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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1일 화요일

들끓는 민심 “왜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가”

등록 :2015-04-21 20:08수정 :2015-04-22 09:11


‘이완구 사의‘를 바라보는 민심은…
“내가 총리라도 그렇게는 대응안해”
장노년층마저 싸늘한 반응
“대통령이 자꾸 남의 일처럼 말해…
제발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완구 총리의 심야 사퇴 발표가 나온 21일 아침 7시께.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의 풍경은 여느 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머리가 희끗한 60~70대 장노년층 서넛이 운동자전거(헬스사이클) 주변에 모여 아침운동을 겸해 정국 토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화제는 단연 이 총리의 사퇴였다. 이 총리의 잘못된 처신에 대한 질타가 잇따랐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도 있잖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내가 총리라도 그렇게는 대응하지 않아. ‘(성완종과는) 친분이 있고 전화도 하는 사이다. 그렇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데, 잘 모른다니.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이 총리의 ‘때늦은’ 사퇴는 조금의 동정도 얻지 못했다. 그의 거듭된 거짓말과 말바꾸기는 ‘만년 여당 지지자’인 평범한 장노년들의 마음도 싸늘하게 만들었다. 40~50대 중년들이나 젊은층의 민심은 한결 차가웠다. ‘총리 구인난’에 시달리던 박근혜 대통령이 숱한 반대에 아랑곳 않고 ‘우격다짐’으로 임명한 사람이니 ‘예정된 파국’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직장인 임수현(38)씨는 “박근혜 정부 각료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부정부패의 사슬이 낱낱이, 매우 부끄러운 방식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다”고 말했다. 학원강사 황아무개(37)씨는 “이완구 총리의 거짓된 해명을 계속 보다 보니 이제 정부의 말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 사퇴가 이번 사태의 끝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 만큼, 민심은 ‘이완구 이후’에 쏠려 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온 태도에 비춰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홍보업계에서 일하는 김민정(41)씨는 “이걸로 끝낸다면 너무 무책임하지. 총알받이 하나 내세워 그 아래 줄줄이 다 면죄부를 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책임감은 아랑곳 없이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는 박 대통령의 말은 국민감정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대통령이 자꾸 남의 일처럼 말하는데 제발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최아무개·38) “국민들의 마음은 읽지 못하는데 총리의 고뇌에는 공감능력이 어떻게 발휘되는지.”(김아무개·48·출판사 대표)
이 총리 사퇴 직후 <한겨레>가 만난 사람들이 한결같이 꼽는 이번 사태의 해법이 있다. 박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다. 성향과 세대에 관계없었다. 특검이나 철저한 수사에 앞서 국민들에게 정말로 죄송하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국 혼란의 늪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직장인 김형선(45)씨는 “마음 같아서는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했으면 좋겠으나 절대 그럴 리는 없을 테고, 정말 진정어린 사과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신이 임명한 총리의 비리가 “부패 척결”을 외치는 시점에 드러났는데도 외국 순방에 나선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기도 성남시 6급 공무원 ㅇ씨는 “이 총리가 3천만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더라도 별로 관심을 끌지 않았다. 그러나 신뢰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을 총리로 지명한 정권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대통령과 총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북한이 쳐들어오면 큰일”이라고 걱정하고, 어지간해선 박 대통령 험담을 하지 않던 손기정공원 장노년들도 이날만큼은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처방’을 분명하게 주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해. (돈을) 받아먹은 사람들 확 쳐내고 다시 짜야 해.”
박중언 조혜정 유선희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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