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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2일 월요일

기후·생태 위기 시대, 교육의 길을 다시 묻는다

 한상훈 전 서전고 교장, 60+기후행동 운영위원

kone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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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내용보다 그 철학과 목적 자체를 바꿔야

아이들에게 “어떤 인재가 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세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를 물어야

교사는 지식 전달자 아닌 생태적 전환의 동반자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에 대한 상상력과 실천력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상훈 전 서전고 교장, 60+기후행동 운영위원

최근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 발달과 함께 사회 변화의 속도는 전례 없이 가속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자원 고갈 등의 생태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절박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의 역할과 방향을 다시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교육 정책 또한 기술 변화뿐 아니라 생태적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다층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LG전자는 한국환경공단, E-순환거버넌스와 제작한 아동·청소년 대상 자원 순환 교육 도서 '잘 가, 우리 다시 만나! : 전자제품 자원순환 이야기'를 전국 환경 및 교육 관련 기관 대상으로 무료 배포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인천 서구 종합환경연구단지 어린이집에서 도서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 중인 모습. 2025.9.21. 연합뉴스

유네스코, 교육을 통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 제안

이런 흐름 속에서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는 2021년 「우리가 함께 만드는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Futures of Education)」 보고서를 통해 전환의 필요성을 천명하였다. 보고서는 인간과 자연, 사회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교육을 통해 연대와 돌봄, 지속 가능성을 중심 가치로 삼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맺을 것을 제안한다.

이는 교육을 단지 노동시장에 적응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공동으로 형성해가는 ‘참여적이고 정의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전 세계 교원들에게 제안된 이 보고서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류의 도전과제로 ‘임계점에 도달한 지구환경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교육을 통해 추구해야 할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7% 감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2035년 NDC는 2050 탄소중립까지의 장기 감축경로를 결정할 수치이므로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삶을 지키는 2035 기후 목표 캠페인을 통해 700여 명의 시민들로부터 받은 '기후 위기로부터 지키고 싶은 것'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했다. 2025.9.2. 연합뉴스

교육, 내용이 아니라 그 철학과 목적 자체를 바꿔야

현재 우리 교육은 ‘미래형 인재’ 양성을 내세우며, 기술혁신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갖춘 인간을 육성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창의융합형 인재’, ‘디지털 인재’ 등으로 표상되는 인간상은 교육을 좁은 수단적 영역에 가두고, 삶과 존재의 총체적 의미를 탐색하는 계기로서의 교육을 가로막고 있다.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교육적 인간상은, 지식을 소유하고 기술을 다루는 존재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타자에 대한 책임의 윤리를 지닌 생태적 존재이다.

자연과 공동체, 그리고 미래세대와의 얽힘을 자각하며, 공존과 돌봄의 가치를 실천하는 인간이야말로 이 시대 교육이 길러내야 할 주체다. 이는 단지 교육 내용의 일부를 바꾸는 것을 넘어, 교육의 철학과 목적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9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기후 파업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걷고 있다. 2025.9.20. EPA 연합뉴스

인간 중심주의와 과잉소비가 초래한 생태위기

한편 오늘날의 생태위기는 단지 자연 파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와 과잉소비의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이 초래한 문명사적 위기이다. 따라서 교육은 이 위기를 초래한 인식과 실천의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유네스코 보고서가 강조하듯, 교육은 ‘지속가능한 삶의 감각을 기르는 장’이어야 하며, 배움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현재와 미래 세대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윤리적 실천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에 대한 상상력과 실천력 길러야

이런 점에서 교육의 방향은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우선, 지식 중심의 학습을 넘어서 삶과 세계의 변화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능력을 확장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생태 감수성과 윤리적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상상력과 실천력을 함양해야 한다.

지난 6월 10일 갈라파고스 제도의 에콰도르 울프 섬에서 태평양 녹색 바다거북 한 마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있다. 2025.6.10.AP 연합뉴스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자연과 연결되는 생태적 배움터

다음으로 학교는 지역 사회와 연대하고 자연과 연결되는 생태적 배움터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 체험학습을 넘어, 지역 생태계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함께 성찰하며 공동체적 삶을 모색하는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 아닌 생태적 전환의 동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사는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태적 전환의 동반자이자 실천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 역시 인간중심주의적 지식 체계를 넘어,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성과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는 통합적 내용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그간 단절되었던 ‘생태전환교육’이 다시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이 추진 중인 교육정책은 유네스코의 제안에 적극 화답하는, 보다 혁신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실천 행동 중심이나 환경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기능적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생태적 전환을 위한 교육철학의 근본적 성찰과 정책 방향의 재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20일, 바누아투 에파테 섬 연안의 하바나 항구에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2025.7.20. AP 연합뉴스

“어떤 세계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

교육은 단순히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미래를 다시 상상하고 공동으로 구성해 가는 실천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떤 인재가 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세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여야 한다. 생태위기 시대의 교육은, 그 질문으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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