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만탑산 핵실험장, 분주한 서해위성발사장
한호석의 개벽예감 <128>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4/09/01 [20:54]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사진1 > 이 사진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을 3차원 영상기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흰색 줄로 그어진 거대한 계곡이 지하핵실험장 지표면 구역이다. 거기서 갱도를 얼마나 깊이 파고 들어가 얼마나 많은 격실들과 차폐문들을 곳곳에 만들어놓았는지 외부에서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북은 국토면적이 좁기 때문에 핵폭발력이 큰 핵탄을 폭발실험에 사용할 경우 인근도시들에 인공지진피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폭발력을 줄인 소형핵탄을 폭발실험에 사용하였던 것이다. 올해 들어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영상자료에서는 지난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들이 나타났는데, 요즈음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용한 분위기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 자주민보
지하핵실험장 갱도입구에 드리운 커다란 가림막이 벗겨지는 날
지난 8월 11일 미국의 대북정보웹사이트 <38 노스(North)>에 주목할 만한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영상자료에서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가 뚜렷이 나타났었는데, 요즈음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조용하더라는 것이다. 그 기사를 쓴 분석가 잭 류(Jack Liu)는 요즈음 북의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이 왜 그처럼 조용한지 알 수 없다고 궁금해 하였다. <사진 1>
지난 5월 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은 미국 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서 북이 만탑산 지하핵실험장 갱도입구를 가림막으로 가려놓았다고 하였다. 지난 6월 25일 미국 관영언론매체 <미국의 소리>에 실린, 미국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CISAS) 객원연구원이며 위성영상자료분석가인 닉 핸슨(Nick Hansen)의 대담에 따르면, 북이 지하핵실험장 갱도입구를 가림막으로 가려놓으면 군사정찰위성 또는 민간관측위성이 갱도입구로부터 25~30m에 이르는 범위를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북이 지난 시기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길이가 25~30m나 되는 커다란 가림막을 지하핵실험장 갱도입구에 설치해왔음을 알 수 있다.
닉 핸슨은 그 날 대담에서 그런 식으로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형적인 북한식 위장술”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위장술이라는 말을 썼지만, 위장이라기보다는 은폐이므로 은폐술이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갱도입구에 도착한 특수수송차량에서 핵탄상자와 관련장비들을 꺼내어 갱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미국군 정찰위성이 촬영하지 못하게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은 무슨 은폐술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의 집중감시를 받지 않는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같은 핵보유국들은 지난 시기 핵실험을 실시할 때 가림막을 드리울 필요가 없었지만,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으면서 미국으로부터 집중감시를 받는 북이 가림막도 드리우지 않고 지하핵실험을 준비하는 작업을 적대국에게 노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과 미국이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현실을 망각한 채,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비적대적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북의 행동을 인식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오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은 지하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핵탄을 폭발시키기 직전에 갱도입구를 봉쇄하고 가림막을 걷어내게 된다. 그런 까닭에 위에서 언급한 방송 보도기사는, 북이 커다란 가림막으로 갱도입구를 가려놓은 것은 지하갱도 깊은 곳에 마련한 특수격실에서 핵탄을 폭발시키는 시각이 가까웠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북은 갱도입구를 봉쇄한 시각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핵탄을 폭발시키게 되는데, 북이 갱도입구에 드리워놓은 커다란 가림막은 미국군 정찰위성의 시야를 가려 갱도입구가 언제 봉쇄되는지 알지 못하게 하므로 미국은 북의 핵실험이 얼마나 임박했는지 미리 알지 못한다. 가림막 아래서 갱도입구를 봉쇄한 북은 미국군 정찰위성이 지하핵실험장 상공을 지나가는 시간대를 피해 가림막을 걷어낸 다음 즉시 핵탄을 폭발시킴으로써 지하핵실험 실행시각을 미국에게 미리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북이 갱도입구에 가림막을 드리우는 바람에 지하핵실험이 임박한 징후가 나타났던 지난 4월 하순, 언론계보다 군부가 한 발 더 먼저 움직였다. 위에서 인용한 방송의 보도가 나오기 며칠 전인 지난 4월 21일 남측 국방부와 합참본부는 북의 제4차 지하핵실험에 대비하기 위한 통합위기관리실무반을 가동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지난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기간에 북의 지하핵실험 준비태세는 핵탄폭발에 임박한 상황까지 도달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석 달이 지난 지금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은 왜 그처럼 조용한 것일까? 위성영상자료에서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고 적막감마저 감도는 것 같은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의 ‘이상한 분위기’가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하려면 아래와 같은 설명이 요구된다.
첫째, 북의 핵무력을 터무니없이 과소평가한 각종 오류정보들만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미국의 핵전문가들은 북이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기 위한 핵폭발실험을 실시했다는 식의 주장을 계속해왔다.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려고 핵폭발실험을 실시한다는 주장은 핵보유국들이 컴퓨터모의실험기술과 임계전핵실험기술을 아직 몰랐던 1980년대에나 들을 수 있는 ‘옛 이야기’인데, 21세기를 사는 핵전문가들의 입에서 그런 엉뚱한 소리가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는 데서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남측 국방부다. 이를테면, 지난 4월 23일 남측 국방부는 “한미정보당국의 분석결과 북한이 탄두중량을 1,500kg 이하로 줄였지만, 1,000kg까진 줄이지 못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가시화하고 있지만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남측 국방부의 그런 주장은 아마 그들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다. 북이 <로동신문> 2013년 5월 21일부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오늘 우리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인용문은 북이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한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핵탄을 다종화, 정밀화한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뜻한다. 나는 지난 8월 19일 <자주민보>에 실린 글 ‘북의 핵개발사 다시 쓰기와 ‘최후 결전’ 예견’에서 국내외 자료들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북이 1993년부터 1994년 사이에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였음을 논증한 바 있다.
그러나 남측 국방부는 북이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는 <동아일보> 2014년 5월 8일부 보도기사가 해명해주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만약 북한이 (핵탄의) 소형화, 경량화를 달성했다고 하면 핵무기 보유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되고 이는 곧 한국의 북핵정책 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책 및 핵비확산정책의 실패”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남측은 북이 핵탄을 아직 소형화, 경량화하지 못했다는, 자기들도 믿지 않을 황당한 주장을 어쩔 수 없이 되풀이하는 것이다.
둘째, 북이 실시한 제1차 지하핵실험(2006년 10월 9일)과 제2차 지하핵실험(2009년 5월 25일)은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라, 당시 북미협상에 의도적으로 난관을 조성한 미국을 압박하여 북미협상을 재개하고 최종적으로는 미국을 철군담판으로 끌어내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두 차례의 선행 지하핵실험들과 달리, 북이 2013년 2월 12일에 실시한 제3차 지하핵실험은 대미압박이 아니라 대미응징에 목적을 둔 것이었다. 2013년 2월은 철군담판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2009년 7월 이후 근 4년이나 지난 때였으므로 북은 2013년 2월에 지하핵실험으로 미국을 압박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았다. 2013년 2월 당시 북은 2012년 12월 12일에 자기들이 실시한 인공위성발사를 ‘범죄행위’로 몰아가며 유엔안보리를 사주하여 대북제재조치를 추가한 미국의 적대행위를 물리적으로 응징할 필요가 있었는데, 북의 제3차 지하핵실험이 바로 그런 대미응징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집요한 거부로 철군담판을 더 이상 추진할 필요가 없게 된 이후 ‘조국통일대전’ 준비에 박차를 가해오는 북은 미국을 압박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므로, 앞으로도 북은 미국을 압박하려고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려고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은 더욱 아닐 것이다. 북의 핵실험은 적대행위를 감행하는 미국을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응징하기 위해 실시될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에서 지하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북은 미국이 북의 위성발사를 ‘범죄행위’로 몰아 대북제재조치를 또 다시 추가하는 적대행위를 감행할 경우 핵실험으로 미국을 응징하려고 대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예견하는 것처럼, 북이 지하핵실험으로 미국을 응징하는 것은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전제로 한 행동이다.
북의 핵개발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보려고 하다가 결국 실패한 미국은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우주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보려는 것이다. 그런 의도를 지닌 미국이 북의 위성발사를 또 다시 ‘범죄행위’로 몰아 제재조치를 추가하는 적대행위를 감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이 그런 식으로 대북적대행위를 감행할 경우 북이 그에 상응하여 그보다 더 강경한 보복행동에 나서는 것도 역시 불가피하다.
이처럼 미국의 적대행위와 북의 보복행동이 반복되는 악순환은 ‘조국통일대전’에서 북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할 때까지 계속되면서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전쟁위험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그 모든 책임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철군담판을 끝내 거부하고, 대북적대행위에만 집착해오는 미국에게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14년 9월 현재 한반도 정세는 미국의 대북적대행위와 북의 대미보복행동의 반복적인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 매우 긴장된 상황에 놓여있음이 자명해진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문제는,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지금 북이 신형 위성운반로켓과 신형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자기의 우주개발사업을 막바지에서 힘껏 다그치고 있으며, 멀지 않아 위성발사폭음을 울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지금 주시해야 할 곳은 핵실험준비를 완료하고 조용히 대기 중인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이 아니라 각종 공사를 벌이며 한창 바쁘게 돌아가는 서해위성발사장이다.
▲ <사진 2> 2012년 4월 북이 외래기자들과 외래전문가들에게 공개한 서해위성발사장 종합지휘소의 벽에는 위와 같은 총배치도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 북은 그 모든 시설들을 완전히 일신시키는 전면적인 개건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며, 오는 10월과 11월 사이에 완공하게 된다. 더 많은 위성들을 우주공간에 쏘아올리며 우주개발부문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려는 북의 원대한 구상과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자주민보
60m로 증축된 거대한 위성발사탑과 궁금증 불러일으키는 수송열차 지하구간
북이 지하핵실험을 단행하는 목적이 대미압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의 우주개발을 막아보려는 미국을 응징하는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목적도 대미압박을 위한 것이 아니고 미국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우주개발을 추진하려는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의 위성발사는 북미관계의 변동상황과 무관한 것이며, 어디까지나 북이 자체로 정한 우주개발시간표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만약 북이 위성발사준비를 모두 끝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서해위성발사장에 위성운반로켓을 세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그 동안 벌여온 대대적인 공사를 마무리단계에서 다그치고 있는 중이다. 그 공사는 기존시설을 부분적으로 보완, 보강하는 공사라고 하기보다는 기존시설을 현대적인 대형시설로 대체하는 전면적인 개건공사라고 보아야 한다.
2012년 4월 북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언론인들과 위성전문가들에게 공개한 서해위성발사장 종합지휘소에는 커다란 ‘서해위성발사장 총배치도’가 벽에 걸려 있었다. 그 배치도를 보면, 종합지휘소, 관리운영소, 위성발사장, 련동시험장, 발동기시험장, 원격관측소, 숙소, 도로 등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2> 그런데 지금 북은 그 모든 시설들을 완전히 일신하는 전면적인 개건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개건공사에 대해서는 지난 8월 21일 닉 핸슨이 <38 노스>에 실은 글 ‘북코리아의 서해위성발사장: 증축공사 거의 완성, 더 많이 발사하려고 준비하나?’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닉 핸슨이 이전에 서해위성발사장에 관해 쓴 몇몇 글들이 모두 그러하듯 이번에도 민간관측위성이 촬영한 영상자료를 분석하는 글을 썼다. 최근 그가 <38 노스>에 발표한, 서해위성발사장에 관한 글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첫째, 서해위성발사장 발사장은 길이가 200m로 매우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생겼고 전체가 콘크리트로 포장되었는데, 거기에 이동식 발사대(movable launch platform)와 발사탑(gantry tower)이 설치되었다.
전면적인 개건공사가 벌어지기 이전에는 위성운반로켓을 발사탑에 세울 때 쓰는 높이 11m, 길이 28m의 대형기중기가 발사탑 맨꼭대기에 얹혀 돌아갔는데, 그 대형기중기는 지난 7월에 철거되었다. 대형기중기를 철거한 것은, 3단으로 분리된 위성운반로켓 동체를 이동식 발사대 위에 조립해 세운 뒤에 그 이동식 발사대를 발사탑으로 이동시켜 위성운반로켓을 발사탑에 장착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전면적인 개건공사가 벌어지기 이전에는 3단으로 분리된 위성운반로켓 동체를 대형수송차량 세 대에 각각 나누어 싣고 발사탑까지 가서, 발사탑 꼭대기에 설치된 대형기중기로 들어올려 조립하는 식이었다.
▲ <사진 3> 이것은 서해위성발사장의 위성발사탑을 컴퓨터도면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것은 위성발사탑을 증축하기 전 모습이다. 북은 이 위성발사탑을 10층에서 13층으로 증축하여 높이를 46m에서 60m로 높였다. 60m로 증축된 위성발사탑이라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을 쏘아올릴 수 있으며, 장차 우주선도 쏘아올릴 수 있다. © 자주민보
▲ <사진 4> 이 사진은 2012년 12월 12일 광명성-3호 2호기를 쏘아올리는 장면이다. 위성발사탑 윗부분에 증축한 3층을 흰색으로 표시하였고, 은하-3호보다 25m나 더 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 길이를 붉은 색으로 표시하였다. © 자주민보
둘째, 위성발사탑 증축공사는 이미 끝났다. 독일의 미사일전문가 노르베르트 브뤼게(Norbert Brűgge)의 분석에 따르면, 서해위성발사장 위성발사탑은 10층에서 13층으로 증축되어 높이가 46m에서 60m로 높아졌다. <사진 3>
60m 높이로 증축된 북의 위성발사탑을 중국의 위성발사탑, 우주선발사탑과 비교하면, 우주개발에서 북의 위성발사탑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중국 시촨성(四川省)에 있는 시창위성발사중심(西昌衛星發射中心)의 위성발사탑 높이는 45m이며, 중국 고비사막에 있는 주콴위성발사중심(酒泉衛星發射中心)의 위성발사탑 높이는 45m이고, 우주선발사탑 높이는 75m다.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북의 위성발사탑은 중국의 위성발사탑보다는 15m 높고 우주선발사탑보다는 15m 낮은 것이다. 하지만 북의 위성발사탑이 중국의 우주선발사탑보다 15m 낮다고 해서 북의 위성발사탑에서 위성만 쏘아올릴 수 있고 우주선은 쏘아올릴 수 없는 것은 아니며, 60m 높이의 발사탑에서도 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다.
60m로 높아진 서해위성발사장 위성발사탑에서는 길이가 55m가 되고, 지름이 4m가 되는 위성운반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북이 지난 2012년 12월 12일에 쏘아올린 은하-3호 위성운반로켓은 길이가 30m, 지름이 2.4m였는데, 북이 쏘아올릴 새로운 위성운반로켓은 은하-3호보다 길이가 25m나 더 길고, 지름이 1.6m 더 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4> 멀지 않아 등장할 그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이 과연 은하-9호라는 이름을 달고 나타나게 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셋째, 서해위성발사장을 일신하는 전면적인 개건공사가 끝나면, 위성발사준비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짧아지게 된다. 지난 6월 25일 <미국의 소리>에 실린 닉 핸슨의 대담에 따르면, 이전에는 평양에서 제작된 위성운반로켓과 인공위성을 함경북도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으로 옮겨 조립하고 발사대에 세우고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기까지 준비시간이 약 45일이나 걸렸는데, 2011년 초에 완공된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준비시간이 두 주간이나 단축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2012년부터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위성발사준비를 30여일만에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해위성발사장이 전면적으로 개건되면, 위성발사준비시간은 30일 미만으로 더 단축될 것이다.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발사준비시간을 그처럼 크게 단축시키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수송조건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이다. 이번에 북은 위성발사장으로 통하는 폭넓은 도로를 새로 닦았을 뿐 아니라, 1.42km에 이르는 철도지선까지 깔아놓았다. 도로건설공사와 철도지선부설공사를 위해 기관차 두 량, 철로부설차량 한 량, 부속차량 두 량, 수송열차 18량이 동원되었다. 도로건설공사와 철도지선부설공사는 이미 지난 7월 초에 끝났다. 새로 놓인 철도지선은 위성발사장에 이르러 마치 갱도처럼 생긴 지하구간으로 연결되는데, 수송열차가 통과할 지하구간은 길이가 120m이고, 폭이 4m다.
수송열차 철도지선을 평지에 부설할 수 있는데, 북은 왜 공사하기도 힘든 땅속에 수송열차 지하구간을 건설한 것일까? 위성영상자료만 보고서는 그 이유를 알기 힘들다.
▲ <사진 5> 이 사진은 서해위성발사장에 신축되고 있는 반구형 건물을 촬영한 위성영상자료다. 지금은 외부공사를 마치고 내부공사도 거의 끝냈다. 이 건물의 지름은 50m이고, 4층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건물의 쓰임새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은 체육관 같기도 하고, 음악공연관 같기도 한 이 건물을 무엇을 위해 위성발사장 한 쪽에 세운 것일까? 지금은 상상력을 동원해도 잘 알 수 없으나, 앞으로 북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을 쏘아올리는 날 그 정체가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 자주민보
쓰임새 알 수 없어 궁금증 불러일으키는 반구형 건물 두 채
닉 핸슨이 위에 언급한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서해위성발사장을 전면적으로 개건하는 공사에서 외부인들에게 가장 커다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반구형 건물이다. 2013년 중반에 착공했던 반구형 건물 두 채는 약 1년 동안 신축공사를 마치고 지난 7월 초 마침내 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내부공사가 거의 마감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제1반구형 건물은 지름이 50m인데, 지름이 30m인 반구형 지붕을 덮었고,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바깥쪽으로 기울어진 폭 20m의 고리형 지붕이 그 반구형 지붕을 둘러싸고 있다. 그 건물에는 커다란 출입구가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한 개씩 나있다. <사진 5>
제1반구형 건물의 외부는 연한 파란색으로 도색되었다. 그 건물에 도색된 연한 파란색은 지난 3월 31일에 제정된 북측 국가우주개발국 표장의 위성자리길(위성궤도)에 칠해진 바로 그 색이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그 표장 안에 연한 푸른색으로 표시된 위성자리길에 대해 해설하면서 “우주의 모든 궤도에 공화국의 위성을 계속 쏘아올리려는 우주개발전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둘째, 제2반구형 건물은 제1반구형 건물 인근에 신축되었다. 제2반구형 건물은 지름이 18m이고, 내부가 2층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건물에 씌워진 반구형 지붕은 지름이 10m이고, 제1반구형 건물과 마찬가지로 건물의 외부가 연한 파란색으로 도색되었다.
셋째, 제2반구형 건물 옆에 길이가 28m인 직사각형 건물이 신축되었는데, 그 앞마당에 깃대 네 개가 한 줄로 서 있는 것을 보면, 실내주차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넷째, 지름이 50~60m인 평평한 원형공간이 신축되었고, 그 원형공간으로 통하는 폭 4m의 도로가 신설되었다. 그 공사는 지난 8월 초에 끝났다. 그 평평한 원형공간은 제1반구형 건물로부터 160m 떨어진 곳에 있는데, 바깥쪽에 폭이 각각 5m인 원형통로 두 개를 이중으로 배치하였고, 안쪽에는 지름이 33m인 원형공간을 조성하고 표면에 콘크리트를 깔아놓았다. 그 원형공간 출입구에는 폭이 15m이고 길이가 18m인 앞마당이 펼쳐져 있다. 그런 공간배치를 보면, 이 평평한 원형공간은 헬기착륙장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제1반구형 건물과 제2반구형 건물이 무슨 쓰임새로 사용될 건물들인지 알 수 없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지난 5월 28일 반구형 지붕을 아직 덮기 전에 촬영된 위성영상자료에서 제1반구형 건물내부를 엿볼 수 있다. 제1반구형 건물내부는 4층으로 이루어졌는데, 건물내부 북쪽 공간에는 2층을 얹지 않은 대신, 건물내부 남쪽 공간에만 2층을 얹었다. 3층은 말발굽형으로 빙 둘러 얹었다. 이것은 2층과 3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수 있게 설계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2층과 3층에 좌석만 들여놓으면 마치 음악공연장처럼 보일 것이다.
또한 제1반구형 건물에는 반구형 지붕을 떠받쳐주는 커다란 중심기둥 한 개가 정중앙에 세워졌는데, 그 중심기둥의 맨꼭대기 부분이 반구형 지붕 정중앙에서 마치 꼭지처럼 밖으로 튀어나와 원뿔형 부착물이 반구형 지붕 꼭지점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평양에 세워진 대표적인 원형 건물들은 류경정주영체육관, 인민극장,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이다. 25,000석의 대형체육관인 류경정주영체육관과 북의 전략미사일들을 곧추세워 전시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은 모두 반구형 지붕을 씌운 원통형 건물들이고, 인민극장은 평면지붕을 씌운 원통형 건물이다.
그런데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서해위성발사장에 신축된 제1반구형 건물은 그 내부구조로 봐서 체육관이나 음악공연관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체육관이나 음악공연관에는 없는 중심기둥이 제1반구형 건물에 있다는 것이다. 북이 위성발사장 경내에 체육관이나 음악공연관을 신축할 리 없지만, 정중앙에 중심기둥을 세운 것을 보더라도 그 건물이 체육관이나 음악공연관이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그렇다면 그 건물은 위성운반로켓전시관인 것일까?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에는 중심기둥이 없는데, 제1반구형 건물에는 중심기둥이 있고, 전략로케트관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제1반구형 건물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건물은 위성운반로켓전시관이 아닌 것 같다.
쓰임새를 알기 힘든 제1반구형 건물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 그 옆에 세워진, 그보다 작은 제2반구형 건물도 무슨 쓰임새로 사용될 건물인지 알기 힘들다. 만일 위성운반로켓 발사장면을 전망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라면 모양과 크기가 서로 비슷한 반구형 건물을 한 곳에 두 채나 세울 리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북이 다른 위성발사국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기 식의 독특한 건설계획을 가지고 서해위성발사장을 특색 있게 개건하였음을 직감할 수 있다.
개건공사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까닭
닉 핸슨의 예견에 따르면, 서해위성발사장 개건공사는 2014년 가을에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한다. 오는 10월이나 11월에 완공된다는 뜻이다. 이전에 쓴 글에서 그는 2015년에 가서야 그 개건공사가 끝날 것으로 보았으나, 올해 들어 공사속도가 매우 빨라져 완공예상시점을 몇 달 앞당긴 것이다.
예컨대, 북은 반구형 건물 두 채에 반구형 지붕을 덮는 작업을 탑식 기중기 한 대만 설치해놓고 40일만에 끝냈는데, 이것은 작업을 매우 빠른 속도로 진척시킨 것이다. 북에서 쓰이는 통속적인 표현을 빌리면, “불이 번쩍 나게 와닥닥 해제낀 것”이다. 요즈음 북의 생산현장과 건설현장에서 구호로 내세운 ‘조선속도’가 서해위성발사장 개건공사에서도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이 그처럼 서해위성발사장 개건공사속도를 얼마 전부터 갑자기 부쩍 높인 까닭은, 거기에서 쏘아올릴 위성운반로켓 제작이 완료되는 때에 맞춰 개건공사도 끝내려고 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위성운반로켓 제작은 로켓엔진연소실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2014년 2월 13일 일본 방송보도에 따르면, 북은 2013년 12월 25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여섯 번째 로켓엔진연소실험을 실시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북이 2013년 한 해 동안 평균 두 달에 한 차례씩 로켓엔진연소실험을 실시한 것인데, 그 사실만 봐도 북의 위성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신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열성적으로 노력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북의 위성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신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들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모습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 <사진 6> 2012년이 저물어가던 12월 29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광명성-3호 2호기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위성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당일군을 모두 평양에 불러 영웅으로 축하와 환대를 베풀어주고 그들과 함께 당중앙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 10월 10일 당창건기념일에는 그들에게 위성과학자거리를 통째로 안겨주어 좋은 거주환경에서 생활하며 일하도록 배려하였다. 감격한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형 위성운반로켓과 신형 인공위성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였다. 그들의 열정이 빚어낸 위성운반로켓과 인공위성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 멀지 않았다. © 자주민보
<로동신문> 2013년 1월 3일부 기사에는 광명성-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데 공헌한 북의 위성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당일군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각별한 신임과 배려로 평양에 모두 올라가 영웅으로 축하와 환대를 받던 중 갑자기 몸이 불편하게 되어 병원에 입원하였던 어느 위성과학자의 이야기가 실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중앙위원회 청사 앞에서 위성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당일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 병상에 누운 그가 기념사진촬영에 빠지지 않도록 특별히 배려하였다고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특별배려를 받고 크게 감동한 그 위성과학자는 “얼굴과 옷자락이 온통 눈물범벅”으로 되어 “더 많은 위성발사로 보답하겠다”고 맹세하였고, “단숨에 <은하-9>까지 쏴올릴” 결의를 표명하였다고 한다. 그런 심정과 결심이 어찌 그 한 사람에서만 일어났겠는가. <사진 6>에서 보는 것처럼, 은하 계열의 위성운반로켓과 광명성 계열의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데 공헌한 북의 위성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당일군들도 모두 그와 같은 심정을 느끼고 그와 같은 결심을 세웠으리라.
닉 핸슨이 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지난 5월 초와 7월 초에 각각 한 차례씩 로켓엔진연소실험을 실시하였다. 이런 추세로 가면, 북은 9월 초에 또 다시 로켓엔진연소실험을 실시하게 되는데, 만약 9월 초가 지났는데도 로켓엔진연소실험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은 이미 8월 중에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신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탑재할 신형 인공위성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일정까지 생각하면 올 가을에는 모든 작업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북은 전면적으로 개건된 위성발사장에서 새로 만든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에 새로 만든 인공위성을 실어 우주로 쏘아올리게 될 것이다. 북에는 국가명절에 즈음하여 중대사를 치루는 관행이 있는데, 그런 관행을 고려하여 발사시기를 예측한다면 북에서 ‘광명성절’로 지키는 2015년 2월 16일 직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0년 동안 끊임없는 압박과 전횡으로 북의 핵개발을 막으려다가 결국 실패한 미국이 자기의 실패경험을 망각하고 북에게는 통하지 않을 압박과 전횡으로 북의 우주개발을 또 다시 막으려 한다면 그것은 북을 대미응징과 ‘조국통일대전’으로 떠미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북은 우주개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은 북의 우주개발을 막아보려는 적대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미국의 대북적대행위와 북의 대미응징이 중첩되면서 그 동안 쌓여온 적대감이 어느 순간 폭발하면,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2015년에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2015년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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