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적대적인 적대행위' 해소할 평화조치가 진짜 실용
- 이승현 기자
- 입력 2025.09.2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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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장관이 24일 북한연구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북한의 제기한 두 국가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부제공]](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509/214601_111412_4725.jpg)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25일 통일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남과 북은 사실상의 두 국가'라고 언명했다.
남북은 국제법상 멀게는 노태우정부의 1991년 남북 유엔동시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로부터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까지 두 국가로 교류하고 협력해 왔다고 하면서 "실용적, 현실적 관점이고, 유연하게 남북관계를 풀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국가성을 인정하는 두 국가라는 것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은 통일포기"라는 주장은 흑백논리, 냉전시대적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남북기본협정'도 두 국가성을 전제로 한 것이며,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말하는 화해협력 단계, 국가연합단계, 그리고 최종적 통일단계 중 2단계, '두 국가'로 가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북한연구학회 학술세미나에서 "지금은 남북 관계에 대한 실용적 접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때이다. 우리는 변화의 초점을 ‘적대성 해소’에 둬야 한다. 즉,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면서 "사실 남북은 오랫동안 사실상의 두 국가 형태로 존재해 왔다"고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국가성 논쟁을 소모적이고 갈등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어떻게 남북 대화와 교류를 복원하느냐, 그리고 오래된 꿈인 4강의 교차 승인을 완성해서 북미 수교와 북일 수교를 만들어내느냐 이것이 실천적 과제로 우리 앞에 있다. 그것을 위한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실행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 정부에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1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천명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못박은 마당에, 변화된 남북관계의 현실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당국자의 고뇌로 이해한다.
문제는 장관 스스로 숙제라고 표현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유연하게 풀어가기 위한 창의적 실행방안'의 방향과 초점이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2024년 정초에 이어 1년 9개월만에 김 위원장이 "가장 적대국가라고 하는 것은 그들(한국)이 가장 적대적인 반공화국적대행위의 력사를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대목에 유의한다.
'미국의 3대 전략자산을 비롯한 방대한 첨단 무장장비는 물론 서방의 무력을 끌어들여 무분별한 반북 군사행동을 함으로써 '조선(한)반도는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없는 항시적 전쟁위험지역'이 되었다는 북의 우려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한국의 태생적 야망은 변한 적이 없다"는 북의 평가를 바꿀 수 없다면, '중단-축소-비핵화'로 이어지는 '3단계 비핵화론'을 비롯한 어떤 조치도 남북을 관계정상화의 길로 인도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가장 적대적인 반공화국 적대행위'가 아니라 '평화와 안전을 위한 행동조치'를 선행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게 상식적인 판단 아닐까?
정 장관은 "50~60%의 국민이 북한을 국가로 본다"며 "국민 다수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소 30년 이상 국민 다수가 인정하고 남북이 합의한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남북기본합의서 서문)라는 것이다.
세월이 흘렀고 격변의 세계가 펼쳐지는 현실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인식이지만 어렵더라도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는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인 특수관계라고 하는 남북기본합의서 입장에 서 있다"며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정 장관의 입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남북 두 국가론'을 둘러싼 정부내 이견 노출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정작 중요한 관계정상화는 사라지고 소모적 논쟁만 하기엔 모두의 평화와 안전이 너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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