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비용] MB의 기업비리와 특혜 ①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2014.09.09 11:24:49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그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국민 혈세를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 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한다. 이 기획은 추상적인 논쟁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정책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비용을 추산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두 번째 기획이었던 MB 정부의 자원외교에 이어 기업비리 및 특혜에 대해 살펴보겠다. 편집자
서울 송파구 잠실역 부근에 지하 6층 지상 123층, 555m 높이로 건설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는 탐욕의 바벨탑으로 불린다. 물론 서울시의 현장조사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최근 석촌호수 수위가 갑자기 낮아진 것과 건설현장 근처의 대형 지하동굴 발견으로 인해 싱크홀 공포를 몰고 온 대표적인 건설현장이기도 하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그룹이 1988년에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 8만7182㎡의 땅을 사들이면서 시작되었는데, 2016년 완공이 계획된 롯데월드타워의 건설까지 총 28년이 소요되는 3조5000억 원짜리 초대형 건설 사업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쳐 지지부진하던 이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4월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 회의에서 "날짜 정해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이상희 국방부 장관을 질책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당시 제2롯데월드가 건설될 경우 5km 거리에 위치한 성남 공군기지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해온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공군수뇌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결국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하는 김은기 총장을 해임하고 이계훈 참모총장을 임명함으로써 제2롯데월드는 2009년 3월 사실상 정부의 승인을 받게 된다.
노무현 정부의 공군은 2007년 성남공항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동편 활주로 각도를 7° 정도 틀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1조200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산하고 건물 높이를 50층 정도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와 공군은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 변경하고 장비를 보강하면 기지의 안보상 기능이 유지되고 비행 안전에 문제점이 없다'는 의견을 내고, 이를 위한 비용을 약 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결국 활주로를 7° 트는데 소요되는 비용인 1조2000억 원과 3°를 변경하기 위한 비용인 3000억 원을 단순히 비교하면 이명박 정부가 롯데에 국가안전을 담보로 9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특혜를 준 셈이다.
▲안개 속에 있는 제2롯데월드. ⓒ연합뉴스
▲안개 속에 있는 제2롯데월드. ⓒ연합뉴스
‘친 기업’을 경제정책 기조로 삼은 MB 정부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친(親) 기업’을 경제정책 기조로 삼았다. 기존 정부들이 기업을 억압하고 옥죄는 정책을 많이 펴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핵심주체가 기업이고 기업의 투자가 이러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를 가져오는 것임에도 기존 정부가 소득분배에 신경 쓰다 보니 기업투자 장려 부분이 취약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고(高)환율 정책 유지, 세무조사 완화, 그리고 공정거래조사 완화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많은 활동에 대한 완화를 기본 정책 기조로 삼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친 기업정책이 친 시장이 아니라 부자와 대기업만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현상은 고환율정책과 다양한 기업규제 완화 정책의 혜택을 받은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거나 일자리 창출에 힘을 들이지 않고 오히려 투자를 축소하고 기계화·자동화를 통해 일자리를 축소한 것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친(親)기업’ 뿐만 아니라 ‘친(親)시장’ 정책을 펴왔다고 강변했다.
원래 시장이란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모여 경쟁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고 자원의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곳이다. 시장은 생산을 위해 필요한 노동·자본·자원이 거래되는 요소시장과 제품이 거래되는 제품시장으로 구성된다. 개인은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 수요자이고 요소시장에서 노동을 공급하는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로서 해야 역할을 담당한다.
무책임한 방식으로 권력 남용한 MB 정부
반면에 기업은 요소시장에서는 노동과 자본이 있어야 하는 수요자이고, 제품·서비스시장에서는 공급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친 시장정책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또한 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 내에서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틀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시장 내에서 거래 및 경쟁의 공정성을 위한 규범 및 질서 확립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원천적으로 시장 내에서의 거래와 경쟁이 공정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수의 기득권을 가진 자가 시장을 지배함으로써 경쟁 환경을, 궁극적으로는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현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면 시장실패가 일어난다. 시장에서의 비효율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를 어떻게 시장 친화적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정부는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은 마찬가지로 자원배분과 경쟁 환경을 왜곡하게 되어 비효율성을 증가시키게 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집권기간 내내 이석채의 KT, 정준양의 포스코, 신격호의 롯데 등 대기업에 시장질서와 무관한 방식으로 많은 특혜를 주었고, 무리한 경영인 임명을 통해 주주 권한을 무력화하는 등 자원배분의 공정성과 시장 경쟁 환경을 왜곡하여 경제의 비효율성을 극대화하였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무책임한 방식으로 권력을 남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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