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향한 거대한 촛불... 미국인 응답 "한국 정부 잘못"
▲ 세월호 들어 올린 4160개 촛불 17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4160명의 촛불로 세월호 형상을 만들어 기네스북 등재를 도전하고 있다. 최종인원은 주최측 공식집계로 4475명이 참가했다. | |
ⓒ 공동취재사진 |
▲ 세월호 만든 촛불 시민들 17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416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형상을 만들어 기네스북 등재를 도전하고 있다. | |
ⓒ 이희훈 |
4월 17일 오후 8시 13분. 전광판의 숫자는 4160명을 넘어섰다. 서울광장에 '4160개의 촛불'을 밝힐 사람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이로써 민주주의국민행동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함께 추진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 퍼포먼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Largest torchlight image formed by people(사람이 만든 가장 큰 불꽃 이미지)"라는 이름으로 기네스북 기록에 등재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이 행사는 두 단체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실종자 수색, 온전한 인양,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한국 국민들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즉, 세계적인 기록을 세움으로써 지구촌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실상을 알리자는 것.
현재 이 분야의 세계 기네스북 기록은 지난 2011년 12월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수립된 3777명이다.
입장을 못하고 행사장 밖에 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을 막지 않았다면 훨씬 더 높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겠지만, 이날 행사는 더 이상의 기록이 필요하지 않았다. '4160'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인 4.16을 기리기 위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촛불로 세월호 침몰과 인양을 형상화
▲ 세월호 그린 4160개의 촛불 17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4160명의 촛불로 세월호 형상을 만들어 기네스북 등재를 도전하고 있다. 최종인원은 주최측 공식집계로 4475명이 참가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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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만든 4160개 촛불 17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아 4160개의 촛불로 세월호 모양을 만들어 기네스북 등재를 시도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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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서울광장 잔디밭에 세월호 형상과 구호를 그려놓고 그 안에 4160명이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후 7시부터 입장이 시작됐지만 기네스북 기록을 위해 참가자들의 QR코드를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 때문에 8시 13분에야 끝났고, 4160명(주최측 최종집계 4475명)이 채워지자 모두 "와~"하는 함성을 질렀다.
이후 주최 측의 깃발을 따라 차례로 촛불을 꺼 세월호의 침몰을 나타냈고, 다시 촛불을 켜서 온전히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을 완성하기도 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가 서울광장 잔디밭에 세월호의 밑그림을 그렸으며 임옥상 화백은 참가자들의 초에 글을 썼다.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는 진도씻김굿으로 희생자 원혼을 달랬다.
단상에 오른 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여러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노숙농성을 하면서도 버틸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 떳떳한 부모로 남을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온전한 인양과 시행령 폐기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내일 이 자리에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켜보던 미국인 "한국정부 행동 너무 섭섭해요"
▲ 세월호 '잊지않을게' 17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416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형상을 만들어 기네스북 등재를 도전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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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함께 촛불 17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416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형상을 만들어 기네스북 등재를 도전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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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인양을 위해 밝힌 촛불 17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416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형상을 만들어 기네스북 등재를 도전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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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진행된 이 행사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인터넷으로 미리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을 모르고 그냥 현장에 오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도 있었으나, 행사장 밖에서도 질서정연하게 촛불을 들고 행사에 참여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남편과 새언니, 조카 등 모두 6명의 가족을 이끌고 참가한 임지윤씨(42)는 "정부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현실에 너무 화가 난다"며 "내가 유족이라면 그들처럼 참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언론이 이 같은 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오마이뉴스> 등 대안매체에 많이 의존한다"고도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참가한 이난형씨(47)는 "유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진상규명을 해줘야 한다"며 "남들이 안하면 나라도 해야 한다는 심경으로 매번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당에서 알고 지내던 형이 세월호 사고로 숨졌다는 안산 신길고 2학년 이의현군은 "1년간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나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면서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이런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행사에 참가한 한국인 아내를 따라 서울광장에 온 미국인 샘 콜린스씨는 또렷한 한국말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슬프지만, 그들과 함께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며 따뜻함을 느낀다"며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하는 한국의 보수주의 정권이 너무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언론인 김중배씨(81)는 "이른바 시행령이란 것이 특별법을 위반하는 '위헌적' 상황에 개탄한다"면서도, "멈추지 않겠다는 저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그게 정답이다"라고 일갈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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