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트럼프와 좋은 추억” 김정은 ‘비핵화 포기’ 전제 트럼프와 대화 방침
경향신문 “김정은 북·미 대화 재개 시에도 남한은 배제하겠다는 의지”
명동 막았더니 대림동으로…‘혐중’ 기승에 경향 사설
입력 2025.09.23 07:37
수정 2025.09.23 07:4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2기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 대미 전략 방침을 공개 연설로 거론했다. 23일 신문들은 1면에 이 소식을 올려 10월 말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을 내다봤다. 사설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현실적 대안으로서의 핵개발 동결’에 전망을 내놨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남한을 향해선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3일 신문들은 김 위원장이 2기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한 가운데 이 발언이 나왔다고도 풀이했다.
경향신문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이재명 정부가 각각 출범한 이후 대미·대남 메시지를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돈독히 한 김 위원장이 미·중 정상이 참석하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 입장을 환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하자,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만나겠다는 조건을 건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김 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했는데 김 위원장도 이에 대해 직접 화답한 것”이라며 “다음달부터 이틀 간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깜짝 회동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신문들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내’에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한 점을 들었다.
경향신문은 “북한이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와 ‘비핵화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과의 통일 필요성을 부정하며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북·미 대화 재개 시에도 남한은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로 정부가 대북 정책을 직접 펼 수 있는 공간은 더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18·2019년 북·미 대화 때는 북한에 중재자로서 문재인 정부가 필요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되는 현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에 대한 필요성이 적어졌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이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대화 지원 등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 수상이라는 개인적인 동기부여도 있기 때문에 미북 정상 간 회동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김정은을 불러낸다는 명분으로 비핵화 원칙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로써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제시한 북한 비핵화 3단계 중 ‘동결’에서 북미 간 협의가 멈출 경우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처음 나온 대미 전략 방침에 관한 공개 연설”이라며 “핵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한 북한이 한국의 지지를 업은 미국과 언제쯤 대화를 재개할 것인지 주목된다”고 했다. 이어지는 분석 기사에선 이를 “핵보유 전제 한·미 분리 대화론”이라 칭한 뒤 “지난달 25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피스메이커(트럼프)-페이스메이커(이재명)’ 구실 분담론에 대한 응답이자, 협상 문턱을 최대로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 생산 동결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하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1일 보도된 영국 BBC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북한 핵 생산 동결은 “임시적인 비상조치”로서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라는 장기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이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라는 궁극 목표를 향해 결실 없는 노력을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중 일부라도 달성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했다. 이 역시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1면을 비롯해 주요 지면에 올랐다.
한겨레 “미국 통한 간접 대화” 제안, 동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겨레는 사설에선 “북의 이런 태도에도 우리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소통 의지를 꺾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북은 앞으로 강화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대화의 기회를 엿보며, 우리를 철저히 배제하려는 ‘통미봉남’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밝힌 대로 현 상황에서는 남북 직접 대화보다 미국을 통한 간접적 대화가 더 유효적일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북핵 용인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도 미국에도 줘선 안 된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미 북핵 원팀’이 돼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 대화로 인해 “비핵화는 첫 단추부터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동결’, 또는 동결-축소-비핵화’ 3단계 해법을 밝힌 것과도 대치하는 주장이다.
명동 막았더니 대림동으로 옮겨온 ‘혐중 표적’, 경향 사설
경향신문은 경찰이 서울 명동 일대에 혐중(중국혐오) 집회 제한 통고를 내린 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이 혐중 시위대 표적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9일 혐중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차이나 아웃’ ‘중국인 나가라’고 외쳤으며, 경찰이 대림동 일대에도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지만 상점가에서 떨어진 대림역 4번 출구부터는 행진을 허용했다고 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더는 다른 지역이나 소수자 집단을 표적 삼지 않도록 조례나 법 등을 통해 혐오를 뿌리뽑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관련 사설을 내고 “(혐중 시위가) 주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중국인들에게 고통을 주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도·사회적 대응책”이 시급하고, “정치권 역할도 막중하다”고 했다. 특히 지난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12·3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단체 ‘자유대학’이 혐중 시위를 주도한 점을 두고 “혐중 시위가 표현의 자유 차원을 넘어 정치적 지향이 분명한 조직적 행동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 와중 지난 22일 국민의힘 회의에선 “정부는 반중 집회를 단속하라고 하면서 반미 집회는 방치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며 “혐중몰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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