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에디터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의 변호인단에 합류해 특검 수사의 방패 노릇을 한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여론의 지탄이 쏟아지자 결국 변호인직에서 사임했다. 한 총재에게 법률 자문을 해온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박상진 특검보와 같은 로펌 소속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미 통일교와의 자문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오 전 수석이 변호사로서 소속된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4일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오 변호사가 오늘 민중기 특별검사 쪽에 사임서를 제출하고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 변호인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를 통해 한 총재 사건 수임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만이다. 그는 지난 2일 한 총재의 변호인 신분으로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을 찾아 박상진 특검보를 직접 면담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오 전 수석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서부지검 차장, 청주지검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낸 대표적 검찰 '특수통' 출신이다. 그는 지난 6월 8일 이재명 정부의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으나 거액의 차명 재산 관리 및 대출을 둘러싼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임명 5일 만에 사퇴했다.
하지만 그 5일 사이에 특검법이 공포됐으며 국회가 3대 특검을 추천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대통령을 보좌해 특검 임명 과정에 관여했던 직전 민정수석이 비위 행위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반성하고 자숙하기는커녕 불과 3개월 만에 수임료에 눈이 멀어 특검이 수사하는 주요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관예우를 이용한 최악의 돈벌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럼에도 오 전 수석은 언론 취재에 "(한학자 총재 측에) 변호인들이 많이 계시는 걸로 알고 있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이겠지 뭐. 그렇게 이해합시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변명해 더욱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재명 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면서 여권 안팎의 압박이 커지자 오 전 수석도 더 못 버티고 한 총재 변호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광수 변호사가 그 안(한학자 총재 변호인단)에 포함됐다는 내용을 듣고 '이게 맞나?'라고 해서 기사 검색을 여러 번 해봤다"며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본인도 생각이 있었다면 이러한 제안을 왜 받았을까 의아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김오수 전 검찰총장도 (법률자문단에) 포함이 돼 있고, (특수통 검사 출신이자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 변호를 맡았던) 강찬우 변호사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사람들이 포함될 정도면 통일교와 검찰의 관계가 도대체 얼마나 깊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수임료 때문인지 관계 때문인지, 두 가지를 다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과 김오수 전 검찰총장 사례를 통해 전관예우를 비롯한 검찰의 뿌리 깊은 적폐 풍토가 새삼 확인된 가운데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목했던 '검찰개혁 5적'에 대한 사퇴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검찰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개혁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왔던 임은정 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가 '참사' 수준이라며 대통령실 봉욱 민정수석과 법무부 이진수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김수홍 검찰과장, 그리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을 '검찰개혁 5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촛불행동은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적임자라고 했던 오광수 전 민정수석은 결국 내란 세력의 편으로 갔다. 문제는 현 정부에 이런 자가 오광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언급한 검찰개혁 5적은 겉으로는 검찰개혁을 말하지만 얼마든지 오광수처럼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봉욱 민정수석은 2022년 검수완박 논란이 있을 때 전직 검찰 간부들을 모아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대 의견 피력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윤석열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를 지휘할 당시 대검 부장회의 멤버 ▲성상헌 검찰국장은 친윤 검사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에 대한 보복 수사를 자행하고 검사장으로 승진 ▲김수홍 검찰과장은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논리를 개발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심우정을 보좌한 대검 부장회의 멤버였으며 이날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한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자라는 점 등을 열거했다.
이어 "내란수괴 윤석열의 측근으로 일하며 승승장구했던 이런 자들이 과연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을 국민 뜻에 따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오광수와 다를 바 없는 자들로 언제든지 내란 세력의 편에서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최근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서 확인된 것처럼 지금도 검찰은 내란과 국정농단의 증거를 인멸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 "김건희 특검이 조사하는 16가지 범죄 혐의 중 대부분이 과거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들이다. 몇 주간의 특검 수사에서 다 드러난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은 수사도, 기소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인적 청산을 통해 정치검찰을 해체하고, 검찰청 해체로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길이다. 검찰개혁 5적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촛불행동은 이날 곧바로 검찰개혁 5적 사퇴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아울러 5일 저녁 7시부터 대통령실 인근 용산구 삼각지어린이공원에서 '검찰개혁 5적은 즉각 사퇴하라!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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