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보물이 될 희토류
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4/10/02 [22:42] 최종편집: ⓒ 자주민보
자원 빈국 한국, 비효율적인 경제
IT 수출 강국이라 자화자찬하는 한국. 하지만 관련 제조 산업의 수입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표 1>에 따르면, 2012년 현재 1000원어치의 국산품에 포함된 수입품의 가치는 315원 수준임에 비해 공산품은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는 452원의 수입품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외 의존적 생산구조는 제조업 핵심 기반인 기초소재부문의 경우 1000원 중 556원을 수입품이 차지해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제품 하나를 만들 때 들어가는 수입품의 양이 늘어나면 부가가치가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제조비용이 증가하여, 결국 생산자인 기업과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 수출 제조업이 봉착한 위기는 원자재 수입 의존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라 진단된다.
특히 한국이 수출 주력으로 삼고 있는 IT 분야의 제품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하여 날이 갈수록 그 이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마그네사이트, 알루미늄 같은 광물자원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생산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광물자원을 자체 확보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21세기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는 여러 광물자원 가운데서도 그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희토류의 전부를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제품에 필수가 된 ‘희토류’
‘희토류’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탄계 원소 15개와, 21번인 스칸듐(Sc), 그리고 39번인 이트륨(Y) 등 총 17개 원소를 말한다. 희토류는 방사성원소인 프로메튬을 빼면 지구상에 널리 퍼져있는 성분이지만, 채굴 가능한 광물 형태인 경우가 드물어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 REE)’라는 이름이 붙었다.
희토류는 건조한 날씨에도 변화하지 않고 열을 잘 전도하며 탁월한 화학·전기·자기 성질을 갖고 있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희토류의 구체적인 종류와 용도는 아래 표와 같다.
<표 2>와 같이 희토류는 스마트폰, 하이브리드 자동차, LCD 연마광택제 등 첨단 IT제품에 두루 사용될 뿐만 아니라 광학, 핵공학, 항공우주산업 등 차세대 산업에서 갈수록 쓰임새가 늘고 있는 필수적인 금속이다.
희토류는 분리 정제가 매우 어려워 개발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희토류는 자연계에 존재할 때 경제성이 있을 정도로 농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불소탄산세륨광과 모나자이트석 등 다른 광물 속에 포함돼 있다. 이러한 광물은 광산에서 채광된 후 선광과정을 거쳐 정광을 제조한 후, 사용하기 편리한 희토류 제품을 얻기 위하여 다시 정광을 분해 및 침출하는 제련공정에 투입된다.
이 때 광물 속에 포함된 희토류의 실제 비율을 계산한 단위를 ‘품위’라고 한다. 예를 들어 희토류 광물의 품위가 5%라는 말은 100g의 희토류 광물 중에서 실제 희토류 금속이 5g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광물의 품위가 너무 낮으면 희토류 금속을 분리정제 하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 실제 개발이 불가능하다.
<그림 1>에서 보는바와 같이 육지에 매장된 희토류는 전체 1억 5천만 톤 정도로 중국과 러시아, 미국, 호주, 인도 등 일부 나라에만 분포되어 있다. 희토류는 1940~50년대에는 브라질과 인도에서 주로 생산됐고, 이후 미국과 호주 등지로 넘어갔다. 1990년대부터는 중국이 사실상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하와이와 프랑스령 타히티 부근 태평양 해저에 육지 매장량의 800배에 달하는 양질의 희토류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2011년 확인된 바는 있다. 하지만 태평양 해저 희토류의 경우 대부분 수심이 3500∼6000m에 달하는 공해 해저에 존재하고 있어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규정되고, 채굴에 따른 해양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은 약 32만2천 톤의 모나자이트가 매장되어 있지만 대부분 품위(grade)가 0.1% 이하로 경제성이 없어 개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6월 말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주, 홍천의 희토류 15만 톤 발견도 결국 0.6% 정도의 낮은 품위로 인해 경제성 논란만 불러일으킨 바 있다.
세계 최대수준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하는 북한
이러한 희토류가 한반도 북한 지역에 대량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은 지난 2000년대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이후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한 평안북도 정주시 일대는 국제적으로 세계 최대의 희토류 산출지로 평가받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매트’는 2014년 1월 22일 영국계 사모펀드 SRE미네랄스의 발표를 인용,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2배에 이르는 2억1600만톤이 북한에 묻혀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와 평안북도 정주시에서 희토류를 개발하기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한 ‘SRE 미네랄스’ 집행이사 루이스 슈어만(Louis W. Schurmann) 박사는 평안북도 정주가 세계 최대 희토류 산출지(“the World’s largest known REE occurrence”)이며, 그 가치는 약 65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경500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 정주시에서 광물탐사작업을 한 오스트레일리아의 광산, 지질 자문업체 HDR 살바(Salva)의 탐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정주의 희토류 매장량은 광물로 60억6497만 톤, 분리 정제 후 2억1617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 보고되었다. 이는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 1억5422만 톤보다도 많은 양이다.
국내에 보도된 북한 합영투자위원회의 자료를 근거로 본다면, 북한의 희토류 추정 매장량은 광물 매장량이 10억 톤 이상, 분리 정제된 희토류를 기준으로는 4800만 톤으로 세계 최대 희토류 산지인 중국의 2700만 톤 보다 많다.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북한 합영투자위원회는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북한의 대표적인 희토류 광산 4군데에 대한 탐사 자료를 공개했는데, 그중 제일 큰 황해남도 청단군 덕달리 광산이 약 2000만 톤 이상, 두 번째인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의 희토류 광산이 1700만 톤, 그리고 강원도 평강군과 김화군에 있는 나머지 두 개 광산의 합이 약 1100만 톤 규모라고 한다. 이들 탐사 결과가 다소 확대 추정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 1, 2위를 다툴 만큼 많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주의 희토류는 ‘품위’도 평균 3.56%에 달해 경제적 가치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HDR살바의 탐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정주의 희토류 품위별 매장량은 다음과 같다.
평균 3.56% 품위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오스트레일리아 마운트 웰드(Mt. Weld) 광산(평균 품위 8%)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꽤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세계 6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미국의 베어 랏지(Bear Lodge) 광산의 평균 품위가 3.45%다.
희토류 제련소 갖추고 수출까지 하는 북한
북한은 이미 1980년대부터 희토류 관련 공업을 창설, 함경남도 함흥시에 전 세계에 몇 개 없는 희토류 제련소를 갖추고 해외에 수출까지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자원전쟁’의 저자 김동환에 따르면, 1988년 설립된 북한 ‘조선국제화공합영회사’는 희토류 원광과 금속 및 산화물 등을 홍콩, 중국, 일본, 유럽으로 수출해왔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희토류 최대 산지인 중국에 희토류를 수출해 왔으며, 중국에 수출한 희소금속 중 500∼600t의 희토류가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4년 5월 55만 달러어치, 6월에는 5월의 두 배가 넘는 133만 달러어치의 희토류 광석을 중국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진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희토류 제련기술에서 선진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가성소다분해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1톤을 생산하려면 8.5㎏의 유독 가스와 13㎏의 분진이 발생하며, 채굴과정에서 토륨 등 방사성 물질도 튀어나온다. 게다가 희토류 제련 과정에선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황과 황산, 산성 폐수 등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희토류를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오염으로부터 조업자와 환경을 보호해야만 한다. 이진영 연구원은 ‘가성소다분해법’이 이러한 점에서 조업자 건강이나 환경보호에 좋고 설비 부식을 막기가 쉬운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에 모두 이익 되는 협력방식 고민해야
이처럼 북한에 매장된 희토류를 남북이 협력하여 개발한다면, 남북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남쪽 입장에서 보자면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환경오염문제를 계기로 희토류 생산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수출량까지 제한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김동환 국제학 박사는 남북 희토류 협력에 대해 “5000억 원이 넘는 개발사업 비용,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채굴 준비 및 제련소 건설 기간 등 재정적·시간적 부담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며, “희토류의 선광 작업부터 분리, 정제, 가공, 판매까지의 전 과정이 일시에 가능한 공급망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북쪽 입장에서 보더라도 희토류 개발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보수언론의 시각처럼, 남쪽의 자본이 북쪽의 광산을 개발하고 원광석을 모조리 캐내는 방식은 비현실적이다.
첫째로,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대규모 희토류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시사인 보도에 의해 알려진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황해남도 청단군 덕달리 광산은 산의 정상 부근에 희토류 원광석이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으며,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의 희토류 광산은 깊은 골짜기들과 비탈이 급한 산릉선들로 되어 있다고 한다. 당연히 광산을 마구잡이로 개발하면 주변 계곡부터 지하수까지 모조리 오염될 것이 뻔하다. 한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북한 지역의 희토류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은 희토류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난관을 조성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예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로,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이미 희토류 제련소까지 갖추고 있는 조건에서 구태여 원광석을 대량 반출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광산에서 채굴된 희토류 원광석보다 선광과 제련을 거쳐 가공된 희토류 제품을 교역하는 것이 부가가치가 높고 훨씬 이익이 된다. 따라서 북한은 광산 주변의 입지 좋은 곳에 제련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형태의 경제협력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희토류 제련 경험이 전혀 없는 조건에서, 선광 작업부터 분리, 정제, 가공까지 일관된 공급망을 한번에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운송거리까지 가까우니 경제적으로 손해볼 것이 전혀 없다. 게다가 기존의 남북 경제협력 사례와 같이 북한이 ‘민족내부거래’의 입장에서 일정한 특혜를 제공할 경우 희토류 도입가격에서 상당한 혜택을 추가로 누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자원 개발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막고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협력 방식은 북한 당국의 정책 방향과도 부합한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지하자원과 산림자원, 해양자원을 비롯한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보호하고 적극 늘여나가야 한다”고 언급 했다.
특히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 ‘국토관리총동원운동열성자대회’를 계기로 발표된 국토관리사업에 대한 담화에서 환경보호, 자연보호관리사업의 방향과 과제를 특화하여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담화 중 광산 개발과 관련하여 “특히 광산들에서 침전지를 바로 꾸리고 미광이나 페수가 강하천과 호수,바다에 흘러들지 않도록 하여야”한다며 “유해가스와 먼지가 많이 나는 공장,기업소들에서 유해가스와 먼지를 없애자면 기술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들이 많고 자금이 많이 든다고 하면서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달라붙지 않고있는데 이것은 인민성이 없는 표현”이라고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연합뉴스가 조선신보 보도를 인용한 데 따르면, 북한 김정하 내각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의 일관한 정책은 지하자원을 그대로 팔지 말고 2차, 3차 가공하여 제품을 생산하여 수출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세계시장의 동향을 분석하면서 지하자원 등의 수출품 개발을 고민하는 것 같다”며 “특히 자원을 가공한 뒤 부가가치를 높여서 파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고 평가하였다.
남북 경제협력 과정에서 남측 당국이 북측 정책방향을 적극 고려하여 사업방안을 제시할 경우, 당국 간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하여 경제협력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할 것이다.
철원-평강-김화 경제특구 창설 가능성
이러한 정책방향에서 남쪽 철원군과 북쪽 평강군, 김화군 희토류 광산을 연결하는 첨단 경제특구 창설방안을 타진해볼 수 있다.
철원과 평강, 김화를 잇는 경제특구 창설 방안은 기존에 제안되어 있던 철원 남북경협특구 방안과 철원에 인접한 평강 압동 광산의 희토류 개발 방안을 연계한 제안이다.
평강 압동광산 개발 방안은 이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01년 6월13일 당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강원도 평강군 압동에 있는 탄탈룸 광산을 개발하기로 합의하여 구체화된 바 있다. 희토류의 일종인 탄탈룸은 콘덴서와 초경합금 제조에 사용되는 금속으로 한국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는다. 이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했을 경우 2000년을 기준으로 1억7196만 달러의 탄탈룸 수입 비용을 상당부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평강 압동광산과 김화군 희토류 광산 주변에 제련소를 건설하여 가공된 희토류를 활용하는 IT제조업 공장을 철원 공단에 유치하는 것이다.
철원은 평강-김화 희토류 광산과 인접해있을뿐더러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 철도가 지나는 교통요지이자 철원 평야가 있는 산업 요충지다. 따라서 철원에 희토류를 활용하는 첨단 IT제조업 공장과 각종 연구시설을 유치하는 특구를 창설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와 더불어 철원 평야에 북측 농업 인력을 활용한 남북 협력 농장을 운영한다면, 철원 일대는 명실상부한 ‘제2의 개성’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북한이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농업 인력을 파견하여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는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음을 감안해볼 때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
평강 압동광산의 희토류 개발은 아쉽게도 2010년 5.24조치로 완전히 중단되고 말았다. 남북 희토류 개발협력이 재개되고, 나아가 철원-평강-김화를 잇는 제 2의 개성공단을 창설하기 위해서는 5.24조치의 철회가 선행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향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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