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의 세월호 전략과 우리의 대응
분열과 고립 무력화전략에 맞서 연대와 공조의 장기전 대책
조시형 | 2014-09-03 21:39: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 김기춘이 대원군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최고 실권자는 김기춘이다. (물론 상왕 이명박이 있다.) 난다긴다하던 남재준도 김장수도 유신군벌의 힘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세월호와 함께 물러났다. 이른바 7시간의 주인공 정윤회도 꿀맛 같은 그날 이후로 그저 버림받은 이혼남으로 잊혀지고 박지만 역시 나꼼수의 재사정권에 걸리자 몸을 사리고 있다. 이제 만만회는 만만한 민물회가 되어 김기춘의 밥상위에 올려졌다. 가히 김기춘에 의한 검찰 공화국이다.
김기춘이 누구인가 이미 20대에 청와대를 드나들며 유신헌법의 문자 하나하나를 다듬던 박정희의 신숙주와 박팽년이 아니던가? 어린 박그네 공주를 직접 과외 지도하여 선생님이라 존대받던 아저씨 國師아니던가? 그가 이제 청와대의 실질적인 오너가 되어 현재 세월호 정국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미 1992년 대선 당시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으로 유명한 “우리가 남이가”의 원조답게 수구보수 진영의 철통지지를 기반으로 ‘무대뽀 묻지마 돌격작전’을 전개 중이다. 여론이 악화되건 말건 국민이 화가 나건 말건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에 70% 가까이 찬성하건 말건 절대 안돼! 이렇게 정국은 파국으로 치닫고 대한민국 호는 두 조각으로 또 내부분열로 네 조각으로 산산이 조각나 침몰 중이다. 김기춘을 그의 이력과 배경은 물론 그의 머릿속까지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노회한 늙은이는 지금 무슨 전략을 짜고 있는가? 그의 사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여겨지는-이는 전적으로 법조계의 유력한 풍문이라 한다.- 홉스와 마키아벨리 그리고 칼 슈미트에 대한 비판을 통해 유추해보자.
2. 홉스와 마키아벨리 그리고 칼 슈미트의 공통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워낙 유명한 사람들이고 그 사상의 대강도 상식에 가깝거니와 더 궁금하면 검색으로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던가? 우리나라 소수 진짜 보수들과 말을 섞다 보면 본인이 인정하던지와 관계없이 국가와 정치 그리고 법의 정의와 역할에 대한 입장은 대개가 이 사람들의 문자를 벗어나지 못하더라. 그 수준을 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 셋의 공통점을 내식으로 개괄하면 이렇다. 이 인간사회는 인간의 본성상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서로를 잡아 먹던가 먹히는 무한 대결의 정글이다. 지옥도를 살짝 넘는 수준이 인간사회의 본래 모습이고 야만이 현실이다. 국가는 이런 무질서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필요최소한 괴물이고 또 괴물이어야 한다. 이 국가란 괴물이 철권통치의 지혜와 경륜을 갖춘 신성한 엘리트(군주 또는 총통 등) 에 의해 통치될 때 비로소 개인인 국민은 안정을 얻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으며 사회도 번영한다. 따라서 인간의 인권이라는 것은 비록 천부적인 것이지만 국가의 안정과 공공질서를 위해 통치자의 명령에 의해 제한 가능하며 이러한 제한의 권한은 군주의 능력과 권위에 비례한다. 고로 무릇 군주는 사소한 자비 보다는 엄격하고 지엄하며 때로는 교활한 지혜를 겸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기와 조작 나아가 살인까지도 수단이 된다.) 즉 통치자는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어야 한다. 결국 국민 개인의 인권은 이에 복속하게 된다.
유신헌법을 기초했으며 88년 총선민의를 배반한 3당 합당에 반대하는 강경대등 수많은 열사들의 목숨을 건 항거를 유서대필사건을 조작하여 진압하고 초원복국집에서 노골적인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부정선거를 획책한 우리나라 수구정치인의 대표 김기춘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니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더라. 여기에 한 가지 더 “자기를 믿어주는 주군을 위해 선비는 목숨을 건다.” 모 월간지에서 김기춘이 한 말이다. 그러나 불사이군의 선비정신은 들어봤어도 이런 레토릭은 선비정신에 낯설다. 선비는 주군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 군주에 목을 내걸고 싸우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비는 그렇다. 따라서 김기춘의 선비는 사무라이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그것도 주군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나라를 망치는 도요또미 히데요시 같은 그런 사무라이 말이다.
3. 이런 김기춘이 구사하는 정국 돌파전략-종심타격의 단기전
가. 세월호 참사는 여러 번 말해왔듯 친일수구냉전세력이 국내외 정치경제 정세의 수세적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명운을 건 도박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기득권 사수가 어려워지자 부정선거에 이어 일거에 동북아의 정치지형을 뒤바꾸려 한 기획사건이다. 물론 이제는 정반대로 자신들의 뿌리를 흔드는 초대형 정치참사로 변화했지만 말이다.
현재 수구세력은 검찰권력을 중심으로 수구언론이 공조하는 투-트랙으로 세월호 참사정국을 돌파하려 한다. 나는 그것을 <분열과 고립-무력화의 단기전>으로 명명한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원인과 책임을 청해진 선사와 선원들 그리고 죽은(?) 유병언에 돌리고 국가의 책임은 최소화 하려는 전략에 충실하게 검찰의 수사는 진행-발표되고 있다. 더불어 현재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핵으로 하는 야권과 국민의 전선을 강온파로 나누고 강경파에 대한 흑색선전과 온건파의 회유와 이간질로 야당과 유가족을 쪼개고 궁극적으로는 국민과 야권을 쪼개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획들이 도처에서 추진 중이다. 이미 유민 아빠에 대한 광범위한 신상털이와 일베와 할배를 동원한 저질 여론조작질도 드러났고 유민아빠 주치의에 대한 종북몰이도 시도되고 있다. 문재인 단식이후로는 문재인에 대한 공격의 이빨을 종편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그의 단식으로 여야의 야합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세월호 유가족에 공감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다. 장악된 관영언론과 종편으로 아무리 거짓정보를 흘려도 국민들의 보편상식을 다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는 건 학살의 기획자들이다.
나. 그래서 코너에 몰린 이들이 막판에 구사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획 가능성을 1991년 강경대 정국에서 예측해 볼 수 있다. 강경대 학생이 3당합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다 강경 공안총리였던 당시 노재봉의 휘하의 강경한 경찰의 폭력진압에 사망한 이후 전국의 수백만 청년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무려 5개월여에 걸친 단일 사안으론 학생운동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장기항전이었다. 수십 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87년 정권교체의 실패와 부정선거 그리고 지역고립을 수단으로 한 보수대연합에 거세게 항거한 것이다. 항쟁 초입부터 노태우 정권퇴진이 자발적으로 터져 나왔고 전투적 학생운동권의 조직적 부대가 5월의 거리를 누비며 종로통을 완전 점거하는 양상으로 치닫게 된다.
당시 정권은 노재봉의 사퇴와 정원식 총리의 임명으로 대규모 개각을 통한 국면전환을 모색했으나 학생들의 전국적 시위는 지속되고 규모는 확대되어갔다. 이에 새 내각에서 법무장관이 된 김기춘의 검찰은 정원식 외대방문 밀가루 투척사건 수사 중 느닷없이 김기설씨 사망사건의 배후로 강기훈 당시 전민련 간부를 지목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전혀 다른 필체의 유서와 문서 사본을 동일하다고 본 국과수의 공식 감정결과를 들고 나왔다. 그러자 가뜩이나 정원식 총리에 대한 행패로 이미지가 나빠진 학생운동권과 재야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종북-과격 폭력몰이를 온 신문 방송에서 퍼부어댔다.
대표적으로 김지하의 유명한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와 서강대 박홍 총장의 ‘10만 주사파 암약설’이 터져 나왔다. 대규모 친정부 시위도 가세했다. 그렇게 1991년 여름 강경대 정국은 사그러들었다. (이듬해 소련을 시작으로 사회주의권 국가의 도미노 몰락으로 결정타를 먹고서 학생운동은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함께 점점 힘을 잃어갔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유가족과 단식농성중인 광화문 주위의 시민들과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단체회원들과 이들에 동조하는 야당 정치인들은 이러한 김기춘의 노림수에 대해 늘 염두에 두고 주도면밀히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요 이상의 과격한 대응으로 사태를 왜곡하려는 시도에 대해 늘 경계할 일이다.
4. 우리의 대응-연대와 공조를 통한 장기전
박영선의 뻘짓은 문재인의 단식으로 어느 정도 수습되는 형국이다. 비록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추세 상 앞으로 회복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새누리와 야합한 법안을 통과시켰다면 새정연은 완전 회생불능의 파산을 보았을 것이다. 지금 조경태를 대표로 안철수를 편들던 수십 명의 새정연 국개의원들이 여야-야합안의 추인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이야 말로 야당의 붕괴와 이후 내각제-이원 집정제를 통한 제2의보수대연합을 꿈꾸는 제2의 삼당합당세력이다. 이 놈들을 걸러내야 이후 야당이 산다. 이게 바라던 바는 아니었겠지만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고 친노비난에 열을 올리는 전 안철수 지지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야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이유는 지난 글에서 여러 번 논구한 적이 있다. 민족주의 좌파진영이 해방과 전쟁으로 이승만 정권치하에서 소멸한 이래 한국야당은 친일지주세력인 한민당의 계보에 김대중의 신민당 혁신세력이 이합집산하는 역사였다. 대개 사꾸라 대 선명세력간의 쟁투의 과정이었다. 국민적 세력으로 보면 1980년 광주 이래 호남과 PK를 축으로 광범위한 중산층 서민과 청년학생층이 주 동력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3당합당으로 PK가 대거 수구로 합류하고 소수야당으로 전락한 DJ는 노무현과 김종필과 세력을 합치고도 IMF란 비상상황에서 가까스로 집권에 성공했다. 김대중-노무현 집권기간 질과 양에서 개혁진보 세력은 그 토대를 넓혀왔다. (주목하라! 이것이 진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분열의 양상 또한 심화되어왔다는 것이다. 그 과정과 원인을 일일이 상술하는 것은 또 이후로 기약하고 이 분열상을 극복하고 구심을 세우고 세력의 확장을 위한 연대의 방법을 제시하기로 한다.
첫째, 권력의지를 가진 세력의 검증과 이들 간의 연대를 우선 공고히 해야 한다. 친노-정치세력이든 호남-정치세력이든 똑 같은 기준으로 알곡을 가려야 한다. 독자적인 집권의지가 있는가? 독립적인 권력행사의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그 권력의지는 국리민복을 위한 善의지인가? 그 과정에서 독점의 간자들과 연대의 배신자들을 가려 내 쳐야한다. 조경태와 김-안철수 부류는 버려야 한다. 아직도 반성도 없고 변치도 않고 있는 그 지지자들도 내쳐야 한다.
둘째, 20여 년 에 이르는 신자유주의적 국가방임주의자들과도 과감히 선을 그어야 한다. 아직도 이들이 박쥐처럼 야권에 많이 존재한다. 부디 새누리로 가라. 이 자들이 또 지역구 관리와 당원관리엔 부지런해서 기존 당규에 정한 절차로는 걸러낼 수 없다.
따라서
셋째, 진성당원과 국민개방형 선거제도를 절충보완해서 권력의지가 확인된 세력 간에 이에 헌법적 권위를 부여하여 선출직의 예측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 당내 경쟁과 이를 통한 신진세력의 진입과 퇴물들의 퇴출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진다. 그래야 당의 안정적 구조적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 모든 과정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현재-진행형 투쟁과정에서 구체화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야당의 역사도 세월호 전과 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이 싸움에 소극적이거나 유가족과 야권지지자의 공론에 저항하는 세력은 사라지고 역사적 심판! 그것도 불의 심판을 받으리라.
5. 문재인과 친노의 운명
본인이 원했든 그러지 않았든 역사의 장강에서 문재인과 친노 정치세력이 이러한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누가 뭐라 비아냥대든 그게 주어진 역사의 숙제이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일시 봉합하려 해선 야권에도 대한민국에도 그리고 현재 진행되는 세월호 진상규명에도 답이 없다.
문재인의원이 말했다. 차기 대권을 포기하더라도 진정 건강한 수권야당을 만드는데 많은 관심이 있다고. 차기 당 대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진심이라 믿는다.
그가 참여정부에서 수행한 업적들과-특히 최근 자료에서 보면 사실상 10.4 남북정상회담은 그가 아니었다면 성사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그리고 사표를 쓰고 히말라야를 오르다 노무현 탄핵을 보고서 내려온 후 보여준 그 성실한 능력을 믿기에 그가 이후 야권재편에서 기대에 부응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말 차기 대권의 꿈은 비워두기 바란다.
그에게 주어진 세월호 진상규명과 야권재편 그리고 공정한 선거절차의 마련으로 궁극적으로 김대중-노무현을 잇는 제 3기 민주정부의 수립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나와 같은 노빠들이 그 밑거름이 되라 하면 무엇을 마다할 건가? 그래서 저 홉스와 마키아벨리의 후예들이 역사적 퇴출을 보고 싶다. 경상도가 쪼개지고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그 아름다움에 취해보고 싶다.
至敢請固所願! 아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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