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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
ⓒ 최지용 |
고용노동부가 '정규직 해고조건 완화' 등을 포함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사업을 추진하면서 언론사에 수천만 원을 주고 기사를 작성하게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노·사·정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왜곡된 여론을 조성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매일경제>에 '언론홍보' 명목으로 5500만 원을 지급했다. '홍보내용'은 고용노동부와 정부가 올해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선 정책'이다. '언론기고' 명목으로 55만 원도 지급됐다.
그 결과 <매일경제>에는 지난 3월 10일, 11일, 13일, 23일 등 4일에 걸쳐 '노동시장 새틀짜기'라는 제목 아래 총 5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고학력 청년실업'을 조장하는 3대 장애물을 제시하고 해결 방안과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문제의 결정적인 원인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양보하지 않는 강성노조'로 좁혀져 있다.
노동시장 개혁한다면서 노조 겨냥한 비판기사 양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매일경제>는 10일자 보도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노동시장의 3대 장애물로 ▲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 격차가 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 고용 유연성을 막아서는 강성노조 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를 위해 '세니오르 오블리주(기성세대의 의무)'가 필요하다"라는 이기권 장관의 말을 인용했다.
이 매체는 또 같은 날 '호봉에 기댄 기성세대·양보 안하는 강성노조가 일자리 막아'라는 제목에 기사에서 "청년들의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강성노조는 '임금체계 개편', '고용유연성 강화' 등에 어떤 양보도 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3대 장애물이라는 해결과제를 푸는 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강성노조'라는 지적이다.
그 다음 날인 11일자 보도에서는 '고용유연화'를 지적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를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매체는 '두자릿수 치솟던 독일 실업률… 고용유연화로 잡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일이 고용시장에서 기적을 이룬 배경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하르츠 개혁'에 있다"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해고제한법 제외 사업장 확대, 파견 상한기간 폐지, 신규창업 시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등을 뜻한다. 쉽게 말해 해고를 조금 더 쉽게 하고, 파견노동자와 기간제 노동자를 확대하는 정책이다. <매일경제>는 이 같은 하르츠 개혁의 효과를 "해고되는 속도보다 일자리 증가 속도가 더 빨라져 실업률이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르츠 개혁 때문에 독일의 고용 안정이 이뤄졌다는 주장에는 이견도 상당하다. 지난 달 26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독일의 일부 전문가들은 "하르츠 개혁이 저임금 일자리와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이어졌고, 이제 그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법정 최저임금제 도입, 파견 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지난 3월10일 보도된 매일경제 기사. | |
ⓒ 매일경제 |
"돈 주고 기사 사는 방식은 정부 정책 불신 불러올 것"
고용노동부가 언론사에 돈을 주고 기사를 통해 정책을 홍보하는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정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2014년에도 수차례 같은 방식의 홍보를 해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취임 100일을 맞아 정권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시간선택제일자리' 정책 홍보에는 1억7500만 원가량이 기사의 대가로 지불됐다.
또 노사문화대상 수상기업 홍보,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을 주제로 2억3500만 원이 지불됐다. 이 같은 방법으로 기사를 쓴 매체는 경제지들뿐 아니라 주요 일간지까지 총 11개 매체다. 이들은 기사 한 건당 적게는 500만 원, 많게는 5000만 원가량을 받았다. 기사 한 건당 평균 지불액은 약 1600만 원이었다.
고용노동부는 기사뿐 아니라 신문에 게재되는 외부 칼럼에도 돈을 직접 지급했다. 언론사 지면에 실리는 칼럼의 원고료는 해당 언론사에서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대신 내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대학교수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인사뿐 아니라 한국노동연구원 등 공공기관의 연구원에게도 신문에 글을 쓰게 하고, 건당 50만 원가량을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주요한 정책이 있으면 국민에게 알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관심을 가진 매체가 있으면 취재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돈으로 기사를 사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다른 부처도 이렇게 기획 보도를 해왔고,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대행사에서 담당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기사를 홍보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은 왜곡된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며 "돈을 주고 기사를 사는 방식의 홍보라면 오히려 정부 정책에 불신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주요정책을 민간대행사에 맡겨서 자신들은 잘 모른다는 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편집ㅣ최 규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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