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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3일 목요일

“다 죽으라는 건가?” 절규하는 노동계

“다 죽으라는 건가?” 절규하는 노동계
김성훈  | 등록:2015-04-23 16:24:28 | 최종:2015-04-23 16:26:59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 4월 16일, 한국노총이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발하며 “총력투쟁”을 선언했습니다. 한국노총은 5월 1일 노동절에 여의도에서 조합원 12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5월 말까지 총파업 투표를 실시해 5월 말이나 6월 초에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4월 1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민주노총이 총파업 선포대회를 열었습니다. 민주노총은 4월 24일, 3년 만의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2015년 노동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습니다. 바로 박근혜 정부가 예고한 노동법 개악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부터 “쉬운 해고” 요건을 신설하고 비정규직 고용을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담은 노동법 개악을 추진 중입니다. 이른바 “쉬운 해고”란 정규직 노동자를 경영상 긴박한 사유가 없음에도 일상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확대 조치는 현재 32개로 제한된 노동자 파견 허용 대상 업종을 대폭 확대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노동정책은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비정규직을 광범위하게 도입하던 조치와 비견됩니다. 1997년 IMF는 한국 정부의 노동정책을 쥐락펴락하며 이른바 ‘고용 유연화’라는 미명하에 한국 사회에 비정규직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도록 강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 시도하고 있는 노동법 개악은 1997년 이후 노동자들에게 가장 가혹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노동계가 민주노총의 4월 24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5~6월 산업별 노조와 한국노총이 연이어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왜 박근혜 정부는 이와 같은 노동법 개악을 무리하게 시도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경제난 때문입니다.

해소되지 않는 경제난, 책임은 박근혜
박근혜 정부는 2012년 출범이후, 경제난과 민생고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켰습니다. 대선 당시를 돌아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증세 없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민생고를 해소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집권 3년차를 맞는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결과적으로 공염불이 되고 말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공약이었던 ‘창조경제’는 정부 출범 이후 내내 정책의 실체가 없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정책을 찾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창조경제 정책이 실제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 부분 역시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공약 자체를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나는 한 번도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언급해버린 것이죠.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했던 ‘4대 중증 질환 100%보장’ 등 주요 복지공약의 대부분을 지키지 않거나 사실상 폐기했습니다. 게다가 담뱃값을 4500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노동자 서민의 세금 부담을 늘이는 방향으로 ‘연말정산제도’를 변경했습니다. 증세 없이 복지를 하겠다더니, 복지는 하지도 않고 서민들의 주머니만 터는 꼴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과 세금부과 방식은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민생고를 해소하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 두 가지 중요한 정책을 거꾸로 추진하여 오히려 국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지난 2013년 7월 언론사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대해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정부출범 반년도 지나지 않아 폐기처분 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했던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중소기업, 그리고 영세자영업자들이 최소한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는 동안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맹점주의 권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내용이 후퇴했다‘는 비난을 안고 줄줄이 처리됐습니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가 애초 추진하기로 했던 35개 경제민주화 관련법 중 6개를 처리했을 뿐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사이 우리 국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 졌습니다. 이처럼 지금 우리 국민이 겪고 있는 민생고는 전적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아무런 성의도 다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입니다.

고통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박근혜
경제난이 심해지면, 그 고통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일반 서민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법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경제난 해소에 실패한 책임과 이로 인한 고통을 기업과 정부가 나누기는커녕 전적으로 노동자 서민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실업난과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때문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2014년 11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인해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원인을 기업의 투자 부진과 정부 정책의 잘못에서 찾지 않고, 그 화살을 엉뚱하게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린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논리는 바로 “쉬운 해고” 추진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과 교직원들의 연금을 손보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공무원과 교직원이 퇴직 후 받을 목적으로 월급의 일부를 적립해 놓은 연금 기금을 공적자금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바가 있습니다. 그 규모가 26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본래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기금을 사용해 연금이 부실해지자, 그 책임을 공무원과 교직원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 셈입니다.
연금뿐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그 동안 ‘부자감세’로 나라 곳간이 부실해지자 공식적인 증세 추진 대신에 손쉬운 서민 주머니 털기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과태료, 범칙금 등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1년간 교통 범칙금·과태료로 걷어간 돈이 무려 6379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836억원이나 증가한 사실은 유명합니다.

노동계 총력투쟁은 국민 처지 대변한 처절한 싸움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경제난의 책임과 고통을 전적으로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쉬운 해고’란 월급이 많은 정규직 노동자를 쉽게 해고한 후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시 고용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한 분야에 종사해 온 숙련도 높은 노동자를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려는 ‘쉬운 해고’ 등 노동법 개악은 경제위기 해소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 아니라 인건비 줄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만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법원에서 정규직으로 인정된 노동자들이 직장의 법 이행 거부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현실조차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대선 당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최병승씨가 대법원으로부터 정규직으로 인정받는 판결을 받았지만 현대자동차는 법 이행을 차일피일 미뤘고 박근혜 정부 역시 수수방관한 사례는 유명합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복직에 힘쓰겠다던 대선 공약도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주요 노동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법 개악이 현실화 된다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하나 둘 전락해 갈 것이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꿈조차 꾸기 어려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법 개악을 막는 싸움은 결국 벼랑 끝에 내몰린 모든 국민의 처지를 대변한 처절한 싸움입니다. 4월 24일 민주노총이 예고한 총파업은 바로 그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싸움이 될 것입니다.
김성훈 상임연구원/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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