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완구 총리의 2013년 재보궐선거 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왔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 검찰 수사에 대해) “이완구 작품이다” “사정대상 1호인 사람(이완구)이 엉뚱한 사람(성 전 회장)을…”이라며 이 총리를 허태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홍문종 의원에 이어 네번째 인물로 언급했다.
성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보낸 뒤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을 받았는지 확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와 홍문종 의원에게 돈을 건냈다고 밝힌 시점과 경남기업이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시기와 겹치면서 정치자금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급해진 여당은 야당 지도부를 물고 늘어졌다. 노무현 정부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표를 향해 야당도 대선자금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성 전 회장이 세상을 뜨기 전날인 8일 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검찰이 과연 이번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처음부터 성 전 회장에게서 나온 메모지를 유족에게조차 보여주지 않았고 리스트가 공개되자 공소시효에 대한 이야기부터 했다는 점 등이 지적받고 있다. 이미 신뢰를 잃은 검찰이 어떠한 수사결과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이를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음은 14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완구 총리에도 재선거 때 3천만원 주고 왔다”>
국민일보 <黃 법무 옆…곤혹스런 李총리>
동아일보 <“成, 홍준표에 전화해 1억 잘받았나 확인”>
서울신문 <“무한 수사” 야권까지 찌르는 檢>
세계일보 <검찰, 대선·경선자금 수사 시사>
조선일보 <檢 ‘홍준표 측근 계좌로 1억’ 확인>
중앙일보 <성완종, 정·관계 인사 만난 비망록 남겼다>
한겨레 <“성완종, 1억 전달 전 홍준표와 직접 만나”>
한국일보 <“성완종 번호는 3개” 또다른 휴대폰 있다>
성완종 “사정대상 1호가 이완구”
허태열·김기춘·홍문종에 이어 네 번째 돈 받은 사람
13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검찰 소환에 응할 용의가 있으며 총리직 사퇴요구가 온당치 않다고 밝힌 이완구 총리에 대한 성완종 전 회장과 경향신문의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다. 성 전 회장은 “지난번에(2013년 4·24 부여·청양)보궐선거했잖습니까. 머리도 크신 분이고 아무한테나 처신할 수 없고, 다 선거 때마다 조금씩 주고받고 그러는 거잖아요. (…) 그때 선거사무소도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 3000만원 주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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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자 경향신문 2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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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에 대해 “솔직히 청와대하고 이완구하고 짝짜꿍해서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앞서 13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 총리는 지난 11일부터 성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15차례 전화를 해 숨지기 전날 성 전 회장과 나눈 이야기를 추궁했다는 보도에 대해 “(메모에)내 이름이 나왔는데 전화 안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라고 주장하다 지적이 계속되자 “생각이 짧았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홍준표·홍문종에게도 칼날 다가오나
한겨레와 동아일보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보내기 전 직접 만났고 돈을 보낸 뒤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을 받았는지 확인했다고 성 전 회장 측근이 밝혔다. 경남기업 한 인사는 “성 회장이 2011년 6월경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측근 A씨를 통해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뒤 돈이 제대로 건네졌는지 홍 지사에게 직접 전화해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 회장 측근들 가운데 여럿이 당시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달자 A씨를 곧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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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자 동아일보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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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의 8년간 ‘현장전도금’ 명목 현금 인출내역이 공개되면서 홍 지사와 홍문종 의원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경남기업 자금추적 내역을 확보해 “새누리당 전당대회와 총선 및 대선이 있었던 2011~2012년에 인출된 돈이 17억원으로 전체(32억원)의 절반을 넘었다”며 “공교롭게도 현금이 많이 인출된 시기는 성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2011년 6월 당 대표 경선자금으로 1억원, 홍문종 의원에게 2012년 대선자금으로 2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시점과 겹친다”고 보도했다.
성완종의 데스노트(?), 만난 시간 장소 꼼꼼하게 기록
JTBC는 지난 13일 ‘뉴스룸’에서 경남기업에서 재무를 담당하던 한아무개 부사장이 회사 비리가 모두 정리된 USB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전하며 자신과 사이가 멀어진 회사 관계자들에게 USB를 보여주며 “이거 하나면 회사가 날아간다”고까지 말했다고 보도했다.
성 전 회장 측근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2004년부터 11년간 정관계 고위 인사를 만나면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남겼고, 유력인사는 1대 1로 만났다. 중앙일보가 이런 기록을 남긴 성 전회장의 측근이 보관하고 있던 비망록 중 2012년 4월부터 2013년 말까지 약 2년치 일부 내용을 확인해 보도했다.
성 전 회장이 정치인들을 만난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검찰이 비자금 내역과 비교하면서 수사범위를 넓히다보면 성완종 리스트에 나온 8명이 아닌 다른 정치인에게도 검찰의 칼날이 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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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자 중앙일보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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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여권, 야당 물고 늘어지기
여당의 ‘물타기’가 시작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야당도 대선자금에 대해 수사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성태 의원은 “고인(성 전 회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며 “수사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의원은 “빨리 (경향신문) 압수수색을 해서라도 (녹음파일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통화 녹음파일을 검찰에 넘겨주겠다고 밝혔음에도, 마치 범죄행위라도 있는 양 주장한다”며 “위기모면을 위해 사방에 총질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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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자 국민일보 만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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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민일보 등 몇몇 신문들도 야당과 성 전 회장의 관계에 대해 보도했다.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날인 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만나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내용이다. 동아일보 <김무성 “野도 함께 조사받아야”…문재인 “엉뚱한 소리”>에 따르면 여권 뿐 아니라 국민모임 정동영 관악을 후보 측에서도 “문재인 대표도 반드시 조사 대상자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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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자 한겨레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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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대상자가 수사내용 보고라인에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담당하게 된 문무일 특별수사팀장(대전지검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안에 대해 일절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는 김무성 대표가 대선 자금에 대해 “야당도 같이 조사받아야 한다”는 발언을 두고 “검찰에 수사지침을 제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수사상황이 청와대로 계속 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문무일 팀장-김진태 검찰총장-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완구 국무총리-이병기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보고라인에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주요 인사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위원은 칼럼 <‘김진태, 수사 못한다’에 걸겠다>에서 “녹음 파일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검찰이 메모지의 존재를 고백했을까”, “메모지가 공개되자 공소시효부터 들먹였다”, “뇌물죄만 시효가 남았는데 대가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토록 법을 따지는 검찰이 왜 먼지떨이식 별건 수사를 했는가” 등의 비판을 통해 결국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뒤흔들만한 사안에 검찰이 손을 댈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3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JTBC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사태가 왜 문제냐면 수사를 해서 밝혀 이게 잘못됐다 해도 큰 문제지만 수사에서 별 문제가 없다 해도 아무도 안 믿는다. 그러니까 이건 수사의 결과와 상관없이 큰 문제가 벌어진 것이다. 아예 민심이 돌아선 거고 신뢰가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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