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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5일 목요일

"혐오에 맞서자" 거리로 나온 대림동 주민들... 중국동포도 '눈물'

 [현장] 100여 개 이주인권단체, 대림역 앞에서 "혐오의 사슬은 대림동에서 끊어져야" 집회 열어

중국동포이주민(중국동포단체 공동대응협의체)과 노동·교육·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림동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세력의 혐오 선동 시위를 규탄하며 정부의 근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대림동 힘내라!"

극우 세력의 대림동 '중국인 혐오' 집회에 맞서 100여 명의 시민들이 대림역 앞에서 '대항 집회'를 열고 "혐오를 멈추라"고 외쳤다. 특히 이번 집회에는 중국 동포들이 극우 세력의 '혐중 정서'에 맞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인근 학교에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이자 중국 동포인 김예화씨(CK여성위원회 회장)도 목소리를 냈다. 김씨는 "오늘 이 거리에서 벌어지는 혐오 집회는 단지 이주민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들과, 미래를 향한 공격이다"라며 "우리는 아이들의 눈앞에 차별이 설 자리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이주민과 외국인이 함께 웃고, 배우고, 살아가는 세상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림동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다고 밝힌 한 중국 동포는 일부 발언을 듣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도림천을 사이에 두고 대림역 4번 출구 앞에서 극우 단체의 '혐중 집회'도 열렸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반대편('혐중' 집회)에서는 '한미동맹' 만세를 외치는데, 여기서는 연대의 만세를 외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대림동 주민 만세!" "환대가 이긴다!"라고 외쳤다.

정 집행위원은 "평일 저녁임에도 많은 분들이 이곳 대림역 5번 출구 앞을 가득 채웠다. 그만큼 절박한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집회는 '반중' 집회가 대림동을 떠나 행진을 시작할 때까지 계속 됐다. 구로 주민 홍진숙씨는 <오마이뉴스>에 "(자녀들이) 인근 초·중학교를 졸업하며 이주민들이 많은 배경 속에서 살게 됐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 만나서 이해하는 자리 없이 배척하는 모습만 보여 안타깝다"면서 "그 어떠한 차별과 혐오도 허락되는 세상은 안 된다는 취지에서 오늘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 동포들도 나서서 열린 첫 집회... "동포 사회의 문제만이 아냐" 목소리 내

▲극우 대항 집회 연 시민들 "혐오의 사슬은 대림동에서 끊어져야" 유성호

중국동포이주민(중국동포단체 공동대응협의체)과 노동·교육·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림동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세력의 혐오 선동 시위를 규탄하며 정부의 근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중국동포이주민(중국동포단체 공동대응협의체)과 노동·교육·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림동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세력의 혐오 선동 시위를 규탄하며 정부의 근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중국동포이주민(중국동포단체 공동대응협의체)과 노동·교육·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림동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세력의 혐오 선동 시위를 규탄하며 정부의 근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7일 극우 단체들은 명동에서 '혐중 집회'를 진행하려다 제한 통고를 받고 중국 동포 등 이주민들이 많은 대림동으로 향했다. 인근 A중학교 교장은 해당 집회가 주민과 학생에게 심리적 상처를 줄 수 있다면서 구로경찰서장과 구로구청장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집회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관련 기사 : [단독] '대림동 극우 집회'에 현직 교장 편지 "혐오 막아달라" https://omn.kr/2fctb)

이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집회에 앞서 A중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더 이상 혐오 시위에 시달리게 해선 안 된다"고까지 밝혔으나, '혐중' 집회는 일주일 만에 다시금 열렸다.

이날 '혐중' 집회에 대항하는 집회에 모인 이들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호림 전국동포총연합회 회장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서, 주민과 상인이 생활하는 거리에서 일어나는 혐오와 차별은 지역 사회 전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다. 우리 동포들은 한국 사회의 이름으로 성실히 일하고 세금을 내며 이웃과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주민과 동포를 향한 차별 선동을 즉각 중단할 것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민 안전 보장과 인권 보호에 더욱 책임 있게 나설 것 ▲언론은 사실에 기반해 보도하고 혐오 조작에 공조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동욱 대림동 중국동포상인회 대표는 "대림동은 수많은 상인과 주민들이 땀 흘려 일구어낸 생활의 터전"이라면서 "그러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집회가 열릴 때마다 손님들은 발길을 끊고 지역 이미지마저 훼손되어 상인들의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이상 대림동, 구로동과 같은 중국동포 밀집 지역을 특정하여 혐오 집회를 여는 일을 자제해달라. 중국 동포 이웃들은 우리 지역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다"라고 호소했다.

구로·영등포 지역에서 20여 년을 교사로 살고 있다고 밝힌 한 발언자는 "('혐중' 집회에) 아이들을 걱정하는 내게 우리반에 한 녀석은 시위하는 사람들이 한심하다고 일갈하더라"라면서 "이 지역의 아이들은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낯선 이웃을 환대하는 것이 미래의 나와 우리를 환대하는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먼저 조금 다른 이웃들을 만나 서로 공존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잘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어떤 혐오를 키우려 해도 우리 아이들은 당신들을 보고 쫄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삶을 잘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초결사대 등 극우 성향 단체 소속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대림역 앞에서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윤석열·김건희를 석방하라",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민초결사대 등 극우 성향 단체 소속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대림역 앞에서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윤석열·김건희를 석방하라",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민초결사대 등 극우 성향 단체 소속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대림역 앞에서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윤석열·김건희를 석방하라",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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