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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9일 금요일

요란했던 '민주당 돈봉투'…송영길 이어 이성만도 '무죄'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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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9.19 19:20

  • 수정 2025.09.1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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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핵심 증거로 내세운 이정근 녹취록 '불법'

1심 징역형 집행유예 뒤집고 2심 전부 무죄로

재판부 "이정근 휴대전화 녹음파일, 사건과 무관"

"별건으로 확보한 '위법 수집 증거'를 재판 제출"

이성만, 큰소리로 흐느껴…허종식 재판에도 영향

'몸통'이라던 송영길은 이미 1심서 돈봉투 무죄

사실상 별건인 '먹사연' 자금 유죄…보석 풀려나

송영길 보좌관도 마찬가지…녹취 증거능력 배제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이성만 전 의원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9.19.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수수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성만 전 의원의 혐의 전부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유죄의 결정적 근거였던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 수집 증거'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사건의 '몸통'처럼 몰아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 역시 같은 혐의에 대해 이미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 윤석열 정치검찰의 또 하나의 무리한 기획 수사였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박주영 송미경)는 19일 오후 정치자금법·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성만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8월 1심은 이 전 의원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만 원을 선고했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4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해 윤관석 전 의원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3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송 전 대표 경선캠프 운영비 명목으로 100만 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지역 본부장 제공용으로 부외 선거자금 1000만 원 등 총 1100만 원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내세운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 수사 당시 제출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녹취록을 이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정당법 위반 사건에 증거로 쓸 수는 없다는 취지다. 즉, '본건'과 무관한 '별건'으로 확보된 탓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못박은 것이다.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9.30.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품목허가, 공공기관 임직원 승진 등 각종 알선 청탁을 빌미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32차례에 걸쳐 10억여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3대에서 녹음 파일 3만여 개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 파일 속에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관련 내용을 포착해 별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의자신문 내용을 종합하면 이정근이 휴대전화 제출 당시 자신의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오늘 사건에 대해서도 전자정보를 전부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 사건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송영길을 위해 돈을 주고받았다는 것으로 알선수재 사건과 범행 일시와 장소, 동기가 다르다. 통화 녹음 파일이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은 알선수재 사건과 관련이 없어서 결국 검사가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임의제출된 정보저장 매체를 탐색하던 중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전자정보를 발견한 경우 중단해야 한다는 법리는 이 사건 수사 당시 확립돼 있었다. 법리에 따른 절차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며 "검사는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별도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야 함에도 이정근의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가 아예 새로운 사건인 송영길 사건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의 증거로 제출했다. 이정근의 휴대전화에서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는 배제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이 법정 진술을 통해 일부 사실을 인정한 것도 결국 위법 수집 증거에 기반했으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봤다. 법정에 출석한 이 전 의원은 무죄 선고를 듣고 큰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이정근 녹취록의 증거 인정 여부는 유사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허종식 민주당 의원 등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허 의원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윤관석 전 의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31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탓에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뒤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검찰 청사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6.7

송 전 대표의 경우 1심에서 돈봉투 살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은 반면 사실상 별건인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김재원 김창수)는 지난 1월 8일 '평화와 먹고 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후원금 명목으로 총 7억 6300만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로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후원자들이 먹사연에 후원한 돈을 송 전 대표의 정치활동 지원금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2021년 민주당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성만 전 의원과 사업가 김 모 씨로부터 각각 1000만 원, 5000만 원을 받아 경선캠프 지역 본부장 10명과 현역 국회의원 20명에게 제공했다는 본래의 돈봉투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때도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을 '위법 수집 증거'로 규정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이정근의 알선수재 사건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돈봉투 관련 통화 녹음파일 등 전자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집행 없이 새 사건인 돈봉투 관련 사건을 시작한 것은 부당하다"며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한 번 임의제출 받으면 어떤 사건에든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검사 주장의 법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박용수 씨도 마찬가지다. 같은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지난 2월 14일 박 씨가 컨설팅업체에 의뢰했던 송 전 대표 경선 관련 두 차례 여론조사 비용 9240만 원을 먹사연 돈으로 대납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 전 부총장 등과 공모해 총 6750만 원을 살포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정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배제했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6월 23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최근 시민언론 민들레 정숙 시민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 7월 25일) 다들 검찰 캐비넷이 두려워 숨죽이고 있을 때 검찰청 앞에서 윤석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는데 제가 현역 의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레거시 언론사가 생중계를 했다. 그 뉴스를 윤석열과 김건희가 봤을 것"이라며 "(이틀 뒤인) 7월 27일 버스 2대로 검사와 수사관들이 여수상공회의소장부터 10여 군데를 동시에 압수수색 했다. 돈 봉투 사건으로는 구속시키기 어려우니까 제3자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하려고 주위를 조사하다가 이정근을 불러 가스라이팅해 조서를 받았지만, 녹취록 어디에서도 제가 지시했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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