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동맹 수탈과 조지아주의 ‘쇠사슬 구금’ 사태가 불거지며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반미‧자주 여론이 거세다.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조현 외교부 장관은 “탈냉전 이후 30년, 미국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동맹국과 협력하던 미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미국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면 저는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부당한 요구를 간접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구금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동맹국 국민이 겪은 모욕과 인권 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도 “불합리한 관세 부과를 중단하라”고 했다.

진보당은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와 정당연설회를 통해 “대미 투자 철회 선언으로 약탈적 협상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 역시 ‘트럼프 저지행동(준)’을 중심으로 110개 단체가 ‘트럼프 사과, 대미 투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편 미국이 관세협상에서 이처럼 무례할 수 있는 이유가 한미 간 전쟁동맹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종속동맹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 결과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면 미국의 부당한 요구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며 전쟁 동맹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남북이 적대를 거두고 평화공존이 정착하면 전쟁 동맹은 더는 필요하지 않다. 안보 의존이 줄어들면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에 주눅들 이유도 없다. 막강한 기술 인재와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관세‧투자 협상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국‧러시아‧이란 등과도 미국 눈치 보지 않고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설 예비역 준장은 “한미는 동맹이면서 경제전쟁의 교전 상대라는 특이한 관계”라며 “군사동맹과 경제전쟁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전쟁에서 한미동맹이 오히려 장애로 작용하자, 동맹 재고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목표 폐기’ 주장이 대표적이다.

정전체제에서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그 자체가 대북 적대의 상징이다. 대북 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평화공존을 말하는 것은 강도가 칼을 든 채 도둑질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비핵화 목표도 마찬가지다. 핵보유를 체제의 기둥(국체)으로 삼는 북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정권 붕괴를 뜻한다. 핵보유국과는 평화공존이 유리하며, 대결은 손해다. 미국‧영국‧프랑스는 모두 핵보유국이지만 한국은 이들을 적대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핵화를 외교 목표로 내세우지 않는다. 다수 국가가 핵보유국을 대하는 공통된 외교 방식이다.

요컨대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이기려면 종속적 군사동맹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동시에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비핵화 목표 폐기’를 통해 평화공존 전략을 관철해야 한다.