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중·고교 안보교육 우편향... 진보단체 교육은 4% 불과
14.10.08 09:00l최종 업데이트 14.10.08 09:00l선대식(sundaisik)
기사 관련 사진
▲ 군부대 장교가 강사로 나와 지난 7월 17일 오전 서울 A초에서 상영한 동영상.
ⓒ 제보자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초·중·고등학교 외부초빙강사 안보교육이 우편향 반공교육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를 강조하는 진보단체의 안보교육은 전체의 4%에 불과했다.
초·중·고등학교 외부초빙강사 안보교육은 해당 학교장이 결정한다. 하지만 국가기관과 시도교육청이 각 단체의 안보교육을 안내·홍보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편향 위주의 안보교육은 보수 성향 정부와 교육감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3월 교육부·국방부·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생들의 안보교육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보수 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이끌었던 서울시교육청 소속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진보단체의 안보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진보단체의 안보교육이 진행된 곳은 진보교육감이 있었던 경기·광주·전남교육청이었다.
초·중·고교 안보교육 살펴보니... "우편향 반공교육 위주"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2학기와 2014년 1학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모두 3245건의 외부초빙강사 초청 '안보·통일·역사 수업'이 진행됐다.
이중 통일부 관계자의 안보교육은 전체의 24%(767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현직 군인과 군인회의 교육이 542회로 17%를 기록했다. 뒤이어 보수단체(473회)와 보훈처(363회)의 교육은 각각 15%, 11%였다. 나머지는 진보단체(4%), 교사와 교수(4%), 탈북자(4%) 등의 교육이었다.
전체의 32%에 달하는 전·현직 군인과 보수단체의 강연 내용은 우편향 반공교육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역 군인이 '나라사랑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는 안보교육의 주제는 '북한의 두 얼굴, 변함없는 도발', '천안함, 연평도, 북한 어린이들의 굶주림과 만행', '6·25 전쟁 및 대남도발', '6·25전쟁과 북한 바로알기' 등이다.
실제 지난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뤄진 현역 육군 소령의 나라사랑 교육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육군 소령은 임신한 여성에 대한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 손을 뒤로 묶는 비둘기 고문을 받다 피를 흘리는 사람의 모습 등이 담긴 동영상을 상영했고,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 여학생은 한 시간가량 눈물을 쏟았고, 결국 교육은 중단됐다.
당시 해당 부대가 소속된 수도방위사령부 관계자는 "해당 동영상은 국방부에서 제작한 것"이라면서 "국방부와 교육부가 협약(MOU)을 체결해 전국 학교에서 신청을 받아 교육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 군 장교의 '끔찍한' 안보교육, 아이들 충격에 빠져 강의 중단). 국방부는 안보교육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현역군인의 교육 내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보수단체 안보교육은 15%, 진보단체는 4%
보수단체의 안보교육도 우편향 반공교육 위주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자유총연맹, 6·25 참전 유공자회, 무공수훈자회 등이 실시하고 있는 안보교육 내용은 '북한 관련 환경피해·북한의 실상', '6·25 납북자 진상규명, 6·25전쟁', '북한의 도발 사건 등에 대한 동영상 강의' 등이다. 배재정 의원 쪽은 "주로 북한과의 대치상황을 부각시키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의식과 반 평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진보단체의 안보 교육은 보수단체의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진보교육감이 있었던 경기·광주·전남 교육청에서만 진보단체의 안보 교육이 이뤄졌다. 내용을 살펴보면, 6·15 공동위원회, 5·18기념재단, 호남 4·19혁명단체총연합회 등이 평화 통일의 필요성 등에 대해 교육했다.
배재정 의원실은 통일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안보교육 역시 우편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4월 안전행정부·국방부·통일부·보훈처의 대국민 안보교육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국민 안보교육의 질을 높이고 정치적 견해표명 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강사 선정 및 관리, 중립성 확보가 긴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 중립 의무 확보수단이 미비하거나 미흡하여 일부 민간인 강사가 개인적·정치적 발언 등 물의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한 "안보교육 교육 제작 및 관리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미흡하여 교재 내용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국무조정실장과 국가보훈처장에게 교재의 적정성(중립성, 객관성 등)에 대한 사전 검증이나 심사, 전문가 자문 또는 감수 등을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배재정 의원은 "일선 학교에서 진행되는 안보·통일·역사교육이 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 반공교육으로 회귀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안보·통일·역사교육의 내용을 검토해야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평화통일의 가치를 가르칠 수 있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가진 강사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바뀌었으니..."
서울시교육청 학교생활과 관계자는 "통일부, 군부대, 각종 단체가 안보교육의 홍보를 요청하면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이를 안내한다"면서 "호국 보훈의 달인 6월에 전쟁 등과 관련 수업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감이 바뀌었다, 조희연 교육감은 평화교육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면서 "전쟁이나 적대를 강조하는 안보교육보다는 평화와 화합 쪽을 강조하는 안보교육을 충분히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2011년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국방부·교총과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실제로는 교원에 대한 안보교육만 이뤄졌고 지난해 종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통일부의 자료만 시도교육청에 전한다, 초·중·고등학교 안보교육은 시도교육청이 담당한다"고 답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