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4.13 21:02
최종 업데이트 15.04.13 21:02
▲ '성완종메모'에 이름이 거론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의 지난 대선때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2012년 10월 18일 새누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는 서병수 부산시장(왼쪽), 유정복 인천시장(가운데), 홍문종 의원의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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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수사하려면 얼마든지 해라."
1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은 전날보다 더 과감했다. "야당도 조사받아야 한다"라고 '물귀신 작전'식의 토를 달긴 했지만, 전날(12일) 기자회견에서 "2012년 대선자금 수사하면 나도 조사받겠다"라고 한 발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를 두고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대선자금 국면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공격'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종착역은 결국 대선자금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김 대표가 퇴로를 열어놓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완종 자금' 꽂힌 대선 조직은 '직능-조직' 분야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지난 2012년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에서 주요한 조직을 맡았던 '친박 핵심 인사들'에게 각각 억대의 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고, 검찰도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유서처럼 남긴 메모, <경향신문>(9일) 인터뷰 등을 통해 돈을 전달했다고 언급한 인사는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2012년 대선 때 핵심 경선-대선조직을 맡았던 친박 핵심 인물이다.
허태열 전 실장과 유정복 시장은 각각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이었다. 직능총괄본부장은 각종 직업·직종별 단체들을 관리하는 자리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전국 읍·면·동까지 뻗어 있는 대선조직을 총괄하는 '조직총괄본부장'이었고, 서병수 시장은 선대본부장 자리를 김무성 대표에게 넘겨주고 '당무조정본부장'을 맡았다. 서 시장은 당시 당의 회계와 조직을 책임졌던 사무총장도 겸하고 있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사무총장이던 서병수 시장이 김무성 대표에게 선대본부장을 양보한 것인데 총괄본부장 자리는 실질적인 권한이 그리 크지 않았다"라며 "이것이 지금 김무성 대표가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세게 발언할 수 있는 이유다"라고 전했다.
이들이 맡은 직능본부와 조직본부 등은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조직이다. 대선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미디어, 홍보, 메시지 등의 분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직능과 조직본부는 지난 대선 때 '조직관리' 목적으로 수십 만명의 임명장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사무총장-직능·조직본부장' 등에게 최대 14억 전달 가능성
성 전 회장은 지난 16대 총선 때부터 정치권 진입을 시도할 정도로 정치적 야망이 컸기 때문에 이러한 조직과 선거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지난 2012년 대선 때 친박 핵심 인사들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중앙선대위 공동부위원장을 맡았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먼저 성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7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허 전 실장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근혜 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이었다. 경선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직능분야'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을 때 사무총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 의원의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났고, 그 뒤 박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자원외교 비리' 성완종 "나는 MB정부 피해자").
또한 성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홍문종 의원에게 현금 2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자금 장부에 회계처리된 돈이냐?"라는 <경향신문> 기자의 질문에 "뭘 (회계)처리해요?"라고 답변했다. 자신이 홍 의원에게 전달한 돈이 '불법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문제는 '성완종 메모'에만 적시된 '유정복 3억 원, 서병수 2억 원'이 언제 전달된 것이냐다.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은 "2012년 대선 때 전달했을 것이다"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전달된 돈은 홍문종 의원의 경우에서처럼 불법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금 수수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유정복-서병수-홍문종 조사하면 대선자금 수사로 갈 수밖에"
▲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13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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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검찰에서 성완종 리스트의 핵심인 유정복, 서병수, 홍문종만 조사해도 자연스럽게 대선자금을 수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선거 때는 조직관리에 들어가는 돈이 제일 많고, 이들이 그런 조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내다봤다.
문무일 검찰 특별수사팀장도 이날 '대선자금 수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 대상과 범위는 한정짓고 있진 않다"라며 "(대선자금이) 수사대상으로 나오면 일체의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 로직(logic, 논리)에 따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2012년 대선자금을 수사하게 된다면 이는 지난 2003년 '2002년 차떼기 대선자금'을 수사한 지 12년 만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498억여 원을 썼다고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뒤 453억여 원을 보전받았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메모와 육성 증언만 있는 상황에서 대선자금 수사가 제대로 이루질지 확신하기 어렵다. 결국 성 전 회장 가족들과 측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앞서 언급한 여권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가족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것이기 때문에 가족과 측근들이 나중에 검찰과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 편집|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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