕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오늘의 이라크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매우 취약한 국가로 전락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의 '개입' 사실을 끄집어냈다. 아야쉬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9.11 테러 이듬해인 2002년 이스라엘 전 총리 자격으로 미 의회 증언대에 선 네타냐후는 이라크 침공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이라크와 테러 단체의 WMD 획득을 막는데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또한 전쟁을 빠르게 진행하면 이라크는 물론 이란까지 포함한 중동 전역에 친서방의 민주주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
이번 이란 공격의 '명분'으로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이 핵무기 개발 '직전'이었다는 점을 내건 데 대해 "이라크의 WMD 주장이 완전한 거짓으로 드러났듯, 이 주장도 근거가 없다. 테헤란이 실제로 핵 능력 확보에 근접했다는 어떠한 물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위선과 거짓말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자유와 민주주의로 거듭난 이란
미·이스라엘의 진짜 목표가 아냐
물론 미국·이스라엘이 과거 이라크 전쟁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이란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본 분석가들이 적지 않지만, 아야쉬는 전혀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아야쉬는 "이런 분석은 2003년 침공의 실제 목표가 WMD 확산을 막고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었다면 정확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곤 "미국과 이스라엘이 원했던 전쟁 결과는 팔레스타인에서의 이스라엘 정착민-식민 프로젝트와 (중동) 지역 내 미 제국주의 세력의 대리인 역할에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할 이라크였다. 이는 역시 오늘 이란에서도 원하는 결과다"라고 주장했다.
'진짜 목표'는 WMD 확산 방지와 민주주의 확립이 아니었기에, 이라크 불법 침공은 '실수'가 아닌 '의도'에 따른 것이었고, 지금의 무력한 이라크는 의도된 결과였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에 핵무기 개발 "직전"이란 '거짓 구실'을 대고 이란을 선제공격한 것도 '같은 실수'의 반복이 아닌, '분명한 의도'에 따른 것이란 논리로 이어졌다.
먼저 아야쉬는 역사상 두 번이나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국가인 미국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서명을 거부한 핵무기 보유국인 이스라엘이 핵확산 방지라는 구실로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은 적반하장일 뿐 아니라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 침공이라고 비판했다.
"미·이스라엘, 이란 핵이 아닌
지역 강국인 이란 자체 노려"
아야쉬는 "명백한 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지역 강국인 이란 자체를 노리고 있다. 이미 공공연히 정권 교체가 거론되는 것도 그래서다"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에선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이란 정권 교체를 거론하고 있다. 연방 상원의원인 린지 그레이엄과 테드 크루즈에 이어 트럼프도 처음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22일 SNS를 통해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라고 적었다.
아야쉬는 "이란 국민은 이제 '일어나' 그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도록 격려받고 있지만, 이란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목표가 아님은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체제가 된다면 이란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뭣보다 팔레스타인에서의 이스라엘 정착민-식민 프로젝트의 잔혹성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이스라엘 선택지는 두 가지
꼭두각시 정권 또는 혼돈의 이란
그래서 미국·이스라엘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봤다. 1979년 민중 혁명으로 전복된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팔레비 왕조" 같이 명령을 기꺼이 따를 꼭두각시 정권의 등장을 바라든지, 아니면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처럼 아예 내전으로 혼란스럽고 파편화된 이란이 되길 바라는 길이다.
아야쉬는 1996년 당시 리처드 펄 국방 차관 등 네오콘들이 이스라엘의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작성한 정책 보고서인 '클린 브레이크(Clean Break)를 거론한 뒤 "중동의 지역 강대국을 약화시키고 전복과 침략을 통해 불안정을 확산시키는 것은 1990년대 이래 이스라엘과 미국 정치 엘리트들이 공동으로 채택한 확고한 정책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새로 총리로 선출된 네타냐후를 위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적대적 정권 제거를 통해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중동을 재편해야 한다면서 첫 표적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으로 선제공격을 해야 하며, 공격 명분으론 WMD 확산 방지 등을 내세울 것으로 조언하고 있다.
이란 핵시설 공격에서 얻은 교훈
"그런 공격 막으려면 핵무기 필수"
그러나 이 전략의 부작용과 위험성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국가' 이라크가 붕괴하면서 폭력적 테러 집단들이 출현하고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이익에 도전하는 지역 강국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처럼, '국가' 이란의 약화나 붕괴도 유사한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세계적 차원에선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서 얻는 교훈은 그런 공격을 막으려면 핵무기 보유가 필수적이란 점인 만큼, 핵무기 추구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아야쉬가 보기에 '국가'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완전히 뿌리뽑고 정착민-식민화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저항을 분쇄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서라면 중동에 혼란과 파괴를 조성하고 설사 핵확산이 되더라도 개의치 않고 있다. 이에 아야쉬는 "실제로 이스라엘은 지역 불안정의 비용을 감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은 중동이 혼란에 빠지면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며 "망가진 이라크나 약해진 이란은 단기로는 미국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로는 (중동이) 불안정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통제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더 큰 계획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부당한 침공"이 자국의 경제 등에 대한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데도 일부 유럽 국가가 지지하고 나선 어리석음을 비판했다.
"세계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정착민-식민 프로젝트 포기시켜야"
아야쉬는 "이스라엘 정착민-식민 프로젝트는 정당화할 수 없는 (강제) 이주와 추방,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프로젝트다. 미 제국주의는 사람들에게서 자원과 존엄, 주권을 빼앗는 정당화할 수 없는 프로젝트다"라면서 "각국 정부가 진정으로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렇게 제국주의적 폭력에 안주하는 건 끝내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인종차별적 식민 디자인을 통해 파괴와 혼란을 일으키는 나라라고 냉철한 결론을 내릴 때가 지났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중동에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려면 세계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정착민-식민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탈식민화된 팔레스타인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의 탈식민화된 공존을 통해 지역의 일부가 되게 해야 한다"며 "이것이 영구적인 혼란과 불안정, 괴로움,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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