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위기에 봉착한 2차남북고위급회담, 어떻게 될 것인가?
한성 자유기고가
기사입력: 2014/10/11 [16:20] 최종편집: ⓒ 자주민보
바다와 육지에서 연속적으로 벌어진 남북총격전
지난 7일 연평도 인근에서 남북 해군간의 총격전이 있었다. 남북 간에 오랫동안 영역선 분쟁의 원인을 제공해왔던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싸고 벌어진 전투였다.
그로부터 불과 3일 뒤인 10일에도 남북 간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육지였다. 반북단체의 대북비방전단 살포를 둘러싼 전투였다.
바다와 육지에서 남북 간 전투가 짧은 시일 내에 두 번이나 연속으로 발생했던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탄식을 질렀다. 놀라워했다. 두 번에 걸친 바다와 육지에서의 남북 간 전투가 지난 4일 북한의 최고위급대표단의 방남으로 결정된 제 2차 남북고위급회담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다.
이는 본질적으로는 남북 간의 전투가 올 초부터 불안정하게나마 움을 틔우기 시작했던 남북관계개선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전문가들이나 북미대결전을 다루는 정세분석가들의 고유한 영역이나 몫이 아니다. 남북관계문제가 국가차원 그리고 이를 중시여기는 정치인들에게서 벗어난 지 이미 오래이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누구할 것 없이 사태의 전반공정을 꿰차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분명한 견해와 입장을 가질 정도로 일반화되어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두 가지를 상정하고 있다. 두 번의 전투가 제2차남북고위급회담을 무산시켜서는 결국에는 남북관계개선 사업을 파탄시키고 말 것이라는 것이 그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두 번의 전투를 2차고위급회담은 물론 남북관계개선이 왜 절실한지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남북고위급회담은 무산될 것인가?
사람들은 지난 2월 제1차남북고위급회담이 남북관계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 미국의 적극적인 방해 때문이었다고 여기고 있다. 한미관계의 정치지형을 기본으로 현실에 나타난 구체에 기반한 견해였다. 무엇보다도 1차고위급회담의 결실인 남북이산가족상봉이 미국의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훈련의 포성과 포연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에 집중해서 도달한 결론이었다.
이 견해는 남북이산가족상봉이, 그 어느 때보다 규모를 키우고 강도를 높혀 진행된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앞에서 상호비방 중지 등 남북관계개선사안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일회성 행사로 끝나고 말았던 데에 이르러서는 거의 확정처럼 굳어졌다.
올 초의 남북관계개선사업은 그렇게 파탄나고 남북관계는 얼어붙고 말았다. 이후 박근혜대통령이 통일과 관련되는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 등 여러 제기를 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들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오는 오는 등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반북적인 것들로 귀결되었다.
얼어있는 남북관계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시켜 급기야 위기로 치닫게 했던 것은 박대통령의 9.24유엔연설이었다. 핵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북한 인권문제까지도 박대통령은 언급을 한 것이다. 세계 앞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낸 반북성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박근혜정부의 독자적인 판단 보다는 북한인권문제를 소재로 북한에 대해 반북공세를 가하는 미국과의 공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동맹의 또 다른 구체라고 본 것이다. 남북 간의 문제에는 언제라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을 확인케해 준 사안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나서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 간헐적으로 있어오곤 했던 극적인 드라마 한편이 펼쳐졌다.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북한최고위급 방남이 그것이었다.
사람들은 전율했다. 우리나라에서 북한의 제 2인자라고 평가를 받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선그라스를 낀 호위총국 경호원을 뒤에다 끌고 군 정복 차림으로 인천을 활보했지만 그 누구도 반발하지 않았다.
우리정부가 끊임없이 요구했던 2차고위급회담을 수용하고 난 뒤 남북관계개선의 ‘넓은 길’을 열어내자는 그의 짤막한 말 한마디에서 사람들은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재개를 곧바로 떠올렸다. 정상회담을 위한 행보라는 말까지도 돌았다.
그렇게 북한의 최고위급대표단은 남북관계개선에 드리워져있던 먹구름을 순식간에 벗겨낸 셈이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것으로 종영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3일 후 서해교전이 터졌다. 우려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었다.
드라마는 그 절망을 추스르는 시간조차도 주지 않았다. 그 절망으로 버거워 하고 있는 사이 또 다시 대북단체의 북한비방전단살포를 둘러싸고 육지에서 남북 간의 총격전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이 머리를 들어 본 것은 예의 그 먹구름이었다.
2차고위급회담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갈수록 깊어져가고 있다. 그 우려에는 남북관계개선사업이 완전하게 파탄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동반되어있다.
이러한 전망은 특히 미국이 보여주는 대북 행태에서 그 설득력을 보충받고 있다. 북한최고위급대표단의 방남에 대해 지지입장을 표명했던 미국이 그러나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은 대북대결공세였다. 미국무부는 북한에 강제수용소를 인정하고 폐쇄하라고 했으며 유엔에서는 북한의 인권문제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전례 없이 최고수위의 대북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2차남북고위급회담이 더 실속 있게 열리게 될 것인가?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 사람들은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하여 전혀 다른 전망을 내오고도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남북 간의 전투가 남북관계를 위기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남북관계개선의 필요성을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2차례에 걸쳐 일어난 남북 간의 전투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하는 지를 너무나도 또렷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된다. 구체적으로는 제2차남북고위급회담의 의제를 사전에 획정해준다는 것이다. 군사행동을 자제하고 상호비방을 중단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는 지난 1차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대단히 일리 있는 견해이다.
2차례에 걸친 총격전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고서는 2차고위급회담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상호비방과 상호충돌을 막을 획기적인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이산가족상봉은 일회성 행사에 불과할 것이며 5.24해제조치나 금강산관광재개 역시도 불안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아울러 2차고위급회담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개선의 흐름은 물꼬조차도 못 트게 될 것이다.
그것을 가장 실감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북한 역시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총격전으로 한반도에 시선을 모아놓고 있는 세계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해분쟁과 상호비방으로 인한 갈등이 2차고위급회담의 현안으로 되어야하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남북관계개선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조준사격이 아니라 경고사격
이와 관련해 두 번의 남북전투에서 확인되는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일 북한 경비정 한 척이 NLL을 넘었을 때 그 거리는 불과 900m였다. 그리고 우리해군의 발포가 90발이었고 북한 해군의 발포 역시 수십 발이었지만 교전시간은 10분간이었다. 교전거리는 무려 8.8km나 되었다. 근접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돋보이는 것은 남북 간 모두 조준사격이 아니라 경고사격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양측에 피해가 없었던 이유였다.
조준사격이 아니라 경고사격이었던 것은 10일에 있었던 대북대결단체의 전단살포를 둘러싼 남북 간의 교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1일자 노컷뉴스가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타격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북한 GP 일대에 12.7㎜ K-6 기관총 40여발의 사격을 한 것이 우리군의 대응이었다. 북한도 이에 대해 곧바로 대응사격을 했다. 그렇지만 남북 공히 공중을 향한 발사였다. 상대방에 피해를 주기 위한 조준사격이 아닌 경고성 사격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상호총격전이 전쟁발발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자는 데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현 정세에서는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그 갈등 양상이 2차고위급회담을 파탄시키는 것으로까지는 도달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남북양측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에 발생한 전례 없는 두 차례의 남북 간의 전투가 남북관계개선을 방해하는 것으로 될지 아니면 오히려 남북관계개선을 실속 있게 만들어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저절로 결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반도 정세를 구성하는 세 축인 우리나라와 북한 그리고 미국의 의지에 의해 결정이 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의 총격전 이후 확인되게 될 우리나라 북한 그리고 특히 미국의 행보에 극히 주목해야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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