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식의 통찰] 보완수사 대안과 수사 인력 재배치 방안
25.09.29 06:50ㅣ최종 업데이트 25.09.29 06:50
지난 26일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고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됨으로써 수사·기소 분리의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 바야흐로 민주 진보 진영의 숙원이던 검찰 권력 해체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틀이 만들어졌으면 내용물을 채워야 한다. 검찰권 분산이 실현된 만큼(유예기간 1년 내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현시점에서는 좀 더 검찰개혁의 본질에 맞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은 바로 견제와 균형 원리에 맞는 효율적 수사구조 확립과 대국민 수사 서비스 향상이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면 조직과 인력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의문 한 가지. 그렇다면 그간 수사 업무에 관여해 온 검사와 수사관은 어떻게 되는 거지? 검찰개혁의 사각지대라 할 만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기에는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 요청권 존치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제일 중요한데 그건 하기로 하지 않았나? 수사가 부실해지지 않도록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 전문적으로 검토하자."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검찰개혁에 관해 한 말이다. 이 대통령 특유의 실용적 가치관이 돋보이는 이 말에는 이런 함의가 담겼다고 본다.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청의 공소청 전환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검찰 수사권 폐지로 경찰(또는 중수청)의 부실 수사가 우려되는바, 이를 보완할 제도(장치)가 필요하다.'
검찰개혁 논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대통령이 말한 '장치'에 '보완수사'도 포함됐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권의 검찰개혁 강경파는 '보완수사 절대 불가'를 외친다. 보완수사도 수사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권을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야말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그런데 검찰권력의 최대 피해자라 할 만한 이 대통령이 여기에 '제동'을 건 셈이다.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 전문적으로 검토하자"는 말은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의 주장이 이성보다는 감정에, 실용보다는 도그마에 치우쳤음을 넌지시 지적한 것이다.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논의하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검찰개혁 목적이 검찰권력 해체를 넘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 대통령 말을 곡해할 이유가 없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고민해야
수사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을 띤다. 인권침해적이고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는 목표지향적 경향이 있기에 점검과 견제가 필요하다. 수사하는 사람의 능력과 의지, 양심에 따라 사건 향방이 달라진다. 수사권 오남용 폐해는 검찰이나 경찰이나 마찬가지다.
보완수사 찬반논쟁이 뜨거운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다만 검찰 수사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감이 워낙 큰 만큼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보완수사나 보완수사 요청 절차가 사라지면, 검사의 수사 권력은 사라지지만 기소 권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수사 부실이든 과잉이든 증거 부족이든, 검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기소하지 않거나 기소를 미루면 경찰의 대응 방법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경찰 처지에서는 검사에게 목맬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간 협력이 원활치 않으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 일본의 공소심사위원회처럼 검사의 불기소에 대해 민간인이 심의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형사소송법 195조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 제기 및 공소 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검경 수사 준칙(대통령령)에는 상호 협의 의무화(6, 7, 8조)와 수사기관협의회 상설 운영(9조)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런 법규대로만 검경이 협력한다면 굳이 보완수사를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 규정은 빛 좋은 개살구다. 기관 이기주의와 편의주의 탓이다. 검경 간 오랜 반목과 불신도 한몫한다.
이에 대한 실효적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검사 파견제다. 이를테면 공소청 검사가 경찰 국가수사본부 법률지원검사단(가칭)에 파견돼 수사 초기부터 송치 단계까지 관여하면서 수사 내용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조언하는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 차원에서 파견 기간 내에는 공소청 소속에서 벗어나 경찰에 배속하게 한다. 검찰 수사관들이 주축을 이룰 중수청에도 이를 적용할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잘만 운용된다면 불필요하게 과열된 보완수사 논쟁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실용적인 검경 수사 협력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파견 검사의 조언을 충분히 받고 송치한다면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청할 명분도 약해질 테니. 다만 자칫 수사 지휘로 비치거나 변질될 수 있다는 점과 경찰의 반감과 위화감이 걸림돌이다. 따라서 파견 검사의 업무는 법률적 조언이나 자문에 국한하고 대등한 협력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않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 경우 파견 검사가 영장 청구 업무를 겸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안에 따르면 영장청구권은 공소청 검사의 몫이다. 수사기관 견제용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영장청구권도 수사권의 일환인 만큼 공소청에서 그 권한을 갖는 것은 역으로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일본 경찰이나 미국 연방경찰(FBI)처럼 수사기관이 직접 법원에 청구하는 게 자연스럽고 효율적이다. 물론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헌법(12조 3항)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럽지만.
검사 파견제는 검찰 인력 재배치 차원에서도 고려해 봄 직하다. 현재 검찰청 소속 검사 수는 약 2300명이다. 그런데 검찰에서 직접수사(인지수사)를 하는 반부패수사부나 공공수사부는 규모가 크지 않고 검사 수도 얼마 안 된다. 상당수 검사는 간접수사를 하는 형사부 소속이다. 형사부 검사는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을 점검하고 보완해 기소하는 것이 주 업무다. 따라서 공소청으로 바뀌더라도 대다수 검사는 하던 일 그대로 하면 된다. 독자적인 수사 욕심 내지 말고.
만약 현행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 요청권이 살아남는다면, 형사부 검사 수는 굳이 줄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반대로 공소청이 보완수사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면 조직과 인원 감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검사가 단순히 경찰이 넘긴 수사 기록만 검토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면 업무량도 줄고 업무강도도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에서 직접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검사들은 직무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들에게는 크게 네 가지 길이 있다. ① 형사부 검사들이 주축을 이룰 공소청 검사 대열에 합류하거나 ②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중수청 수사관으로 옮겨가거나 ③ 판검사 잡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를 지원하거나 ④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이다.
중수청 설립 취지는 검찰이 맡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이관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개혁안에서 중수청이 우선 수사권을 행사할 중대범죄 수도 6개에서 8개로 늘렸다. 하지만 검사가 중수청으로 옮겨갈 일은 거의 없을 듯싶다. 검사 계급장을 떼고 오라는 것은 오지 말라는 뜻이다.
신념이나 이론에 실용 접목해야
검사보다 더 심각하게 거취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은 7000명 안팎의 검찰 수사관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사라지는 만큼 수사관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사 형사부의 보완수사 관련 업무가 계속된다 해도 최소한에 그칠 것이기에 지금처럼 검사실에 여러 명의 수사관이 근무하는 광경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차하면 변호사로 변신할 수 있는 검사와 달리 수사관은 직업 선택의 폭이 좁다. 중수청 설립 취지를 살리려면 인지수사 부서에 근무한 수사관이 많이 옮겨가야 한다. 중수청 전직을 원하는 수사관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인원이 제한된 만큼 상당수는 공소청에 남아 각자도생해야 할 처지다. 공소청에서 일하려면 수사 대신 기소와 공소 유지에 종사해야 한다.
그런데 형사부 소속 수사관조차 줄거나 자칫 직제에서 사라질 판이기에 생존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뀐다고 공무원 신분인 수사관들에게 기존 업무와 관계없는 전직이나 전출을 강요하면 법적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자칫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검찰 수사관 관련 규정을 개정해 법무부 산하 일반 행정직 전환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검찰개혁이 정치적 진영 대결의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건 곤란하다. 어느 정권에서든 수사기관은 민주적으로 통제받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검찰개혁 방법론의 기준은 소수의 정치적 사건이 아닌 다수의 민생 사건이어야 한다. 검찰개혁 수혜자는 일반 국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념이나 이론에 실용을 접목해야 한다. 검찰 인력 재배치도 그런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검찰개혁론자 중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당위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사·기소 분리의 큰 틀이 갖춰진 이제는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당위성에만 매달리다가는 검찰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고 현장을 놓칠 수 있다. 한때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론에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수사의 질과 국민 편익의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려는 자세는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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