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의 지혜
율법학자 가믈리엘의 충고(사도 5,33 ~ 40)
사도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주장하면서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빵을 나누며 가진 것을 내어놓고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는 이른 바 예루살렘 초대공동체 형태를 드러냈습니다. 여러 기적을 나타내 보이니 예수님이 다시 나타난 듯 했고 예수님의 가르침과 하느님 나라 선포 유업이 계승되는 형국이었습니다.
유대교 지도자들과 치안 당국은 제자들을 공안 사범으로 단속했습니다. 유언비어로 선동하고 사회를 혼란케 만든다는 우려 때문이고 예수를 처형한 자신들의 결정이 옳다는 권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감옥에서 의회에서 체포된 사도들을 데려다 놓고 심문을 하는데 사도들은 조금도 굽히지 않으니 진퇴양난으로 “그들은 격분하여 사도들을 죽이려 하였다(사도 5,33).”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리인가? 진리까지는 아니라도 진실되고 좋은 것인가?
합의 하에 찾아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면 주먹이나 법이나 갑이나 결정권을 가진 자나 아니면 목소리 큰 사람 뜻대로 결정되겠지요. 갈등 분쟁 불화의 전형이 되는 겁니다.
*촌락의 원로. 영화 <웰컴투 동막골> 중에서
정치 사회적으로나 직장, 가정 부부간이나 공동생활에서나 서로의 생각이 달라 문제해결이 간단치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행인지 그 자리에는 원로로서 율사로서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있던 ‘가믈리엘’이라는 분이 고견을 내놓습니다(가믈리엘은 ‘바오로 사도’의 스승임).
“이 사람들의 행동이 저들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망할 것이지만, 문제는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여러분이 저들을 해치지 못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루치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두고 봄이 좋을 것이요.”
그래서 그들은 사도들을 몇 대 패주고는 돌려보냈다는 거지요.
자, 이런 스승을 모신 제자는 행복하고 그런 원로들을 가진 사회는 복됩니다. 또한 그런 원로의 충고를 경청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복받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원로가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문제가 흥분되고 사리분간이 얽혔을 때 누군가가 문제의 본질을 현명하게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중요합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게 해주는 일로서 냉철한 판단을 하게도 하고 또는 판단을 보류하게 하여 오류를 피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의회에서 예수님을 죽이기로 의견을 모을 때도 그런 사람이 있었지요. “우리 율법에 본인의 말도 듣지 않고 판단하는 법은 없지 않소?” 이 때 율법학자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당신도 갈릴래아 사람이요?” 하면서 빈정대며 일축해 버렸습니다. 그 충고를 받아들였다면 하느님을 위해서 하느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았을 테지요.
사물은 아주 멀리 떨어져 볼 때와 가까이 들어다 볼 때 같지 않습니다. 색깔도 빛의 강도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제를 대하면서 자기 생각이 반드시 옳다고 우기고 있다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내 뜻대로 결정하나 형제의 뜻대로 결정하나 훗날에 본다면 아무 차이도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걸 가지고 죽자 살자 우기는 지금 나의 태도를 보면 좀 쑥스럽겠지요? 좋은 판단을 위해서 호흡을 고르는 지혜가 중요합니다.
화평한 가운데 조화롭게 결정하면 비록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서로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이지만 독선적으로 결정하면 결과가 나쁠 때 서로 문책하고 공격하고 변명하게 됩니다. 가므리엘의 지혜를 배우고 공동체 의식성찰에 참고합시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효율 경험을 따르면서도 화평한 가운데 이루어 내는 결과입니다!” (2015. 4.17) *
오늘은 닭장 하우스가 완성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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