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5년 4월 9일 목요일

검찰, '흔들림 없는 수사'로 정면돌파할까


15.04.09 22:10l최종 업데이트 15.04.09 22:10l

"고인이 되신 분과 관련된 부분은… 더 진행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9일 오후 최윤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 검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의 지휘 아래 차근차근 진행 중이던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는 이날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수사의 핵심 인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진 그는 오후 3시 22분쯤 서울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관련 기사 : 검찰 "살아있기 간절히 바랐는데..."). 

'자원외교 비리 수사 1호'부터 차질 불가피
기사 관련 사진
▲ 기자회견 자청한 성완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 유성호

경남기업은 검찰의 자원외교 관련 수사대상 1호였다. 검찰은 3월 18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경남기업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석유·가스 개발을 추진하며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으로부터 융자금을 지원받았다. 

검찰은 이 돈이 원래 용도와 달리 성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추진하며 나랏돈을 '임자 없는 돈'처럼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때마침 국회도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추진하던 터였다. 

경남기업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성완종 전 회장 때문이었다.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는 정·재계에 발이 넓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MB맨'이라는 점에서, 성 전 회장과 경남기업을 겨냥한 검찰의 최종 목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던 친이계는 "새머리 기획(정병국 의원)", "정치검찰(이재오 의원)"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수사를 이어갔다. 4월 6일 성완종 전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로 분위기는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검찰은 3일 만에 성 전 회장의 죽음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전날 기자회견까지 열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검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윤수 차장검사는 "수사는 비리를 보지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8일 "저는 MB맨이 아니라 MB정부의 피해자"라며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했던 만큼 검찰로선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완종 전 회장과 경남기업을 연결고리로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확대해나가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주요 인물이 사망했으므로 수사 전반을 재점검하는 일 역시 불가피하다.

하지만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은 낮다. 검찰은 최근 경남기업에 이어 석유공사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캐나다 정유회사 하비스트의 부실 계열사 날(NARL) 인수를 추진, 회사에 1조 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조만간 강 전 사장 등 관계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또 광물자원공사가 경남기업에 특혜를 줬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 정면돌파 택하나... "부패척결 수사는 존립 근거"
기사 관련 사진
▲  자원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관계자들이 지난 3월 18일 압수수색을 실시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9일 최윤수 차장검사도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광물자원공사에 대해서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은 고인이 되신 분과 관련 없는 부분도 상당 부분 있다"라고 말했다. 경남기업이 수사의 중요한 퍼즐 조각이긴 하지만, 또 다른 조각들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 차장검사는 "자원개발 비리는 국가 재정이나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고,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이라며 "저희들이 흔들림 없이 계속 수사해 나가겠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부패 척결 수사는 검찰의 존립 근거다. 오늘 발생한 일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긴 하루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심문을 기다리는 피의자의 심적 고통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것인지, 현행 법 아래 허용된 신병 확보 제도를 어떻게 적절히 활용할 것인지는 저희가 분명히 고민하겠다. 그렇지만 중앙지검에서 진행하는 다른 부패 수사는 흔들림 없이 계속 진행하겠다."

[관련 기사]

검찰, '자원외교 비리 의혹' 경남기업 압수수색
경남기업과 석유공사 압수수색, 다음은 MB?
'MB맨'의 경남기업, 점점 조여가는 검찰
경남기업·포스코 비자금 의혹, 한 발 더 들어간 검찰
'비자금 의혹' 경남기업 성완종 소환...영장 방침
'자원외교 비리' 성완종 구속영장 청구
'자원외교 비리' 성완종 "나는 MB정부 피해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